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71돌아온 탕아

in #kr6 years ago

-성윤의 집
진주가 몹시 수척한 얼굴로 이불속에 누워있다. 작은 실내엔 온갖 살림살이
들이 어지럽게 쌓여있고 빈소주병과 컵라면 그릇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성
윤이 택시안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내용의 신문도 구겨진 채 버려져있다.문
을 열고 누가 들어오는 소리에 눈을 뜬 진주는 이내 눈을 다시 감아버렸다.
진주가 덮고 있는 이불 속으로 뻔뻔하게 기어 들어 온 성윤의 얼굴에 진주의
부드러운 머리칼이 닿아 코를 간지럽혔다. 그는 뒤에서 진주의 허리를 꼬옥
감싸며 말했다.뒷치기?
“무슨 샴프쓰는데?”
진주는 우아하게 머리채를 흔들며 '비누쓰는데.'라고 말하려다말고 그냥 누
운채 꼼짝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니가 인간이냐?”
“정말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진주가 벌떡 일어나 앉자 성윤도 따라 앉았다.진주가 성윤의 따귀를 때렸다.
찰싹..그리곤 방바닥에 널부러진 신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약 끊은 지가 언젠데 저 따위 사진을 돌리고 지랄이야!"
"미안해 실수였어. 영식이 새끼한테서 다시 찾아왔어야 하는건데.."
진주의 마약사진이 뉴스에 발표되고 나자 아버지, 양 훈은 대선후보 자리를
즉시 사퇴 선언했고 모든 정치활동을 접었다.사실상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이
끊어진 것이다.딸키워서 뭐해.
진주는 경찰청마약관리국에 잡혀가 심문을 받았으나 그녀에게 마약을 판 사
람을 잡지못해 무혐의로 풀려난 상태였다.사진상으로는 그것이 실제 마약인
지 밀가루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도 하청이 뒤에서
알게모르게 힘을 써준 결과였다. 진주는 꼴도 보기 싫다는 듯 냉랭하게 말했
다.
"금덩어리 찾았으면 잘 먹고 잘 살 일이지 뽕쟁이 년한텐 왜 와?"
"금은 구경도 못했어."
"하! 그럼 그렇지 니가."
"너희 아빠일은 정말 면목이 없다."
"닥치고 나가! 가서 보물이나 껴안고 살아!"
진주의 면박에도 불구하고 성윤은 능청스럽게 말했다.
"나한테 보물은 진주 너 하나뿐이야.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런 인간이 보물선 때문에 우리아빠와 날 팔아먹어? 그까짓 보물이 대체
뭐라고!"
"정말 고의가 아니었어. 누구나 실수는 하잖아 용서해줘."
진주는 성윤을 죽도록 사랑했던 지난 날이 후회되는 듯 눈물을 흘리며 흐느
꼈다.이제 정신차렸냐 이년아.
"널 얼마나 사랑했는데.."
"알아나도. 네가 보태준 돈, 정말 고맙게 생각해.그게 단순히 돈이 아니라 사
랑이었다는 것도 이제 알겠어."
"니가 뭘 알아. 너때문에 내가 그동안 어떤 고통을 겪었는데."
성윤은 더 이상 아무 할말이 없었다.진주는 계속 흐느끼며 말했다.
"내가 누구 때문에 부모도 버렸는데.."
감정에 복받힌 성윤은 진주를 껴 안으며 말했다.
"정말 잘못했어. 사랑해."
진주는 성윤을 뿌리치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사랑?니가 지금 사랑이라고 했니?듣기 싫으니까 꺼져!이 집에서 당장 나가
란 말야!"
진주가 말은 이렇게 해도 아직 성윤을 사랑하고 있는게 분명했다.그를 못잊
어서 지금도 이렇게 다썩어가는 성윤의 집에 누워 있으니 말이다.
"내가 너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준거 알아.앞으로 잘 할 테니까 제발
나가란 말은 제발 하지말아 줘." 왜 니집이라?
"이렇게 된 마당에 뭘 어떻게 잘 할 건데?"
"내가 널 공주처럼 모시고 살게.발도 닦아주고 머리도 감겨주고. 또.."
"닥치고 나가란 말이야!"
"그럼 딱 오늘 하루만 같이 있자. 오늘 네 생일이잖아."
진주는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어떻게 내 생일을 다 기억하니? 넌 내 나이도 제대로 모르잖아."
"무슨 소리야. 내 머릿속은 네 얼굴, 네 다리, 네 배, 그리고 네 생일, 온통 양
진주로 가득 차 있는걸." 구라는.  
"그런말 해봐야 이제 다 소용없어.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어."
"알았어그럼.밥만 같이 먹고 갈게."
"먹든지 말든지."
진주는 그대로 이불을 푹 뒤집어 쓴 채 돌아누웠다.성윤은 싱크대로 가서 어
색하게 섰다.
-잠시 후
밥상 위에 밥과 미역국, 김치등이 간소하게 차려졌다. 성윤이 밥상 한가운데
에 케잌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짜잔..진주야 밥 먹자."
그녀는 여전히 누운채 이불속에서 말했다.
"됐으니까 빨리 먹고 꺼져!"
