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72모래의 미학

in #kr6 years ago

잠수장비를 손에 든 성윤과 할매가 방파제에 작은 사다리를 걸쳐놓고 촛대
바위 아래로 내려갔다. 곧이어 작은 틈이 나타났고 할매가 앞서서 그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성윤이 할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니, 어딜 자꾸 가?"
"이제 다 왔어."
작은 틈을 5m 쯤 지나자 놀랍게도 두평쯤 되어 보이는 공간이 나타났다. 여
태 살면서 여기내려와볼 생각조차도 해보지 못했던 성윤은 놀라서 말했다.
"뭐야, 여기 이렇게 넓은 틈이 있었네."
두 사람의 발아래에서 바닷물이 찰랑거렸다. 할매는 큰 바위가 돌출되어 있
는 뒷편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마술처럼 금세 사라졌다. 깜짝 놀란 성윤이
따라가보니 큰바위 뒤로 작은 동굴이 옆으로 짧게 뻗어있었다. 큰바위에 가
려 정면에선 동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한사람이 지나 다닐 수 있을 만큼
의 크기로 동굴이 또 뻗어 있었다. 동굴이 끝나는 곳엔 바닷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동굴 앞에 선 할매가 주머니에서 종잇조각을 꺼냈다.아주 오래전 할
매가 꼬마였을때 러시아선장이 죽으면서 방바닥에 흘렸던 바로 그것이었다.
아빠가 보물찾기하라며 아무생각없이 손에 쥐어주었던 바로 그 종이였다.종
이 위에는 촛대바위가 그려져 있었다.그 아래에 작은 보트가 그려져 있고 보
트 안에 수많은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이제야 뭔가알겠다는 듯 성윤이
말했다.
"뭐야그럼 정말로 이 촛대바위 아래 물속에 보물이 있단 말이야?"
할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매 고마워."
"진작에 알려주었어야 하는 건데 미안하다.전엔 내가 나빴다."
성윤은 가뭄에 타버린 논바닥처럼 쭈굴쭈굴하게 갈라진 할매의 손을 두손
으로 꼬옥 쥐어주면서 말했다.
"그런말하지마. 여긴 내가 다알아서 할테니 집에 가 있어."
-한참 후
어마어마한 골드바가 동굴 한쪽에 쌓여있었다. 첨단 잠수복을 입은 성윤이
다시 물 밑으로 다이빙 해 들어갔다.바닥에 도착한 성윤이 금덩이를 그물에
열심히 주워 담았다.
-어느 한적한 숲속
영식의 시체는 가슴이 열려 심장이 없어진 채 구덩이에 버려져 있었다.그 위
에 남자 두명이 삽으로 흙을 덮고 있었다.삽질을 하다말고 남자 한명이 이마
에 땀을 닦으며 말했다.
"무슨 시체가 심장이 없냐. 여우가 파먹었나?
"잔말 말고 어서 묻기나 해."
-할매 집 / 저녁
기침을 심하게 하던 할매가 빛바랜 액자사진 2개를 힘겹게 장롱에서 꺼내어
닦았다. 사진속엔 어린 할매자신과 그녀의 아빠 그리고 할머니가 함께 웃고
있었다.유독 더 빛이 바래있는 다른 사진엔 할매와 어린 성윤과 바다에 나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성윤의 아버지가 다정히 손을 잡고 있었다. 할
매는 사진속 성윤과의 옛기억속으로 빠져들었다.
-군산항
새파랗게 젊은 성윤은 할매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제발 이제 좀 알려달란 말이야 응?"
할매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금덩어리 없이도 여태 잘 살았어잖여."
"그만해 자그마치 10년이야. 안 알려주면 난 오늘 군산 떠날 거야!"
할매가 흥분한 성윤의 손을 잡으며 달래듯 말했다.
"그러지 말고.."
답답하고 화가 난 성윤이 할매의 말을 낚아채며 말했다.
"날 좀봐 완전히 거지꼴이잖아.어차피 주인도 없는 금덩어리 좀 꺼내쓴다고
누가 뭐랄 거냐고?"
"그런 요상한 물건은 없다고 생각해. 그걸 꺼내면 네가 위험해져."
