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춘수야] 나에게로 온 꽃

2016년의 겨울, 나는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한때 위험할 만큼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가도 이겨냈던 나는, 가벼운 감기처럼 이 우울증도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번 물든 우울증은 번지고 또 번져, 나를 잠식해갔다. 지나친 과로로 인한 우울증. 물론 다른 이유들도 더해졌겠지만. 나는 견딜 수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나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다만, 한 가지. 나의 어두운 마음속에 비치는 한줄기 희망의 빛은 따뜻한 털 뭉치, 고양이였다. 나는 그 어두움 속에서도 고양이만은 열렬히 사랑하고 있었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고양이는 훌륭한 정신과 의사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자체가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생기는 책임감이 우울증의 무게를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무작정 고양이나 강아지를 들여 나를 치유하라고 하기엔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무턱대고 키울 수 없는 노릇이다. 일단 혼자 사는 게 아닌 데다가 엄마는 심하지는 않지만 털 알레르기가 있었다. 멋대로 들여왔다가 할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생각도 하기 싫었다. 이전에도 그랬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지난한 마음의 준비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엄격한 잣대로 기준을 매기고 또 매기고. 나는 여러 가지 이유를 덧붙여가며 고양이를 들이는 것을 망설였다. 그리고 이런 일은 이른 겨울부터 봄을 지나 여름이 찾아올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사진에 치여 방문한 어느 펫샵에서 묘연이 시작되었다. 사실 그곳에 어떤 아기 고양이가 있었어도 홀리지 않은 사람이 있었겠냐마는, 나는 정말 홀린 듯이 계약금을 걸었고 그렇게 나의 고양이를 만났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그렇게 7월 한여름에 시작된 우리의 만남은 행복함 그 이상이었다. 처음으로 춘수가 온 그날을 나는 잊지 못한다. 케이지에서 밖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시간들까지도. 한 줌도 채 되지 않는 조그만 아기 고양이가 나의 집에 왔다.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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