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뉴스] 업비트가 해명해야 할 정말 중요한 의문

in #kr6 years ago


검찰이 수사내용을 조금만 흘리면 온갖 확인되지 않은 의혹까지 쏟아내는 행태는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이번 업비트 사건에서도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벌써부터 판결문에 가까운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무책임한 추측성 보도는 지양하고자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먼 수사와 재판 과정을 차분히 지켜보면서 독자 여러분께 최대한 정확한 소식을 전달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기사는 이미 드러난 팩트에만 기반해서 업비트 사건을 분석했습니다. 업비트와 관련된 의혹의 핵심인 ‘지갑’ 문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계기로 거래소의 지갑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이 구체적인 압수수색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업비트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코인을 장부상으로만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에도 지갑 문제가 있다. 

암호화폐 지갑이란?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된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에 어느 참여자(또는 노드)가 얼마만큼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지 기록해두는 시스템이다. 지갑은 이 분산원장에 기록된 정보를 열람(인터넷뱅킹의 ‘잔고조회’를 떠올리면 된다)하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기능(인터넷뱅킹의 ‘계좌이체’와 같다)을 갖춘 어플리케이션이다. 암호화폐를 개발하는 재단이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지갑도 있고, 모든 암호화폐가 오픈소스로 공개된 만큼 이를 이용해 제3자가 만든 공개형 지갑도 있다. ‘bitcoin.org’나 ‘마이이더월렛’ 등이 이런 공개형 지갑이다.

하지만 지금 업비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지갑은 이런 지갑이 아니다. 위에서 설명한 지갑은 블록체인에 직접 연결된 ‘온체인’ 지갑인 반면, 업비트 등 거래소들이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지갑은 해당 암호화폐의 블록체인과 연결되지 않은 ‘오프체인’ 지갑, 즉 거래소 내부용 지갑이다. 온체인 지갑은 거래를 실행할 경우 블록체인에 기록이 되지만, 오프체인 지갑은 해당 거래소 내부 장부에만 기록이 남는다. 업비트 안에서 암호화폐 거래가 아무리 많이 일어나도, 즉 업비트 회원들 사이에 어느 암호화폐의 주인이 아무리 여러 번 바뀌어도 해당 기록은 오프체인 지갑과 거래소 내부 장부에만 남을 뿐, 블록체인 상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회원이 업비트의 오프체인 지갑에서 다른 거래소(또는 다른 온체인 지갑)로 암호화폐를 옮기겠다고 ‘이체’ 주문을 해도, 이는 회원이 업비트에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 것일 뿐 실제 블록체인 상에서 이체를 실행시키는 것은 아니다. 업비트가 회원의 주문에 따라 자신의 온체인 지갑에서 다른 거래소의 온체인 지갑으로 블록체인 상의 거래를 체결해야 비로소 이체가 된다.

오프체인 지갑이 사용되는 이유는 현재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 탓이다. 온체인 상에서 거래가 체결되기까지는 암호화폐에 따라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의 수많은 개발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시시각각 큰 폭으로 변동하는 암호화폐 시세를 감안하면, 거래가 체결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가며 온체인상에서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의혹의 원인: 업비트엔 오프체인 지갑이 없다

업비트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지갑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문을 연 업비트는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렉스와 제휴를 맺었다. 비트렉스와 API를 연동해 C2C(비트코인, 이더리움, USDT 등 암호화폐로 다른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것)로 137개 코인 거래가 가능하다.

업비트가 자체적으로 거래를 체결하는 원화마켓(원화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것)에서는 현재 47개 코인이 거래된다. 업비트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원화마켓에 상장된 코인 중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만 지갑을 제공했다. 11월에 상장된 네오, 리스크, 오미세고 등은 원화마켓에 상장한 뒤 1달 이상 지나서야 지갑이 제공됐다.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거래 중인 모든 코인의 지갑을 상장과 동시에 제공한 것과 대비된다. 이후 업비트는 순차적으로 지갑을 늘려 지금은 47개 가운데 1개(디크레드)만 지갑이 없는 상태다.

거래소가 회원들에게 상장된 코인의 지갑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실제 코인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역으로 지갑을 제공했다고 해서 실제로 코인이 존재한다는 뜻도 아니다. 거래소가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지갑은 어차피 코인들의 블록체인과 상관없는 내부 장부를 반영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업비트가 지갑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고객들이 자신이 산 코인을 다른 거래소나 다른 온체인 지갑으로 이체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아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존재하지 않는 코인을 팔았으니까 고객이 코인을 외부로 옮기지 못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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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초기 내부 물량 의혹은 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업비트는 고객들이 업비트의 BTC 마켓에 있는 비트렉스 물량을 산 다음 KRW 마켓에서 판매하는 식으로 입출금 없이도 비트렉스의 물량을 가져다가 팔았다고 주장할 거 같아서 이 내용은 제 포스팅에서 뺐습니다.

좋은 기사 잘 보고 갑니다. 앞으로 팔로우 하겠습니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부분을 너무나도 명확하게 잘 설명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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