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과 익숙함

in #kr6 years ago (edited)

몇달 전 노트북이 완전히 먹통이 되는 바람에
센터에 가서 하드를 통째로 교체한 일이 있습니다.

하드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아
마음이 무척 쓰라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하드를 교체하고 난 컴퓨터를 보면서
마치 새로 산 것처럼 흐뭇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설치하고
고장나기 이전과 똑같은 상태로 만들기까지
번거로운 작업들을 해야 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안 되는 게 있었습니다.

블루투스 연결.

고친 노트북 말고 일할 때 사용하는 데스크탑 중에
네트워크로 연결이 안 된 그야말로 독불장군 컴퓨터가 1개 있습니다.

이 독불장군도 일할 때에는 꼭 사용을 하게 되는데
독불장군에게는 블루투스로 파일을 보내곤 했죠.

블루투스 문제를 어서 해결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곤...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렸죠.

한참 바쁘게 일하다 파일을 보내려던 참에야
블루투스가 안 되는 걸 깨닫고
당장 급하니까 옆의 컴퓨터에 파일을 보내고
또다시 옆의 컴퓨터에서 독불장군에게 블루투스로 파일을 보냈습니다.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파일을 보내는 게 몇번 안 되고
보낼 때마다 시간도 기껏해야 1-2초 더 걸릴 뿐이니까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2일은 이렇게 다른 컴퓨터와의 삼각관계를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블루투스가 안 되기 시작했던 그 때가 언제인지
이제는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삼각관계의 일을 할 때마다
옆의 컴퓨터 주인님에게
'미안! 다음에 꼭 블루투스 해결할께'라는 말만 할 뿐이죠.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말을 꼭 덧붙이게 됐습니다.
'다음에 해결하라고 꼭 얘기 좀 해 줘. 내가 자꾸 잊어버리잖아.'
그것도 살짝 원망조로 말입니다.

그러면 오히려 '아~미안! 내가 꼭 얘기해줄께'라는 대답을 듣게 되죠.
서서히 누구의 잘못인지 경계도 모호해지게 됐습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키보드의 영문 배열이 사실은 영어권 사용자들이 사용하기에는
가장 불편한 배열이라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 쿼티 키보드 배열이 나올 때
판매를 막으려는 세력의 방해로 가장 불편한 배열로 만들었는데
이게 그 상태로 점점 널리 사용되다 보니
이제는 그 불편한 배열에 익숙해져 키보드 배열을 바꿀 수가 없다는 이야기였죠.

불편함과 익숙함.
언뜻 생각하기에는 굉장한 괴리감이 있을 것 같지만
불편한 것도 익숙해지면 불편한 것이 없어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오늘도 저의 뻔뻔함과 함께 컴퓨터의 삼각관계는 여전히 문제 없이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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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과의 삼각관계
불편한게 익숙해 지면 발전은 없을듯 하네요 ㅋㅋ

그러게요. 맞는 말씀입니다.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불편함이 익숙해지셧네요 ㅋㅋㅋ
자연인으로 돌아가신듯 ㅎㅎ

익숙해지니까 그냥 그대로 쓸만해요.ㅎㅎ

한글도 2벌식 자판자체가 문제가 많긴 한데... 익숙해지니 그냥 쓰는것처럼..... 불편함도 익숙해지면 바꾸기가 어렵죠... ㅠㅠ

한글 자판도 뭔가 문제가 있나 보네요. 익숙해지니 바뀌는 건 싫죠.ㅋ
불편함과 익숙함...묘한 조합인 거 같아요.

익숙함을 위해 불편함을 이겨야하는데. 저의 귀찮음이 이겨버리네요 ㅋㅋㅋ

익숙함과 불편함에 귀찮음...셋은 뗄레야 뗄 수가 없는 관계인 걸까요.ㅋㅋㅋ

저의 노트북은 한번 맛이 가서 모든게 다 날아가고~ 지금도 쓰고는 있지만, 언제 또 돌아가실지.. 걱정~ 스달이 더 오르면 하나 사고 싶으네요 ^^

불안불안하시겠네요.ㅋ
제 노트북은 하드를 바꿔주고 나니 아직 쌩쌩하네요. 역시 돈이 좀 들어가야...ㅠㅠ
노트북 새로 장만하실 수 있도록 스달 오르길 바라겠습니다.ㅎㅎ

키보드에 그런 숨겨진 비밀이 있을줄은 몰랐네요...
지금은 너무 익숙해져 버렸는데 키보드 종류도 다양하고 속기사 분들이 쓰시는 키보드는 배열이 다르다고 하더라구요! 오늘도 하나 배워가요 ㅎㅎ

속기사 분들 키보드는 비싸다고 들었는데...
익숙하다 보니 키보드 배열이 달라지면 못 쓸 거 같아요.^^

만약 혼자라면 약간만 불편하면 되긴 하는데, 중간의 다른 분이 끼어야 하니 그게 신경 쓰이시겠어요. ㅎ
그래도 익숙함이 불편함을 앞서는 것 같아요.
윗 분 말씀처럼 한글 자판도 2벌식, 3벌식 중에 3벌식이 더 빠르게 타자를 칠 수 있죠.
하지만 지금은 쓰는 사람이 별로 없는.. ㅎㅎ

네..제가 좀 뻔뻔하죠..ㅋㅋ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자판이 있어도 이미 대중적으로 보급된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저라도 만약 키보드 배열이 바뀐다면 정말 싫을 거 같아요.ㅎㅎ

불편함 속에 익숙함이 들어갔네요.
그러면서 귀찮음까지. . . ^^;;

불편함과 익숙함에 귀찮음까지...또 하나의 삼각관계네요.^^

저도 랩탑이랑 데스크탑 모두 가시기 일보직전들인데요 ㅜㅜ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갑자기 마구 꺼지거든요 ㅜㅜ

징조가 안 좋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거 같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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