"이제 할매 손자는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라고!"
성윤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리를 벗어나 어디론가 뛰어가 버렸다. 할매
는 아무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옛기억에서 돌아온 듯한 할매는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덧
해가 기울어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할매는 후레쉬를 들고 촛대바위 쪽
으로 걸어갔다. 할매가 사다리를 놓고 촛대바위 밑으로 내려갔다. 동굴에서
성윤이 고무보트에 열심히 금을 싣고 있는 중이었다. 할매를 발견한 성윤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말했다.
"왜 또 내려왔어? 넘어지면 어쩌려고."
"다 건졌냐?"
"거의다 끝나가."
-대법원 앞
양 성대가 대법관 복을 멋있게 차려입고 비서와 함께 대법원을 나오고 있었
다.그때 어디선가 석궁이 날아와 비서의 미간에 꽂히자 찍소리 못하고 그 자
리에 쓰러졌다. 당황해하는 양 성대 앞으로 하청이 마치 유령처럼 저벅저벅
걸어갔다. 하청임을 알아보고 양 성대는 놀라서 뒤로 넘어졌다.
"대법원장 나으리 오랜만이야? 승진 축하해."
"뭣 때문에 날 찾아왔나?"
"뭐하러오긴, 심판하러 왔지."
기가막힌 양 성대는 하청을 무섭게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
"건방진 놈. 누가 감히 대법관을 심판해!"
"출세를 위해 그룹 하나를 해체시키고도 모자라 친형까지 팔아쳐먹어?나중
에 나라도 팔아먹을 놈이야 넌.너 같은 쓰레기 유전자는 이제그만 모래로 되
돌아가야해."
양 성대가 뭐라말할 틈도 없이 하청은 석궁을 들어 그에게 연속으로 쏘아댔
다.피슝피슝..활이 양성대의 가슴에 꽂히며 선홍색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지
나가던 사람들이 놀라 소리를 질러댔다.활을 맞고 길게 누운 양 성대는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하청이 그에게 다가갔다. 주머
니에서 모래를 한주먹 꺼내 양 성대의 입에 뿌리며 하청이 말했다.
"네 마누라와 새끼들이 저승사막에서 이미 널 기다리고 있을 거다.딸년은 임
신 중이던데? 시집도 안 간 년이 싸가지 없게."
양 성대는 누운 채로 손을 뻗으며 하청을 향해 절규했다.커커컥..살아서 이런
지옥을 보게 될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듯 그는 눈을 감지 못했다.
고급저택의 넓은 앞마당에서 위 진성이 가족과 함께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
었다.오랜만에 하는 가족파티인듯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웃고 떠드는
소리가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그때 어디선가 개가 짖어댔다. 한결같이 위 진
성의 곁을 지키던 수행원,오 재만이 파티장 근처에 쓰러져 있었다.그는 이마
에 석궁이 꽂힌 채로 죽어있었다. 임 하청이 장전된 석궁을 들고 가족파티를
벌이고 있는 곳으로 서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볼록
한 바지주머니에서 모래가 조금씩 흘러 나오고 있었다.
-울릉도 /할매집
성윤과 할매는 집마당 한 가운데 있는 콘크리트 무덤 속으로 들어왔다. 놀랍
게도 눈앞에는 엄청난 양의 백금괴가 양쪽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할매
가 밭은 기침을 하며 말했다.
"누가 볼까봐서 여기 가져다 놨냐? 콜록콜록."
"같이 해 놓고서 딴소리는. 이거 우리할매 저승갈때 노자돈이나 해."
성윤이 골드바 하나를 집어 들었다. 너무 무거워서 손이 자꾸 아래로 내려가
자 양손으로 받쳐 들며 말했다.
"백금이었어 황금보다 훨씬 더 무겁고 비싼.이거 하나는 나중에 여자친구 갖
다줘야지"
"엄청나다야."
"100상자니까 하나에 20kg씩 계산하면 2톤이야.소문엔 5천톤이라더니 겨
우 2톤이네. 역시 보물에 관한 소문은 인간의 탐욕 때문에 항상 부풀려지게
되어있나 봐. 허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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