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좀 닫아주세요

in #kr6 years ago

요즘처럼 날씨가 따뜻해지면 아파트에서 내 신경을 묘하게 자극하는 일이 일어난다.

우리 아파트는 앞집과 마주 보는, 한 층에 두 집씩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계단참마다 꽤 큰 창문이 있다.
이 창문에는 방충망이 없다.

근데 이 창문을 누군가가 수시로 열어놓는 것이다.
밖에 나가거나 집으로 들어올 때 이 창문을 보면 거의 항상 열려 있다.

내 짐작으로는 누군가 바로 이 자리에서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
그리고 담배연기가 다 나갈 때까지 기다리기는 싫으니까 그냥 창문을 열어놓고 가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일이 이맘때부터 시작해서 꽤 날씨가 쌀쌀해지는 초겨울까지 계속 이어지는데 그래도 양심이 아주 없지는 않은지 한겨울에 열어두는 법은 없다.
나름대로 추울까봐 배려를 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게 여름이라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방충망이 없다 보니 여름에는 모기들이 다 이 창문으로 들어오고 우리 집에서 문을 여닫을 때마다 이 모기들이 집으로 들어오니까 말이다.

그리고 모기는 항상 나를 좋아한다.
난 정말 땀을 많이 흘리는 것도 아니고 몸에 열이 많은 것도 아닌데 모기들은 늘 내 피를 좋아한다.
가족 중에서 모기한테 물리는 사람은 항상 거의 나밖에 없다.

열려있는 창문을 볼 때마다 내가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다행히 아직은 집에서 모기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제 곧 모기가 창궐할 것이고 그러면 또다시 난 어김없이 모기의 영양공급원이 될 것이 뻔하니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도 열려있는 창문을 분노에 떨면서 닫았다.
분명히 창문을 여는 자는 알고 있다.
누군가가 열심히 자기가 열어놓은 창문을 닫는다는 것을.

나는 닫고 누군가는 열고
나만 괴로운 이 지루한 암투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피로감이 몰려오는 느낌이다.

내 나름대로 누구인가를 추리해보기도 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이사온 앞집같기도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자니 너무 단순한 거 같다.
일부러라도 자기 집 바로 앞은 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렇다면 위층일까.
오히려 위층이 더 타당한 추리일 수도 있을 거 같다.
일부러 한 층 아래로 내려와서 담배를 피우고 문을 열어두고 간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추리를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일은 없다.
직접 현장에서 보지 않은 이상 뭐라 하겠는가.

메모를 써서 붙여놓을까 생각도 해봤다.
근데 아무래도 이렇게 하면 청소하시는 아줌마가 짜증 내며 떼어버릴 거 같다.
어쩌면 아줌마도 누가 이걸 붙여놓았을까 하며 분노에 떨지도 모른다.

한번도 현장을 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현장을 포착하면 뭐라 할까 생각해봤다.
'담배 피우시고 문 좀 닫아주세요. 모기가 너무 많이 들어와요'라고 해야겠다 생각하는데
이런 불편한 일 없이 제발 그 누군가가 문 좀 닫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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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보팅 받았네요. 모기는 저랑도 참 친해요..ㅠ.ㅠ

별말씀을요..ㅎㅎ 롱다리님께 제가 늘 감사한 걸요.^^
모기와 친하면 안 되는데...ㅠㅠ

나도 우리카페 흡연실 문 조금 열고가는사람 너무 열받음

꼬리 긴 사람들이 항상 문제...근데 카페 함?

카페창업이 꿈!!

카페 창업하면 결제는 스달로..난 간지패밀리니까 패밀리가격으로!!

한번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여간 불편한게 아니죠... 메모하나 해 놓으심이 좋을듯 합니다.

사소한 일인데도 은근히 신경 쓰이네요. 일단 메모를 해두는 방향으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악!!!! 정말 분노.....
저희는 1층이 주차장이고 저희집은 2층인데
바로 저희집 베란다 밑에서 담배를 펴요 ㅠㅠ
옆집 인간들인데 몇번 걸려서 말을해도 말을 안들어서 저희는 그게 문제....
진짜 분노 이해합니다. ㅜㅠ

일단 seulbongbong님 분노부터 가라앉히셔야 할 거 같습니다.ㅋㅋ
말을 해도 해결이 안 된다면...정말 문제네요.
많이 속상하시겠어요.ㅠㅠ

한국계 러시아 애들인데...
욕까지 해봤는데도 나몰라라예요 ㅠㅠ
주인 아저씨한테 말해도 소용없어서
날씨 좋은날에도 문 닫고 살아요 ㅠㅠ
그래서 이사가요 조만간;;

이사까지 가실 정도니 그동안 많이 스트레스를 받으셨나 봅니다.
이사 가시면 부디 좋은 이웃 만나시기 바랍니다.ㅠㅠ

이런작은 일들이 사람을 힘들게하는 것 같습니다

작은배려가 필요해보입니다
힘내세요~!!

사실 신경 안 쓰고 창문 닫으면 간단한 일인데도 은근히 피곤하네요.
힘내라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메모장 붙여 놓고 가는거 괜찮을것 같아요. 청소하는 분이시건 누구건 모기에게 피해보는건 같으니까요^^; 일단 한 번 붙여보세요~ 문 닫고 다니라구요~

아무래도 이제 모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래야겠습니다.

아 창문열고 담배피는 사람 극혐이에요 ㅜㅜㅜㅜㅜㅜㅜㅜ 여름에 창문열어 놓으면 담배 냄새 다들어오고 ㅜㅜ

전 담배 피우든 뭘 하든 상관 없는데 모기만 안 들어왔으면 좋겠어요.ㅠㅠ

그 사람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나봐요 ㅠ 한번 포스트잇으로 붙혀놓는것도 나쁘지 않은거 같아요 때로는 한번 말해야 의식하고 바뀌니까요 ㅎ

앞으로 모기가 기승을 부릴 때쯤 되면 포스트잇 붙여놓는 거 고려해봐야겠습니다.
일단은 좀 더 참아보구요.ㅎ

혼자 너무 고생하시지 마시고 힘내세요!

ㅎㅎㅎ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오치님~늘 감사합니다!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한번 거기에 붙여놓기라도 하는게 좋죠... 아니면 관리 사무소에게 직접 얘기를 해보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방충망이라도 있으면 좋겠네요...

방충망이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뭐 어쩔 수 없죠.
모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일단 메모를 붙여놓든지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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