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속아왔다

in #kr8 years ago (edited)

난 돈도 안되고 굶어죽기 딱 좋은 역사학을 전공했다. 고등학교때 역사에 흥미가 생겨 백과사전을 들춰보며 시험기간을 보냈고, 가끔 헌책방에 가 먼지 쌓인 옛서적을 들춰보며 혼자 뿌듯해하곤 했다. 대학에 진학했다. 과동아리 격인 학회라는 것이 있어 무심코 현대사학회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망치로 뒷통수를 얻어맞고 귓방맹이까지 후드려맞은 충격을 받았다. 현대사의 일련의 사건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제주 4.3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각종 민간인 학살, 3.15부정선거, 4.19, 유신독재, 전태일 분신, 민간인고문치사, 5.18, 6월항쟁 등등.

나 이전에 충격적인 역사가 있었다. 불과 몇십년전의 사건들이었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역사를 배웠으나, 이런 부분은 다루지도 않았다. 단순히 희미하게 몇몇 이름만 접해봤을 뿐이었다. 이 정도의 사건이었는지는 알지도 못했다. 뼛속까지 충격을 받았고, 완전히 속았다는 느낌이었다. 적당한 것만을 가르치는 학교 교육에 속았고, 정작 중요한 것은 말해주지 않은 교사들에게 기만당한 기분이었다. 부끄럽고 화가 났다.

그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몇해 전 30대가 되었다. 나는 또다시 속았음을 느낀다. 10여년전 속았던 기분은 그저 애들 장난이었다. 이번엔 단순 몇몇의 사건을 알게 된 게 아니었다. 내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속은 느낌이었다. '돈'에 관한 것이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선생님도 부모님도.

흔히들 돈은 좋지 못한 것이라 말한다. 나쁜 것이거나, 추구해야할 1순위 목표는 아니라고들 한다. 돈을 좇는 삶은 결국에 공허해지고 무가치해진다고 한다. 순간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은 병들어 있고 주위엔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내가 속은 것이었다.

결단코 사실이 아니었다. 모두가 돈을 좇고 있었다. 돈을 좇으면서도 아닌체 했고, 돈을 어떻게 버는지도 몰랐다.심지어 돈이 무엇인지 조차 몰랐다. 어떻게 쓰는지, 어떻게 굴리는지 대강조차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푼두푼 아껴쓰자고 한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현재의 가난을 나중의 부유함으로 바꾸자고들 한다. 과거에도 있었던 논리다. 언제나 있어왔던 눈속임이다. 현세가 괴로우나 내세에 낙원에서 보답받는 다는 논리. 착실히 노력해 카르마 따위를 쌓으면 높은 카스트로 환생할수 있다는 논리. 고대 이래 수천년간 이어져온 논리가 자본주의와 결합한 것이다. 중세의 신부나 브라만의 설교를 자본가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좋은 말이다. 다만 모두를 기만하는 말이었다. 예부터 가장 적게 일한 자가 많이 가져갔다. 가장 많이 일한자가 가정 적게 가져갔다. 굳이 예를 댈 필요는 없겠지.언제나 그래왔으니까.

돈은 열심히 일해 버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일부는 맞다. 전부는 아니다. 돈을 한푼두푼 차곡차곡 모아선 부를 이룰 수 없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그리고 암호화폐와 같은 신흥자산등에 투자하여 시장성장과 함께 안정적으로는 연 10-20프로, 좀 시장이 좋거나 어떤 일생일대의 찬스가 왔을때는 기하급수적인 수익으로 단번에 일궈내는 것이 부였다.

학교에서 돈을 버는법, 쓰는법, 굴리는법 모두를 가르쳐야 한다. 비슷한 과목과 이야기는 배운적도 들은적도 없다. 돈이 전부인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왜 그것을 가르치지 않는가? 돈이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왜 그것에 대해 까막눈이 되어야 하는가?

난 막연히 돈을 싫어하는 체 하며, 돈을 갖지 못한 내 처지를 원망했다. 가진자를 부러워했다. 돈을 좇으면서 그 실체나 방법은 알지도 못했다. 이제야 알았다. 암호화폐를 접하며, 관련 서적과 포스팅을 탐독하며 알게 되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 스스로 습득해야만 했다.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한다. 재테크나 자산 증식의 방법은 막연히 혐오스러운것으로 여겨진다.주식을 하는 사람들을 사람들을 얼마나 혐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가. 이것이 가난한 사람을 그대로 가난하게 두고, 부유한 자를 부유하게 두며 그 간극을 더 확고히 하는 출발이었다. 양극화를 단단하게 만드는 받침이었다.

