[INBEX(인벡스) BLOCKBUSTERS][고려대 KUBL : 이 천] 법정화폐는 가치가 있는가? (화폐의 역사)

in #kr7 years ago (edited)


잉여 생산물의 축적을 시작으로 인류는 서로의 것을 교환하고 싶어 했다. 처음 물물교환으로 시작하였고, 그다음엔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척도로 곡물이나, 조개껍데기를 단위로 쓰는 상품화폐가 탄생했다. 이후 희소성이나 내구성에 대한 필요 때문에 상품화폐에서 금속화폐로 발전하게 된다. 초기에는 금을 잘라서 사용했는데 단위를 무게로 하여 칭량 화폐라고 부르기도 했다. 유럽에서 도시국가를 중심으로 원활한 무역을 위해 금을 도시에 보관하고 보관증을 만들어 보관증을 이용한 무역거래가 시작됐다. 이 보관증을 ‘골드스미스 노트’라 부른다. 골드스미스 노트는 상인들 사이에서 지불 수단으로 사용됐다. 이 보관증이 유럽 최초의 지폐다. 골드스미스 노트도 국가가 정한 지폐가 아닌 민간화폐로서 각 지폐는 발행한 은행에서만 금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신용 화폐의 탄생

"Bullion bar in sea of coin" by Bullion Vault, CC BY 2.0.

1694년 영국에서 단일 법정 지폐와 중앙은행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이 법정화폐와 중앙은행의 탄생 배경은 순수하지만은 않다. 영국 정부는 재정 운영상 부족한 자금을 확충하기 위한 용도로 중앙은행을 탄생시켰다. 영국이 프랑스와 전쟁에서 자금난을 겪자 지폐를 발행하기로 했고, 화폐 발행에 드는 비용마저 없어 상인들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공동출자를 하는 방식으로 영란은행을 설립하여 중앙은행에서 파운드화를 찍어냈다.

이렇게 탄생한 파운드화는 애초에 민간 지폐와 크게 다를 게 없었지만, 정부를 등에 업은 파운드화는 위조한 자를 사형에 처하거나 영란은행을 제외한 은행의 화폐 발행을 금지했다. 이로써 영국은 독점적 화폐 발행권을 차지했다. 영국에서 국가가 화폐를 발행하여 재정을 확충한 성공 사례가 나오자 주변 국가들도 중앙은행과 법정 화폐를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지폐들은 금과 교환성에 기초해 가치를 부여했다. 이를 금본위제라 한다. 금본위제가 없다면 지폐는 그림 그려진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다. 영국 정부는 ‘지폐를 금으로 바꿔준다’라는 금본위제를 명문화하면서 지폐에 신뢰를 부여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고 각국 정부는 보유한 금 이상의 돈을 찍어내야만 했다. 결국, 금본위제의 맹주였던 영국을 시작으로 각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화폐의 가치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시점에 미국이 다시 금본위제를 선언했다. 달러를 가져오면 금으로 바꿔줬다. 이를 브레턴우즈 체제라 부른다. 당시 미국은 세계 금의 약 80%를 갖고 있었다. 사람들은 금을 중심으로 가치가 안정된 달러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미국이 발행하는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브레턴우즈 체제는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면서 천문학적인 전쟁 자금이 필요해지자 금본위제를 중단했다. 이때부터 화폐 가치와 금과의 관계는 끊겼고 현재와 같은 ‘명목화폐’ 또는 ‘신용화폐’의 시대가 시작됐다. 신용화폐는 금과 같은 실물의 가치와 연계되지 않고 정부의 신용을 근거로 유통되는 화폐이기 때문에 국가 경제가 흔들릴 때 화폐가치도 덩달아 급락한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신사임당이 그려진 노란 종이 한 장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200원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5만 원으로 알고 쓰고 있다. 즉 화폐의 가치는 내재가치가 아니라 ‘그것이 가치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실 또는 사회적 합의로부터 발생한다. 최근 화폐는 실체 없이 플라스틱 카드를 통해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만 이동하고 있다. 금속을 대체했던 지폐는 데이터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를 두고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했다고 표현한다. 다음 글에서는 현금 없는 사회에서 암호화폐의 역할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 참고 자료 >

- 돈의 역사, 중앙일보 함승민 기자, 2018, https://brunch.co.kr/@hamquixot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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