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66작전명 "흑장미를 찾아라"

in #kr6 years ago

울릉도 저동 앞바다의 바다 속은 깊고도 고요했다. 높은 수압과 적갈색의 물
빛은 마치 빅뱅 이전의 우주처럼 원시적이고 무서울 정도로 고요했다.
신애..까맣게 잊고 있었던 존재가 철우에 의해 다시 떠올려졌다.너무 좋아했
었지만 제대로 사랑조차 해보지못한 아쉬움 때문에 더 애뜻하게 다가오는건
지는 몰라도 그녀가 그립다. 미치도록 그립다. 그리고 철우가 역겨울 정도로
싫었다. 생각같아서는 그녀를 죽게 만든 철우의 몸뚱아리에 납을 발라서 이
어두운 심해속에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심해 바닥에 유기된 철
우의 몸은 높은 수압이 관뚜껑처럼 눌러댈테니 영원한 유배지가 될테지. 그
것이 신애에 대한 보상이 될수 있을까..100m, 110m,120m.. 수심이 깊어
질수록 생각의 깊이도 더 해가고 있었다.


위진성의 사무실에는 영식과 위진성이 마주 앉아 있었다.동화건설을 파산시
키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마련해 놓은 위진성은 이제 울릉도에 나가 있
는 성윤 일행의 소식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었다. 성윤이 시도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다.사막에서 바늘찾기 만큼이나 추상적이고 난해한 일이었다.불가
능,그것은 바로 돈스코이의 다른이름이었다.만약 성윤이 돈스코이를 발견해
낸다면 서둘러 동화건설을 파산시켜 돈스코이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
을 막아야한다.얼마전 이미 동화건설의 주가조작을 통해 돈스코이는 세상에
알려졌으나 그냥 찌라시일 뿐 아직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돈스코이가 사
회적 이슈가 된다면 곤란했다.인양권을 동화건설이 가지고 있기때문에 돈스
코이로 인해 생긴 모든부는 소액주주들에게로 돌아간다.위진성이 조사해 본
결과 쓰시마해전 당시 돈스코이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금괴가 실려있는 것을
문서로 확인했다.밑에 애들을 시켜 일본중앙도서관에서 직접 알아낸 내용이
었다.
그엄청난 부를 찌질이 수액주주들과 나눠먹는다?마치 혼자먹으려고 몰래감
추어 두었던 갈비를 놀러온 친구에게 빼앗기는 것만큼이나 어처구니없고 억
울한일이었다.성윤이 돈스코이 탐사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없이 죽일 작
정이었다. 생물학적으로 죽이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매장시켜 버려야버려야
했다. 위진성이 생각하기에 최성윤은 돈스코이에 대해 너무 잘알고 있는 사
람이었다.먼훗날 돈스코이를 위진성이 혼자 먹으려고 할 때 방해 될 인물이
틀림없었다.
한편 영식은 차라리 최성윤이 돈스코이를 발견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당장이라도 돈스를 인양한다면 영식에게도 경제적 이익이 돌아온다.왜냐하
면 그는 동화건설 주주이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작전에 걸려들어 크게 손해
를 보긴 했지만 그 주식 팔지 않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돈 생길
때마다 조금씩 사모아 전체 주식의 1% 가량을 모았다. 성윤의 실력을 믿었
기 때문이었다.지금까지 최성윤을 지켜본결과 반드시 해내고야말 놈이란걸
잘알고 있었다.최성윤이 돈스코이를 건져올린다면 영식은 배당금으로 어마
어마한 돈을 챙길 수 있다.알아본 결과 해저보물은 최초 발견자가 총 지분의
80%를 가져가게 되어있었다.뿐만아니라 위진성의 이해관계에 의해 보물사
냥을 마친 최성윤은 죽게 될테고 그러면 진주를 독차지 할수 있게 된다.그야
말로 꿩먹고 알먹고 아니겠가. 모든 악의 근원은 돈이었다.그리고 모든 배신
의 근원은 사랑이었다. 돈과 사랑이 존재하는한 인간 세상은 단한순간도 편
안한 날이 없을 것만 같았다. 븅아 그걸 이제 알았냐.
