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69 사라진 사람들

in #kr5 years ago

-법원 / 공판장
검사가 죄수복을 입고 있는 성윤을 노려보며 심문을 하고 있다.
"본명!"
"최 성윤 입니다."
"피고는 불법적으로 해저 유물을 건져 올리려 한 적이 있습니까?"
"그런 적 없습니다."
검사는 바다에 떠 있는 모선과 잠수정 옆에 서 있는 성윤의 사진을 증거자료
로 내밀며 말했다.
"여기 이렇게 명백한 증거 자료가 있는데도 자꾸 거짓말 할 겁니까?"
변호사가 벌떡 일어나 서류를 내보이며 말했다.
"그건 엄연히 울릉구청으로부터 ‘해저 매장물탐사’에 대한 특허권을 받은 후
행해진 일입니다. 의뢰인은 불법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검사가 최 성윤을 노려보며 말했다.그만 째려 새꺄.
"그 특허권은 최 성윤씨 본인이 가지고 있는거 맞습니까?"
이번엔 변호사가 양도증서를 내보이며 말했다.
"여기 이 양도증서에 최 성윤이 동화건설에 특허권을 양도한다는 사실이 기
재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한번 보십시오."
공판장 정면에 있는 대형 모니터에 양도내용이 여러사람들 앞에 보여졌다.
참관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변호사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잘헌다.
"특허권을 동화건설에 양도한 최성윤은 동화건설에 소속되어 해양과학기술
원과 합작,돈스코이 탐사작업을 진행했던 것입니다. 뭐가 불법이란거죠?"
검사의 눈빛이 빛났다. 먹이감을 노리고 있던 사자처럼 성윤의 목덜미를 물
고 늘어졌다.
"브뤼셀협약에 의거, 침몰한 군함은 해당 국가의 고유영토로 인정한다, 라는
국제 판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의 허락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
다는 말입니다.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돈스코이의 소유권은 영원히 러시아에
있다,라는 겁니다." 영원한게 어딨어
억울하다는듯 변호사가 청중을 향해 서서 호소하듯 애절하게 말했다.
"여러분..브뤼셀협약? 다 좋습니다.그런데 남의 나라 해역에 허락도 받지 않
고 침범해 들어와서는 어떤 이해관계에 의해 일본해군과 싸우다 침몰된 군
함을 과연 자기네 나라 영토라고 주장 할 수 있겠습니까? 이건 누가 봐도 침
략행위였습니다. 따라서 이 사안은 브뤼셀 협약에 애초부터 해당되지 않는
것입니다."
담당판사는 변호사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검사에게 말했다. 이런 개호
로새끼가.
"검사측 심문하세요."
"현재까지 브뤼셀협약을 어기고 침몰한 배를 타 국가에서 인양해 간 사례는
없습니다. 따라서 최성윤을 포함, 동화건설이 행했던 탐사 및 인양행위는 모
두 불법입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변호사가 발끈하며 말했다.
"이미 정부에서 탐사허가를 내주어서 진행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검사님
말대로라면 함께 일을 진행한 해양과학기술원도 같이 죄를 물어야하지 않을
까요? "
"탐사허가를 내 주었다는 증거 있습니까?"
검사의 말대로 아무증거가 없었다.탐사허가증을 가지고 있던 영식이 어디론
가 사라져 버렸다. 이번 재판을 위해 탐사를 허락해 주었던 정부소속 직원들
을 찾아가 보았지만 모두 물갈이가 되어 연락을 취할 수 없었고 관련서류들
도 사라져 버렸다.뿐만 아니라 함께 탐사작업을 진행한 철우와 박양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거짓말처럼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분노한 성윤이 직접나
섰다.
"그렇다면 파산한 동화건설은 모든경제활동 뿐아니라 탐사업체로써의 행위
도 일체 중지해야한다는 법원의 서면통보는 도대체 무슨 소립니까? 그건 파
산 이전에 탐사행위를 이미 인정했다는 증거 아닙니까. 당신들 지금 장난 칩
니까?"