"에이, 그러지 말고 같이 먹자. 그래도 마지막 식사인데."
성윤이 이불을 걷어내고 진주를 일으켜 앉히자 못 이기는 척하며 일어나 앉
았다. 속없는 년. 그녀는 성윤과 눈마주치는 것조차 피하려는듯 고개를 휘릭
돌리고 있었다.
"아참, 생일선물."
성윤이 가방에서 '진주야 사랑해'라고 새겨진 골드바를 꺼내 진주 앞에 내밀
었다. 울릉도의 할매 무덤에서 하나 가져온 것이었다. 얼떨결에 고개를 돌린
진주는 깜짝 놀랐다.
"뭐야 이건." 
-몇시간 후
성윤은 집 앞마당에서 불을 피우고 있었다.그는 종이보관함에서 돈스코이를
촬영한 사진,돈스코이호에서 금을 찾기까지의 전과정을 녹화한 USB등을 꺼
내 미련없이 불속으로 던졌다.복사본은 없겠지?화르륵,하며 불이 타올랐다.
이제 보물선, 돈스코이랑은 안녕이었다 영원히.아닐거 같은데..
성윤은 보물대신 화폐에 관심이 생겼다. 최근 달러에 대한 불신으로 비트코
인이라는 가상화폐가 만들어져있다는 정보를 들은 그였다. 미국의 은행들이
저신용도의 주택담보대출을 중복발행, 또는 남발해 은행과 개인이 연쇄부도
를 일으켰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때문에 세계경제는 물론 미국내
에서의 경기도 나빠져 돈이 돌지 않게되자 버냉키는 돈을 마구 찍어냈다. 금
본위의 화폐인 달러는 딱 금이 있는 만큼만 달러를 찍어내야 했지만 지금은
금보다 달러가 휠씬 많아진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제 달러는 더 이상 세계기
축 통화가 아닌것이다.
달러는 이미 그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며 언젠가는 달러에 대한불신으
로 예상치 못한 한 순간에 세계경제는 갑자기 붕괴하게 될 것이다.달러가 무
너지면 세계의 경제가 무너진다.현재까지의 세계금융시스템을 하루 속히 바
꿔야만 했다.실예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는 미국에서 일어난 일인데 그피
해는 고스란히 개발도상국이나 경제적 약자들이 떠 안았다.경기위축을 염려
한 미국이 자국으로 달러를 불러들여 전세계가 달러부족으로 파탄이 났던것
이다.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또 다시 발생할 것이며 누
군가가 그때를 대비해서 달러를 대신 할 비트코인을 만들어낸 것이다.2천만
개의 비트코인은 수소점 8자리까지 쪼갤 수 있어서 전세계사람들이 골고루
나누어 쓸수 있었다.하지만 그일은 좀 시간이 지나야 할것 같았다.지금의 이
파고가 크게 한번 지나고 나면 성윤은 돈스코이 코인을 만들어서 멋지게 세
상밖으로 선보이게 될날이 올것이라 상상했다.깜방에서 이생각했냐?
-울릉도 저동 앞바다(1905년 어느날)
불타는 돈스코이호 옆에 위태롭게 떠 있는 보트 안에는 철제 상자가 가득 쌓
여 있었고 네명의 선원들이 선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선장이 보트에
오르며 오야붕으로 보이는 수염이 긴 선원에게 말했다.
"상자는?"
그는 믿음직한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오야붕 맞네.
"500개 상자중에서 100번까지는 선적완료 했습니다.선장님 이제 돈스코이
배에 실린 나머지는 400상자는 어쩌시렵니까?"
오야붕은 아직 돈스코이에 남아 있는 일련번호가 적혀있는 400개의 상자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선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나머지는 쇠다.어서 출발해!"
보트가 빠른속도로 돈스코이 호에서 빠져 나왔다.보트는 불타는 돈스코이에
가려져있어 건너편 적군의 눈엔 보이지 않았다. 바짝 긴장한 선장이 주위를
경계하며 말했다.
"적에게 절대 이 금괴를 빼앗길 수 없다. 어서 서둘러라."
보트는 야음을 틈타 다행히 적에게 들키지 않고 울릉도 근처까지 다다랐다.
저 멀리 바다위에서는 아직도 전투가 치열했다.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에
박차를 가한 일본. 그들은 고도의 기술개발을 이루어냈다. 계측기술 또한 정
밀해서 일본해군의 포는 정확하게 러시아배를 강타하고 있었다.이싸움은 이
제 보나마나 결과가 뻔했다.일본의 대승. 선장을 포함 5명이 타고 있는 보트
가 촛대바위 옆을 지나려는 찰나 어느새 보트의 존재를 눈치 챈 일본전투함
이 함포는 쏘지 않고 소총사격을 하며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보트는 침몰
시키지 않고 사람만 죽이려는 속셈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곧 일본군 해군에
보트가 잡히고 말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 돈스코이 호에서 엄호해 주기 위
해쏜 함포 한발이 일본군 배에 적중했다.쿠콰쾅..일본해군의 배는 흔적도 없
이 폭파되었다. 선장이 타고 있던 보트도 거친 물살과 폭파의 충격으로 그만
뒤집히고 말았다.좆되부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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