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73진짜보물(마지막회)

in kr •  27 days ago

-1905년 5월28일, 오후5시.
이미 돈스코이에 백금괴를 넘겨준 사실을 모르고있는 일본함대는 나히모프
호를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다.도웬스키 제독은 다른 선원들을 모두 탈
출시킨 후 부제독과 둘만 남아 침돌해가고 있는 나히모프호를 지키고 있었
다. 배는 이미 3분의 2가량이 침수되어 있었다. 부상을 입은 부제독이 제독
의 휠체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아 있었다. 물은 벌써 갑판 위까지 차올라 엉
덩이를 적시고 있었다. 둘은 곧 다가올 죽음을 예상한 듯 체념한 눈빛이다.
부제독이 힘겹게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제독에게 물려주고 자기도 하나 피
워물며 말했다.
"큰 상자가 1만개나 더 있는데 왜 작은 상자 500개만 돈스코이호에 실었습
니까?"
부상이 심각한듯 말을 하려던 제독은 끄응 신음을 내뱉은 후 힘겹게 입을 열
었다. 그는 들고 있던 지팡이로 배를 탁탁치며 말했다.
"이 배안에는 발틱함대가 일본 열도를 모두 점령한 후 신민지 정부를 만들어
통치자금으로 쓸 엄청난 양의 백금괴가 있네."
"그랬군요. 500kg짜리 1만 개. 5천 톤의 상자가 모두 백금괴였군요."
도엔스키 제독은 분노한 얼굴로 말했다.
"일본해군은 우리가 엄청난 양의 금괴를 싣고 있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
던거지."
"어떻게 그런 일이..누군가 짜르 황제를 배신했군요."
"전에 시중 노릇을 하다가 크게 출세한 놈이 있었는데 그놈이 일본의 끄나풀
이었을 줄은 아무도 몰랐던거지. 만일 일본군에게 고스란히 이 배를 빼앗겼
더라면 우리는 러일전쟁에서 지게 될지도 모르네. 아니, 세계는 일본의 막강
한 경제력 앞에 무릎을 꿇게 될 뻔했지."
"이미 기술도 최첨단으로 발전해있는 일본인데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군요."
도엔스키 제독은 뭐가그렇게 좋은지 시야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돈스코이호
를 지팡이로 가리키며 껄껄 웃으며 말했다.
"저 돈스코이호에 실은 500개 상자 중 100개만 진짜고 나머지는 쇠일세."
"그럼 돈스코이는 일본함대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였군요?"
제독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물이 허리까지 차 올랐다. 제독은 몸이 경직
되고 있는지 몸을 벌벌 떨며 말했다.
"이 배밑에 1만 상자의 백금괴가 있다네.."
제독의 말대로 돈스코이호에는 일부의 금괴만 실렸을뿐 나머지는 나히모프
호 바닥에 구멍을 뚫어 바다밑으로 미리 가라앉혔다.배가 그토록 빨리 침몰
한 이유였다. 아무튼 금괴 위에 쇠로된 나히모프호가 내려앉아 어미닭처럼
품어 안은 셈이 되기때문에 나중에라도 금괴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었다. 도엔스키 제독은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우리는 귀신이 되어서 이 금괴를 지켜야하네."
부제독도 물귀신이 될 각오를 하고 제독의 생각을 숭고하게 받아들였다.
"영광입니다."
멀리 일본해군 함대가 모습을 드러냈다.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
다. 도엔스키 제독은 부제독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나랑같이 생활한지가 20년쯤 되었던가?"
"정확히 20년하고도 5개월 입니다."
"오랜동안 동거동락했는데 자네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군.미안하네"
"괜찮습니다."
"아버지는 살아계신가?"
"고급 장교였던 아버지는 영국해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영광스런 죽음이었군."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저는 5남매중 첫째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미국 캘리
포니아로 건너갔습니다."
"캘리포니아? 거긴 왜?"
부제독은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는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금광을 찾아 갔지요."
제독도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그래서 많이 건졌나?"
"3년 동안 금은 구경도 못하고 오렌지만 실컷 먹었습니다. 가져갔던 돈도 다
떨어지고 결국 탄광에서 한동안 일하다 러시아로 허망하게 되돌아왔어요.
죽음에 이르러서야 금을 구경하게 되는군요.그것도 어마어마한 양의 금을."
둘은 곧 바다속으로 사라지고 그들이 피우던 담배만 물위에 동동 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일본함대는 나히모프호가 가라앉은걸 목격하고 정황상 금이
모두 돈스코이호로 옮겨졌을거라 예상하고 뒤쫓기 시작했다.
도엔스키 제독의 바램과는 달리 쓰시마 해전에서의 일본 해군의 승리는 일
본이 세계열강으로 부상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러시아와 일본은 미
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의 중재로 포츠머스회담을 통해 전쟁을 중지하였다.그
러나 이 포츠머스회담의 핵심은 한국을 일본에 넘긴다는 것이었다.뿐만아니