영식은 성윤이 일을 성공시키길 내심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젠 돈에 욕심이
생겨 성윤이 반드시 성공하길 바랬다. 아예 확신까지 들기 시작했다. 생각이
이쯤에 다다르자 슬슬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영식은 위 진성의 속내를 한
번 떠보기 위해 담배를 건내며 말을 걸었다.또 까불어.
"한대 피우지?"
"음 그래. 후우.."
담배연기를 내뿜는 위 진성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또한 초조
해하기는 마찬가지 인듯 싶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건가?"
"뭘 어떻게 해?"
"만약 최성윤이 진짜로 돈스코이를 발견해 낸다면 인양까지 할건가?"
위진성은 아무말없이 담배만 피워댔다.이에 영식은 점점더 갑갑하고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영식이 보물얘기를 또 꺼냈다.초짜냐.
"최성윤이 돈스코이를 찾아낸다면 그땐 아마도 인양까지도.."
"닥쳐새꺄. 넌 내가 시키는대로만 하면돼 알아?"
말이 나오기 무섭게 위진성이 중간에서 잘랐다. 이럴땐 대충 눈치 까고 조용
히 있는게 신상에 좋을듯했다. 영식은 연거푸 담배를 물었다.
불편한 침묵이 위진성과 영식사이에 안개처럼 내려앉아 있었다.그러나 누구
하나라도 입을 열면 마치 부정이라도 탈것만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빠른 발
자국소리와 함께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영식과 위 진성은 문이
열리는 쪽으로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뭔데?
-울릉도 심해
쿠쿵..잠수정에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성윤은 몹시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살
폈다.수심계는 400m를 가리키고 있었고 이미 탐사범위를 벗어났음을 알리
는 알람이 암닭처럼 빽빽 울려댔다. 잠수정 안의 전화벨이 울렸다. 실시간으
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철우였다.
"괜찮아? 예상범위를 한참 벗어난거 알어?"
"알고 있어."
철우의 말대로 잠수정은 예상범위를 약 100m 좌측으로 벗어나 있었다.
"좀 전에 그건 뭐지?"
"별거아냐,수압 단층이 변한거 뿐이야."
바다는 깊이와 염분 농도에 따라 수압이 다르다. 깊은 바다일수록 그 차이가
커서 층을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잠수정이 다른 층으로 진입시 기체가 흔들
리거나 전기장치가 오작동 되곤 한다.
"근데 흑장미는 아직이야?"
"돌겠어."
작전명 '흑장미를 찾아라.' 그러나 흑장미의 단초는 어디에서도 찾을수 없었
다. 흑장미는 커녕 흙만 실컷구경하고 있었다. 수압단층이 바뀌자 해류의 방
향도 바뀌어 있었다.우에서 좌로 흐르던 해류가 어느덧 좌에서 우로 바뀌어
있던 것이다. 그리고 해류가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흘러 내리고 있었다.야광
해파리들이 어두운 바다를 사선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움직임이 둔한 해파
리들이 해류의 영향을 크게 받아 마치 눈처럼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
었다. 기이한 풍경이었다. 눈,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외로웠다. 너무
추웠다. 그리고 두려웠다.
돈스코이처럼 거대한 선박이 바다속에 가라앉아 있을경우 그선체가 물의 흐
름을 막아주어 작은물고기들의 안식처가 되어주곤 한다.따라서 작은 물고기
들이 눈앞에 보인다면 그가능성을 가늠해 볼수도 있겠지만 사막화되어 생물
체라고는 찾아볼 수없는 현재로서는 아주 비관적이었다.눈앞에 보이는 것이
라고는 칠흙같은 어두움과 물먼지 뿐이었다. 그리고 눈같은 해파리, 오직 그
것뿐이었다.
"왜 여태 그러고만 있는거야! 시발 이러다 망치는 거 아냐?"
"나도 몰라."
성윤은 다른 생각에 잠겨 건성건성 대답했다.
"니가 모르면 어떻게 해.책임자잖아."
"새꺄 책임자라고 다 아냐?"
성윤의 마음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번이 마지막 잠수라는걸 성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번마저도 실패한다면 그 후에 감당해야 할 일이 만만치 않았
다.일단 철우가 가만있지 않을 테고 그 배후에 있는 정치세력..그리고 영식..
진주..얽히고 섥힌 연결고리가 그물망처럼 목을 조이고 있었다.
"너 그렇게 불성실해서 되겠냐? 좆같이 말이야."