관중석이 다시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판사가 성윤을 저지하고 나섰다.
"피고는 본 법정을 모욕하는 언행을 삼가 하시오."
아직도 분을 삭히지 못한 성윤이 다시 말을 이었다.
"돈스코이 탐사에 동참했던 해양과학기술원 직원들은 다어디로 사라진겁니
까?그들은 감시자였습니까?"
검사가 성윤의 말을 잽싸게 가로챘다.
"재판장님, 피고 최성윤은 전에도 서해 앞바다에서 불법적으로 유물을 건져
올리다 잡힌 경험이 여러 번 있습니다. 문화재 불법거래 용의자 선상에도 올
라있는 요주의 인물입니다.아주 상습적이고 악의적인 문화재 약탈범으로 이
사회에 불신과 무질서를 조장하는.."
[동화일보 신문기자실]
백기자는 동화건설 보물선에 대한 기사를 열심히 작성하고 있었다. 거의 다
작성해놓고 이제 마지막 보정을 하고 있었다.
'동화건설 임직원, 보물선 발견 주장. 해양수산부 소유권 확보는 힘들듯'
'기사입력 2003-07-06 17:36 최종수정 2003-07-06 17:38'
'동화건설의 보물선 발굴작업이 신선횟집 도마위에 올랐다.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동화건설은 6일 보물선으로 화제가 되었던 돈스코이 호로 추정되는 선
체를 울릉도 앞바다 1km 떨어진 수심 4백20m 지역에서 발견했다고 밝혔
다. 돈스코이호는 옛러시아 발틱함대 소속 6천2백톤급 철갑 순양함으로 19
05년 러-일전쟁 당시 금괴를 싣고 도주중 울릉도근해에서 침몰한 것으로 알
려져 있다.이에 전문가들은 보물선으로 단정하기엔 극히 어렵다고 경고하고
있다. 선체가 정말 돈스코이 호인지 보물은 진짜 실려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
이 남아 있는데다 보물선이 맞더라도 소유권이 동화건설그룹으로 넘어갈 가
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중 한사람은 UN해양법협약 등 국
제법에는 침몰선에 대한 소유권규정이 명확히 없어서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
해서 해결해야만한다며 군함의 경우엔 일반 상선과는 달라 국가소유권의 개
념이 강해서 발굴자가 소유권을 가질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은 지난 80년 쓰시마 근해 해저에서 러시아 발틱함대 보급선이었
던 나이모프호 선체와 백금괴 18 개를 발견했지만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
하고 나서자 인양을 바로 포기했다.끈기없는 놈들.
동화건설은 지난 2004년에 보물선 발견 소식으로 주가가 급등했으나 이후
청산이 결정돼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도 보물선 발견 시점
으로 알려진 지난 15일 이후 상장 폐지되었고 장외시장으로 옮겨 진후 1백
원에서 2백원하던 동화건설 주가가 1000원대까지 뛰어 내부자거래 의혹도
구리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임하청의 지시를 받은 김과장은 아직 적에게 신분 노출이 되지 않아 동화건
설 내에 임하청을 따르는 무리들을 이끌고 위 진성에 맞서며 탐사활동을 계
속 진행하려 애쓰고 있었다. 경찰의 수배를 받고 도주중인 임하청을 대신해
돈스코이의 존재를 덮고 동화건설의 억지파산을 덮으려는 위진성의 만행을
만천하에 알리려는 것이었다.
보정을 마치고 기사를 정팀장에게 넘기기만하면 일이 마무리되는 것이었다.
동해에서 보물선 돈스코이가 발견된이후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져 기사가 꽤
나 인기가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백기자 기사 다 썼어?"
어쩐일인지 정팀장이 직접 내려와 커피를 내밀었다.
(웬일이지 짠돌이 새끼가..)
"팀장님이 직접 커피를 다..영광입니다."