돈을 버는 방법, 부를 쌓는 방법은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고, 가르쳐준다하여 따라할 수도 없다. 우리의 막연한 본능에 거부감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 부에 대한 거부감은 부모세대로 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나는 속았다. 돈이 나쁜 것이라고 배운 것, 그리고 믿은 것.

나는 이제 기만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을 작동하는 힘은 욕망이다. 부에 대한 욕망과 편안함에 대한 열망이다. 하지만 누구도 공공연히 그런 욕구를 표현하진 않는다. 나는 이제 솔직해 질 것이다. 나 자신을 속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부유해지고 싶다. 내앞에 도둑처럼 찾아온 암호화폐와 함께 부를 좇을 것이고, 그것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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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스템의 근본이 가장 중요한건 말할것도 없겠죠 ㅎㅎㅎ

맞습니다. ㅎㅎ 방문과 덧글 감사드립니다~

자극적이긴 하지만 좋은 글입니다.
노동의 가치에 대해 의문이 드는 요즈음입니다.
대학원생 신분인 제 입장에서도,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모으고 있는 친구는 한 학기동안 400만원을 벌었는데, 종자돈 200만원으로 코인 단타를 한 친구는 1000만원을 벌었네요.
물론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라지만 씁쓸한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도 무척이나 씁쓸합니다. 단타도 노동이라면 노동이겠으나,
땀흘려 일하는 아르바이트와 비교할 수는 없죠. 단순히 사놓고 홀드한다면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채 땀흘려 번 수익을 압도합니다. 세상일이 다 그런것 같네요.
정성 깃든 덧글 감사드립니다. ^^

재미있는 시각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소위 재테크라고 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혐오적 시각 ..
그리고 꼭 '일해서 돈버는게 맞다.'는 사회적 분위기 ..

그것이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고 있는 기득권의 시각인 것 ..

맞습니다. 좋은 건 자기들이 다 하면서 남은 못하게 하는 기득권의 논리..
제가 가난한데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ㅎㅎ 핑계일수도 있겠지만요^^;;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방문과 덧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학교에서 버는법, 쓰는법, 굴리는법을 가르쳐야 한다는건 굉장히 공감가는 글입니다. 무조건 아끼는방법만 가르치는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하네요 ㅎㅎ

맞습니다. 기초 학문에 대한 교육도 좋지만 살아가는데 유용한 지식이나 지혜도 가르쳐야 할텐데, 그런것이 전무하죠. 이제 슬슬 바뀔때가 온 것 같습니다~

버는 법, 쓰는 법, 굴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에 깊은 공감이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위선자가되기 가장 쉬운 법은 돈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태도를 갖추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좀 더 솔직히,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생겨야 자본주의의 문제도 더 수월하게 해결될 거 같네요.

네 정확히 짚어주셨습니다. 돈에 초연해 살 수 있는 사람이 거의 극소수인데도 아닌 척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다들 솔직해져야 경제 문제도 한결 수월하게 해결 될 것 같습니다. 덧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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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부모님세대의 돈에 대한 관념과 지금 시대의 돈에 대한 관념은 너무도 다르지요. 지금 시대는 돈을 아껴서 모으자가 아니라, "돈을 투자해서 새로운 벌이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자" 의 시대라고 생각이 들어요

네 맞습니다.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죠. 그런데도 과거의 논리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좋은 덧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전 학교에서 '경조사 예절' '교통사고시 합의 방법' '연애하는 법' 이런거 가르쳤으면 했는데. ㅋㅋㅋㅋㅋ 갓 20살이 되고 장례식장에 가면 뭐해야 되는지 이런거 막연하더라구요. ㅋㅋ

저도 그랬습니다. 정작 필요한건 하나도 배운게 없네요. 그래서 네이버를 찾게 되지요ㅋㅋ 공교육이 정작 가르쳐야 할 것들이 아닌가 싶습니다ㅎㅎ

아주 공감하고 갑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주의의 원리를 아냐 모르냐가 계급과 사다리를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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