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가치

in #kr6 years ago

제게는 아주 특별한 물건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사를 다니더라도 잃어버리지 않도록
꼭 챙기는 아주 오래된 녹음테잎이죠.

제가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말 하는 걸 제대로 알아듣기도 힘들 만큼 어렸을 때
저희 아빠가 녹음하신 테잎인데요.
특별한 내용은 없고 그저 당시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그래도 그 테잎 안에는
어린 시절의 나뿐 아니라 저의 형제, 그리고 지금과 다르게 젊디젊으신 부모님,
돌아가신 할머니의 목소리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당시에는 요즘처럼 동영상 녹화를 쉽게 할 수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사진과는 또 다른 저희 가족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저희 아빠는 이 방법을 택하셨던 것 같습니다.

도중에 아빠가 오늘이 몇년 몇월 몇일이지? 하고 물어보시고
저희가 큰 소리로 대답하는 내용이 나오는 걸 보면
이게 나중에 소중한 추억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얼마나 치밀한 계획하에 녹음을 하신 건지 알 수 있으니까요.

이제는 세상이 많이 변해서
이 테잎을 재생할 수 있는 기계를 찾기가 힘듭니다.
저희 집도 언제부터인지 녹음테잎을 재생할 만한 오디오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그나마 작은 싸구려 라디오가 하나 남아있긴 한데
요즘엔 틀어보지 않아 제대로 작동을 할 지 모르겠네요.
만일 이마저도 안 되면 어떻게든 재생을 할 만한 기계를 찾으면 됩니다.
이 테잎만 가지고 있으면 말이지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 테잎이 어떻게 보일까요?
저희 가족에게는 둘도 없이 소중한 테잎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오래된 낡은 테잎일 뿐이겠죠.
그냥 버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구닥다리 테잎 말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그 테잎이 무슨 가치가 있냐.
갖다버려도 그만인 그런 하잘것 없는 낡은 테잎에 왜 그리 집착을 하느냐
한다면 너무나 가슴이 아플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잘 것 없는 물건이라도
제게만은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들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이제는 빛바랜 어린 시절 사진.
학창시절 빼곡하게 일정을 적어두었던 수첩.
외국여행때 샀다는 이유만으로 줄곧 옷장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도저히 입지 못할 옷들까지.

소중한 정도가 크든 작든 간에
모두 제게는 쉽사리 버릴 수 없는 추억이 담긴 물건들입니다.

스팀잇에서의 제 계정의 가치는 어떠할까.
어젯밤부터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전 스파도 적고 프사도 없습니다.
프사를 넣지 않은 것은 제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 영향력이라곤 먼지만큼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저 그렇고 그런 뉴비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 저에게 그 계정이 무슨 가치가 있냐고 한다면...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 간에
무언가의 가치를 항상 객관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세상의 모든 것에는 주관적인 가치가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갖가지 잡동사니들이 저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잘것 없는 제 스팀잇 계정은
70여일 끊임없이 제가 남긴 흔적들입니다.
그래서 제게는 소중합니다.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른 분들의 계정도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 주관적인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스팀잇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치는 남이 인정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인정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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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소중한 보물을 가지고 계시네요.^_^
스팀잇도 소중한 보물로 남으시길 응원합니다.

네. 보물 맞아요.ㅎ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울곰님!^^

나에 귀중한 물건이든 추억이든 그것은
다른 사람이 함부로 평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가치를 정하기에는 너무 소중하니까요..

맞아요. 가끔 자신의 잣대로 남의 것을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그러지 말아야 할 거 같아요.

가치에 가치를 더하는 스팀잇.
여기도 결론은 사람이에요~
모래바람이 불었지만, 더욱 견고해질것 같습니다.
재밌게 놀아봐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죠.
하루님 말씀대로 더욱 견고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하루님~정말 재밌게 놀아보자구요.ㅋ

남들이 보는 가치보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가 더 중요하죠.
그래서 가치관이 다르다고 하잖아요?
스팀잇에 쓴 글들이 나중에 어떤 가치를 지닐 지 저고 참 궁금해 집니다.

나중에 돌아보면 각자 생각의 흔적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고보면 영구박제된다는 게 어떨 땐 꼭 나쁘지만은 않은 거 같아요.^^

요즘 재미를 못느끼는 저한테 따끔한 일침인 듯요..
너무 좋은글인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seulbongbong님 따끔하게 해드리려던 건 아니었는데요.ㅋㅋ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자주 뵈요.

ㅋㅋ제가 괜히찔린거쥬...파핫ㅋㅋㅋ
넵! 자주자주 만나요~~^^

ㅎㅎㅎ자주 만나유ㅋㅋㅋ

영향력이 없다니요? 이렇게 본인의 생각을 알려주시는것으로 제 자신의 입장에 비추어 공감하고 생각해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계십니다!! 다른사람의 생각을 어디 쉽게 알수 있겠습니까? 좋은밤 되세요! 좋은글은 풀봇으로~

제 생각을 이해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거기다 풀봇까지~~두배로 감사합니다. ㅋ
라이드팀님~좋은 밤 되세요!^^

아- 아버님의 센스가 엿보이는 추억의 물건이네요 :)
옛날 엄마가 어릴 때 우리 모습을 찍어주셨던 비디오를
다시 재생해보고싶은 생각이 드네요!

비디오카메라 나왔을 땐 참 좋았는데 말이죠.
요즘엔 비디오재생기도 쓸 일이 없네요.ㅋ
비디오가게도 사라지구요.
한번 재생해 보셔요. 추억이 새록새록~^^

맞아요. 그런 것들이 있죠.!
피규어 모으는 사람들한테는 소중하지만 아닌 사람들한테는
그냥 장난감으로 보이는거 처럼요!!

네. 각자 소중한 게 있기 나름이죠.ㅎ
좋은 밤 되세요. kanmiso님!^^

마지막 문장 너무 공감됩니다.
자신이 인정하는 가치를
남이 가볍게 평가하면 기분나쁜게 너무 당연한건데 말이죠..

그리구..!
좋은 큐레이터분한테 지원받으신거 축하드립니다!!ㅎㅎ

간지님! 이렇게 품격 있는 댓글을 달아주시니 새로운 면모를 뵙게 되는 거 같습니다.ㅋ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젯밤 애 많이 쓰신 거 봤습니다. 멋지십니다.
좋은 큐레이터분한테 지원받게 된 거 모두 간지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본인의 능력이십니다!
그래두 감사합니다 :)

겸손까지...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테이프로 녹음! 저도 아이가 생긴다면 해봐야겟어요 부모님과 지금 동영상도 많이 찍어놔야겠구요!! 제 글의 보팅을 적게 받을때는 글이 의미없게 생각햇던 저 스스로도 반성해보고 갑니다

부모님과 동영상은 정말 많이 찍어둬야 할 거 같아요.
아이가 생겨도 자라나는 모습을 남겨두면 아이한테는 소중한 추억이 될 거구요.
그리고 보팅액에 신경 안 쓰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인걸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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