"영광은 교회가서 찾고 우리 그기사 내리자."
하루 온종일 조뺑이치며 쓴 기사를 뜬금없이 내리자니 열이 받았다. 만약 정
팀장이 납득할만한 이유를 내놓지 못한다면 팀장이고 나발이고.. 까라면 까
야지 뭐. 정팀장은 백기자가 속한 팀에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알
아서 박박 기는게 상책이었다.
"벌써 지우고 있는걸요 크크."
"백기자는 내말을 잘 들어서 좋아. 누구처럼 안 게기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정팀장이 옆에 있는 신유미 기자를 노려보았다. 저번에
위진성에게 게기던 바로 그여기자가 맞냐고? 맞다.사내 유일한 홍일점인 신
유미기자는 엿먹으라는듯 방귀를 뀌었다.뿌웅..
"아 시발 드러워. 저게 여자야 괴물이지.넌 내가 이번 분기 안에 자른다."
백기자는 기사처럼 신기자로부터 정팀장을 보호했다. 대체 기자라는겨 기사
라는겨.
"조만간 '괴물2' 나오지 싶습니다. 신기자 주연으로."
정팀장은 백기자를 어미닭처럼 품으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있잖아.. 자기한테 메일 하나 보내놨어. 연예계 성폭행, 마약사건인데
메가톤급이야.이번에 잘한번 써봐.보물선이야기는 때려치우자고.자긴 팀장
달고 나는 주관으로 승진하는거야. ok?"
-30층 건물의 옥상
연예계 성매매,마약사건이 메이저 언론에 연일 보도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A급 남자 연예인 4~5명이 성폭행 혐의로 소환
되어 조사를 받았고 대형기획사 2곳이 문을 닫았다.재벌 3세 두명도 마약복
욕 혐의로 체포되었다.이제 마약과 성매매 사건의 몸통, 전대통령 아들이 검
찰 출두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정치권
에서도 분주히 움직였다. 특히 야당은 전직 대통령과 인연이 있거나 정치적
동행을 했던 인물들을 잘라내기 시작했다.혹여라도 불똥이 튈까봐 꼬리자르
기에 들어간것이다.위진성의 의도대로 보물선 돈스코이는 이제 사람들의 관
심에서 벗어나버렸다. 물타기 완성한거냐.
난간에 하청이 위험스럽게 서 있다. 바람이 한번 휙불자 그는 휘청하며 크게
흔들렸다. 그는 아래를 무심히 내려다보았다. 뭔가 결심한듯 그는 눈을 감고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뭔짓이여 모질아.
-다음날 아침
곽회계사가 투신자살한 채로 자신이 사는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되었다.겉으
로는 강건한척했지만 다른사람들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곽회계사는 극단적
인 선택을 한것이다. 위진성이 죽인게 아니고?
-조개파티(강남의 고급 단란주점)
위 진성과 양성대가 마주앉아 있다.위진성은 같이 일은 해도 사실 양성대 같
은 놈이 제일 싫었다. 판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정권이 바뀔때마다 빌먹어서
단물을 빨아먹는 기생충 같은 놈이었다. 지금은 아군이지만 언제 반대편에
붙어서 칼을 들이댈지 모를 일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주 중요한 시기이
기에 친한척, 존경하는척을 해가며 원하는 것을 얻어내야 했다. 옷은 남들이
원하는것을 입을 망정 음식은 내가 원하는 것을 먹어야한다. 다시 말해 겉다
르고 속달라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위진성은 진지하고도 은밀하게 말
을 꺼냈다.
"자네도 알고 있듯이 다음 대권주자는 나야."
"예, 축하드립니다."
"그래서 말인데.. 야당대권후보로 나오는 자네 형님한테 아주 치명적으로 작
용 할 물건이 있다고 들었네."
죽은 영식은 전에 분명히 진주사진을 주인에게 돌려주었다고 말했었다.진주
본인한테 되돌려 주었을리는 없고 돈이라도 받아내기 위해 삼촌인 양성대판
사에게 접근했을 것이 분명했다.