"..."
쉴새없이 나불대는 철우에게 성윤은 이젠 일일이 대답할 가치를 못 느꼈다.
정면을 주시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무대뽀군.
'제발 우리아빠를 괴롭히지 말아줘.' 영식에게 애걸하는 진주의 모습과 탐사
범위를 벗어났음을 알리는 알람소리. 계속되는 철우의 추궁.이 모든 게 뒤엉
켜 공황상태에 빠지는 성윤이었다.
"정신을 차리고해도 될까말까한 판국에 너는 도대체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
는 거냐고. 이런식으로 일을해서 어떻게.. "
"제발 그만!"
잠수정이 갑자기 딱 멈춰섰다. 온갖 망상과 생각의 파편들이 잠수정의 프로
펠러에 엉겨 붙어서 더 이상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드디어 해
저치매에라도 걸려버린 것일까. 성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른 후 그자리에 머
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잠시 후 평온을 되찾은 성윤은 진주의 사진을 떼어 내어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모든게 끝이었다.사랑도 희망도 모두 사라졌다.영식은 진주를
독차지하기 위하여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제 피묶은
영식의 손에 의해 자신은 생선처럼 토막이 나서 세계곳곳에 팔려나갈 일만
남은 것이다. 사진을 제자리에 다시 붙이려던 성윤의 눈에 해류계라는 글씨
가들어왔다. 순간 그의 눈알이 핏빛으로 번뜩였다.
"그래 맞아 해류!"
흑장미의 위치계산은 수학적으로 완벽했다. 하지만 바다는 가만히 멈춰있지
않고 항상 어딘가를 향해 흐른다. 그리고 끊임없이 속도와 방향이 바뀐다 마
치 인간의 마음처럼.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멈춰 섰어?"
철우의 물음에 성윤은 별일 아닌듯 대답했다.
"뭐 좀 생각하느라고."
"벌써 여섯 시간째야 연료도 바닥났고. 그만 철수해!"
성윤이 연료게이지를 톡톡 쳤다.
"알았어. 딱 한군데만 더 돌고."
"어딜 또?"
"해류계를 보니까 동쪽으로 2m/s 나와.해류의 움직임이 전하고는 정반대로
바뀐 셈이지. 반대방향으로 떠밀렸을 가능성이 굉장히 커. 동쪽으로 80m만
더 가볼게."
"거긴 어제 가봤잖아, 더군다나 절벽이고. 보나마나야."
"절벽이라고 중도포기한 게 실수였어! 아까 그 절벽 수상해.아무래도 내려가
봐야할 것 같아."
철우가 옆에 있는 박양을 힐끔 쳐다보며 성윤에게 말했다.
"제정신야 지금? 절벽 너머로 가서 자칫 통신두절이라도 되면 어쩌려고?"
해양생물학자인 박양도 옆에서 거들었다.
"철우오빠 말이 맞아요.바다 사막화가 심해서 절벽근처로 다가가 미세한 움
직임이라도 일으킨다면 낙석이 발생할 거에요.만약 잠수정에 그 낙석이 부
디친다면 목숨이 위험해져요."
돈스코이에 있는 황금을 쫓으면서 성윤의 인생은 그야말로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친구 경천이 죽었고 까마귀가 죽었고 쪽빠리 야마모토가 죽었다.
그리고 멀쩡한 회사가 망하게 생겼다.그 밖에도 여러사람이 곤경에 처했다.
거기다가 가면 갈수록 자꾸 적만 생겼다.자신을 죽이려드는 사람이 점점 늘
고 있었다. 이젠 끝내고 싶었다. 인생이 아주 절단나던지 아니면 기울어져가
는 인생이 오뚜기처럼 다시 우뚝 일어서든지 양단 간에 결정을 보고 싶었다.
절벽이 마치 자신의 현상황인것만 같았다. 갑갑하고 갈증이 났다. 앞을 떡하
니 가로 막고 있는 이 절벽의 끝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이젠 끝장을 보고
싶었다.
"바뀐 해류를 감안해 볼 때 넉넉잡아 동쪽으로 100m 정도 범위내에 흑장미
가 있어. 확실해."
"100년 전에 침몰했어.선체는 거의다 삭아서 녹아내렸을테고. 그러면 가벼
워진 배가 어디로 얼마나 흘러 갔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고. 다 끝났어. 얼른
올라와."