라 여순,대련을 일본이 점령했고 북위 50도 이남의 사할린 섬을 일본이 가져
갔다.동해와 오호츠크해,그리고 베링해의 러시아령연안 어업권도 일본이 모
두 차지했다. 짜르황제로부터 가뜩이나 억압받아오던 러시아 국민들은 이일
로 인해 분노하고 귈기했다. 결국 러시아 정부의 정치적 군사적 무능력을 드
러낸 러-일전쟁은 1905년 러시아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고 짜르시대는 막을
내리고야 말았다.
-할매의 집 / 콘크리트 무덤 안
할매가 타이르듯 성윤에게 말했다.
"보물은 누구에게나 위험한 물건이야."
"이제서야 할매를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그때 왜 그랬는지.왜 이제서야 보
물을 넘겨 주는지."
"보물은 위험혀. 그래서 이제 주는거셔. 근데 이걸로 뭐 할 거야? 사탕 살 거
야? 콜록콜록.."
"왜 자꾸 기침을 해? 어디 안 좋아?"
"아녀, 괜찮어."
"이거 할매 다 가져. 사탕 사먹어."
"정말?"
"그래 다가지고 가. 난 딱 하나만 가질래."
성윤은 백금괴 한덩어리를 가방에 억지로 쑤셔 넣었다. 나중에 진주에게 선
물로 줄 요량이었다. 그가 무덤속 금괴를 가리키며 할매에게 말했다.
"이거 아무한테도 알려 주지 마. 알았지?"
"알았어. 내가 다 가질거셔. 사탕 사 먹을 거셔. 콜록"
"그만 나가자. 나 저동 앞바다에 다시 가봐야 해."
"거긴 또 왜?"
"돈스코이 건지러가야 하거든."
성윤이 멀리 울릉 항에 정박해 있는 모선을 바라보았다. 철우가 목빠지게 기
다리고 있을게 뻔했다.
"아야, 안 가면 안 되냐?"
"여러 사람이 기다려. 중요한 일이라 꼭 가야해. 일 끝나면 금방 다시 올게."
"정말이지?"
"아 그럼.."
할매와 성윤은 손을 잡고 무덤을 나왔다. 어느새 캄캄한 어둠이 내려앉아 있
었고 밤하늘에 별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성윤의 집/한밤 중
진주와 뜨거운 섹스를 나눈 후 성윤은 침대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침대위 오
른쪽 벽에 커다란 세계지도가 붙어있었다.지도 곳곳에 보물표시가 되어있었
다. 진주가 다짐을 받으려는 듯 성윤에게 말했다.
"그럼 보물사냥은 더 이상 안하는 거지?"
"당연하지 그걸말이라고 해.나도 보물이라면 이제 징글징글하다 아주그냥."
"믿을 수가 있어야지."
진주는 못 믿겠다는 듯 픽돌아 누웠다.
"좋아 그럼, 내가 증거를 보여주지."
성윤이 옆에 벗어놓은 바지주머니에서 할매가 준 종이를 꺼내보였다.부시럭
소리에 다시 돌아누운 진주가 궁금해서 물었다.
"이게 그 돈스코이 보물지도였어?"
"이놈 하나가 여러 사람 애간장을 태웠어. 완전 요물이야."
진주가 성윤에게 종이를 건네받아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했다.
"뭐 별거 아니네. 그냥 그림이 그려진 종이짝일 뿐이네."
"종이로만 보이는건 네가 보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얽힌 사연이 엄청 많은가봐?"
"또 뭔일 생기기 전에 이런 요물단지는 얼른 없애버리는게 좋겠다."
성윤이 종이지도를 넓게 펼쳤다. 그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는 순간 진주
가 소리쳤다.
"잠깐.. 가만있어봐. 뭐가 그려져 있는데."
라이터로 자세히 비추자 보물선 지도 반대면에 희미하게 그림이 보였다. 성
윤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진주가 벽에 붙은 세계지도와 종이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어째 시베리아 같다."
"시베리아?"
그림을 자세히 살피던 성윤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
"이, 이건..니콜라이 2세의 페르시아 보물지도!"
중동의 석유에 눈독을 들이던 러시아의 니콜라이황제가 나중에 사우디쪽에
땅을 사기위해 아무도 모르게 이란의 척박한 사막에 엄청난 양의 금화를 짱
박아놓았다는 전설이 있었는데 어쩌면 이지도가 연관이 있을것만 같았다.성
윤의 예리한 촉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작작좀 해라 잡놈아.
"그건 또 뭐야?"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비켜 봐!"
성윤이 진주를 밀치고 다급히 밖으로 뛰어 나갔다. 열린 문앞엔 새까만 어둠
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진주는 이를 멍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할매 집/현재
할매가 갑자기 피를 토했다.수건으로 입을 닦더니 방안의 불을 모두 끄고 조
용히 집 밖으로 나왔다.그녀는 후레쉬도 켜지 않고 콘크리트 무덤 안으로 천
천히 들어갔다.할매는 3중으로 설계된 육중한 자물쇠가 달린 두꺼운 철문을
안에서 잠궜다. 할매는 무덤 한가운데에 놓인 관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눈을
감고 누웠다. 관의 좌우로는 엄청난 백금괴가 나란히 쌓여 있었다.무덤 앞에
는 무슨 의미인지 사탕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시멘트 무덤 위로 어느새 함박
눈이 소복히 내리고 있었다.
<끝>

이상으로 소설 "돈스코이"를 마치려 합니다. 부족한데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곧 돈스코이2를 통해 새롭게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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