"......"
양성대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자넨 이제 엄청난 현금과 주식회사 지분을 가지게 될걸세. 그러나 아쉽게도
그 전부를 가지고도 꼭 그 이외의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지."
동화그룹을 해체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양성대였다.큰다마는 추려서 어
르신과 위진성이 챙기고 매각대금 일부와 동화증권의 지분 일부를 양성대에
게 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세상엔 돈으로도 가질 수 없는게 있었다. 사랑? 이
런 달짝지근한 감정놀음을 말하는게 아니었다.위진성이 양 성대에게 술잔을
내밀며 말했다.
"한잔 하겠나?"
양성대가 술을 받아 마셨다. 위 진성이 계속 말을 이었다.
"자네만 협조해 준다면 전부를 가지고도 절대 가질 수 없는것,그것을 자네에
게 주겠네."
"......"
침묵하는 양 성대를 향해 위 진성은 가지고 있던 마지막 한방을 날렸다.
"대법원장이 그 중 하나겠지."
대법원장 이야기가 나오자 양 성대는 눈빛이 흔들렸다. 파산부 판사에서 대
법원장이 된다는 것은 거쳐야할 여러단계를 생략하고 일시에 뛰어넘어버린
다는것, 다시 말해 초월적 신분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법조계에 발붙이
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선망하고 갈망하는 대법원장. 사법부의 최정점. 제
아무리 잘나고 뛰어난 법관이라도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서 넘어지고 엎어져
서 하늘이 내리지 않고는 절대 도달 할 수 없는 최고의 자리인것이다.하늘이
준 기회였다. 진짜로 대법원장이 된다면 대한민국을 손 안에 넣고 마음대로
주무룰 수 있는 것이다. 그의 평생소원을 이룰수 있는 것이었다.좋아하는 티
를 내면 얕잡아 보일것같아 양 성대는 고민하는척 눈을 감았다.표정관리?
"어차피 이번 대선에서는 내가 승리할걸세. 사전 여론조사에서도 내가 압도
적으로 앞서 있고."
위 진성의 말이 맞았다. 그는 현직 대통령을 위험에서 구해준 영웅으로 전당
대회에서 압승을 거둔 뒤 차기 대통령후보에 올라 야당대권 주자인 양 훈을
지지율에 있어서 휠씬 앞서 있었다. 위 진성이 다시 조용히 말했다.
"내가 어차피 이기는 게임에 왜 자네 손을 빌리는 줄 아나?"
영문을 모르겠단듯 양 성대가 위 진성을 쳐다보았다.조금 뜸을 들이던 위 진
성이 입을 열었다.
"앞으로 믿고 쭉같이 갈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이야."
말인즉슨 대법원장 임기를 마친 후에도 장관자리 하나 던져주겠노란 소리였
다. 대법원장 임기를 마치면 따뜻한 아랫목으로 모셔가겠노란 뜻이었다. 드
디어 기다리고 있던 말이 나온 것이다. 현직 대통령은 뒤에서는 호박씨를 존
나게 깔망정 국민들 보는 앞에서는 청렴하고 올곧고 명분있어 보이는 행동
을 해왔다. 그 덕분에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고 다음 대선에서도 무
난하게 정권을 이어 갈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바로 이렇게 하는것이었다.정
치 9단. 감히 어르신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 아직 10단은 없나보지?
양성대가 생각하기에 어차피 형인 양훈은 대통령의 절대적신임과 지지를 얻
고 있는 위진성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피를 나눈 형제일지라도 공과 사는 정
확히 구분해야한다. 비지니스는 피가 아닌 돈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양성대는 무언가 결심한듯 한숨을 크게 내쉰후에 양복 윗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냈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제가 기꺼이 희생하겠습니다."
위 진성이 활짝 웃으며 사진을 건네 받았다.
"난 자네의 이런 점이 마음에 들어. 나의 파트너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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