그래도 성윤은 끝까지 그 절벽을 포기하지 않았다. 난 절벽 싫던데.
"내목숨 걸고 하는일이야. 넌 빠져."
"너무 위험해 연료도 모자랄테고."
철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윤은 어떤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돈스코이 선
체가 녹아서 가벼워졌을수도 있다.그러면 철우의 말마따나 흑장미의 행방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안에 황금의 무게 때문에 멀리 흘러
갔을리가 없다. 분명 100m범위내에 흑장미가 있을것 같았다.
"10분이면 끝나.충분해!"
"끝났어.완전실패야 이번 탐사는."
성윤은 이를 악물었다.
"난 보물찾기에 있어서만큼은 단 한번도 실패한적 없어.왜 그런지 알아?"
"왜? 운이 억수로 좋은건가 너란 놈은?"
"아니 결코 포기한 적이 없었거든.찾을때까지 포기한 적이 없었단말야 난."
"이제 다 끝났다고!"
솔직히 과학적인 근거는 필요가 없었다. 깊은 바다속은 워낙 변수가 많아 과
학이 통하지 않는다. 그것이 과학의 한계였고 철우의 한계였다. 성윤은 잠수
정의 전원을 다시 켰다. 헤드라이트가 켜지고 온갖 전기장치에 불이 들어왔
다. 어떻게 해서든 흑장미를 발견해내야만 신애의 복수를 대신 해 줄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잠수정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성윤의 의지
가 투영된듯 헤드라이트가 전보다 더 밝아보였다. 착각이야.
성윤의 잠수정은 컴컴한 바다속을 미친듯이 유영하고 있었다.마치 누가부르
는 것처럼 불러서 달려가 꼭안아주려고 가는것처럼 한치의 망설임도없었다.
평평한 지형이 끝나고 잠수정의 오른쪽으로 드디어 깎아지른듯 절벽이 나타
났다.속도를 줄이고 조심스럽게 절벽을 타고내려갔다.자칫 절벽을 건드리기
라도 한다면 바위덩어리가 쏟아져내려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도 성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마치 분실했던 신애의 무덤을 찾은 것처
럼 아무 망설임없이 곧바로 절벽아래로 내려 섰다. 부력 때문에 잠수정은 천
천히 절벽아래로 흘러내렸다.작은 잠수정은 하방조명의 불빛에만 의지해 위
태롭게 절벽을 내려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힘겹게 절벽을 다내려오자 평지가 나타났고 수심은
420m를 가리키고 있었다.예상깊이를 크게 벗어나 있었다.더군다나 해저지
형도를 보니 이곳은 절벽의 중간계곡 쯤이었다.약 50M 가량 평지를 지나면
아래로 더 깊은 해저계곡이 존재했다.그밑으로는 수십킬로미터의 해구가 있
기 때문에 수색이 전혀 불가능했다.어쩌면 흑장미는 이미 그 해구 속으로 영
원히 모습을 감추고 말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렇게 깊은 바다속에서는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으로만 구별이 되었다.
보이는 것은 절망속에 빠져든 성윤 자신의 인생이었으며 안 보이는 것은 바
로 흑장미였다. 성윤은 한숨을 내쉬며 허탈해 했다.이제 모든게 끝났다.
더 이상 발버둥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죄를 지었다면 죄값을 받고 책
임질 일이있다면 책임지면 되는거였다.無돈스코이가 가져 올 역풍을 온몸으
로 받아낼 일만 남았다.어쩌면 누군가의 손에 의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오싹한 생각마져 들었다. 어쨌든 가자 집으로. 마이크를 켜고 모선에 연락을
취하려하는데 철우가 먼저 상황을 물어왔다.
"어떻게 됐어?"        
"다 끝났어.집에가서 똥이나 한판 때려야겠다." 
"헐씨발 너나나나 이제 죽을 일만 남았구나.얼른 올라와 커피 끓여 놓을께."
철우는 무전기를 끄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잠근 후 산탄총에 총알
을 박아넣기 시작했다.총알이 커피냐 색꺄.
성윤은 모든걸 포기했다. 그래도 당장 수면 위로 떠오르기엔 너무도 아쉬웠
다. 그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이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듯했다.잠시 라이
트를 끄고 생각에 잠겼다. 밍기적 거리긴.
(그래 끝났어 다 끝난거야.이제 인정해야 해.경천아 미안하다.그리고 진주야
정말 미안하다. 모두에게서 벌을 받자.)
속죄하는 마음을 가지자 차라리 홀가분했다.산소통엔 빨간불이 들어와 있었
다. 그래 가자 집으로. 가자 실패의 대가를 치르러.
잠수정에 전원을 켜고180도 회전하여 방향을 바꾸었다.바로 그순간이었다.
회전하는 사이에 뭔가 아주작지만 선명하게 반사되어 나오는 빛줄기가 하나
있었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방향을 바꾸었다.번쩍.한줄기 빛이 무슨 신
호처럼 헤드라이트 빛을 다시 반사시켰다.잘못 본게 결코 아니었다. 방향을
빛줄기에 맞춘 후 전속력으로 앞을 향해 나아갔다.
빛을 반사시키던 물체에 방향을 고정시키고 잠수정은 미친듯이 돌진하고 있
었다. 눈 앞에는 온갖 부유물과 플랑크톤이 유리창을 때리며 스쳐 지나갔다.
뚜뚜뚜뚜..
연료게이지 마져 빨간불을 깜빡이며 위험신호를 알리고 있다.점점 다가갈수
록 물체는 더욱선명하게 빛을 발하고있었다.거의다 도착하자 성윤은 속도를
줄였다. 이제 가속도만으로 물체에 조심스럽게 다가갔다.육안으로도 보일정
도로 가까이 다가가자 웬 나무가지에 시계가 걸려 있는 듯 했다 고개를 갸웃
거렸다.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물건이 확
실히 보였다.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물건은 정확히 시계가 맞았다. 그것도 영
식의 시계였다.
경천, 까마귀,야마모토 그리고 영식과 함께 탐사를 나와 돈스코이를 발견했
을때. 바로그때 금괴의 값어치를 계산하던 영식의 바로 그 전자시계였다.폭
발 사고때 튕겨져 나온 것이 우연히 돈스코이의 돗대에 걸려서 유리로 된 시
계표면이 헤드라이트 빛을 반사시켰던 것이다.흡입기를 작동시켜 보니 나무
가지는 영락없는 돗대였다.뻘흙이 묻고 물먼지가 끼어있지만 분명히 왕년에
화려한 돗을 달고 바다를 누비고 다니던 돗대였다.
로봇팔로 조심스럽게 시계를 떼었다.뒤로 약10m 가량 물러난후 천천히 고
도를 내려 보았다. 침전물과 부식되어 끊어진 로프 그리고 버려진 그물등이
마구 뒤엉혀 있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보조조명을 비추며 그물을 피해
서서히 접근했다. 쿠쾅..
갑자기 거대한 선체가 앞을 떡하니 가로 막았다. 녹이 벌겋게 슬었고 포탄자
국과 총알자국으로 얼룩져 있지만 위용이 넘쳤다.
"모선!모선! 지금 보고 있나?"
이미 녹화용 모니터를 통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철우가 감격해서 소리를
질렀다.
"우리도 보고 있다. 선체주위를 천천히 돌기 바란다."
"알았다 오버!"
성윤이 배의 주위를 탐색하는 동안 모선에서 대형 흡입기가 내려와 침몰선
위를 덮고 있는 침전물을 빨아들였다. 모선 안의 상황실에서는 잠수정이 선
체주위를 천천히돌면서 보내오는 화면과 데이터를 열심히 분석하고 있었다.
성윤은 갑자기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산소부족으로 생긴 이산화탄소 중독
때문에 판단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가뜩이나 엄청난 수압때문에 중독 증
세는 전보다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잠수정의 산소게이지는 아까부터 빨간
불이 들어와 깜박이다가 이내 꺼져버리고 말았다. 성윤은 몽롱한 상태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어때보여?"
철우는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아직은 흑장미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가능성이 매우 높아!"
주위에서 우와,하며 함성을 질렀다. 철우도 만세를 불렀다. 성윤은 두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철우를 불렀다.
"철우야 근데 말야.."
"응 왜, 말해."
"신애가 자꾸 날 부른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신애가 지금 내옆에 와 있다고!" 무슨 헛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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