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 기증 (1)

in #kr8 years ago

올해 5월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블로그는 정말 오래전에 만들었었지만,

글 재주도 없고 관리하기도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스팅도 남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는 당사자로서

이 글은 남겨두고 싶어서 첫 포스팅을 남겨보고자 한다.

조혈모세포는 이전에 골수라고 흔히 불렸으며

문자 그대로 피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를 만들어주는

골수 조혈세포를 말하는데,

백혈병 등 이 세포에 이상이 생긴 환자들은 방사선 치료로

이상세포를 제거하고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아야 완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부모 자식 간에는 유전자형이 일치할 확률이 1/20 정도,

형제 간은 1/4 정도이며, 비혈연 간 일치 확률은 1/20000 정도라고 한다.

가족 간에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혈액암 환자가 저런 낮은 확률에

기대하며 힘든 항암치료로 버텨야 하는 것이다.

작년 연말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왔다.

지방에 사는 나로서는 02로 시작하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광고 전화가 대부분이기에

웬만하면 전화를 안 받는데 같은 번호로 두 번째 오니

정말 필요한 전화라고 생각되어서 받게 되었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 협회 모 코디네이터인데 2009년에 기증 서약한

내 조혈모세포 유전자형이 공여자를 필요로 하는

급성 혈액암 환자와 일치한다고 기증을 부탁한다는 전화였다.

정말 오래전에 기증 서약을 한터라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한 3초 정도 고민을 하고 말을 꺼냈다.

'제가 지금 지방간이 있어서, 간 수치가 높은데 기증할 수 있나요?'

'헌혈을 했는데 간 수치가 높게 나와서 폐기됐다는 연락을 받았었거든요.'

코디네이터 분이 그건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하시면서

지방간이 있으셨던 분들도 조혈모세포 기증을 한 사례가 많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주 친절한 설명으로 전신마취를 하고 난 후

골반뼈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하는 방법보다는

조혈제 주사를 맞고 조혈모세포 양을 늘려서 혈관으로 이동하게 한 후

성분헌혈과 같은 방식으로 기증을 하는 말초혈 기증 방법이 선호되고 있고,

환자분도 그 방법으로 기증받기를 원한다고 하셨다.

나는 비혈연 간 이식의 경우 일치 확률이 1/20000 밖에 되지 않는다는

코디네이터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환자분과 가족분들이 얼마나 간절히

기증자가 나타나기를 원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기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코디네이터 분께 기증 동의를 한다고 의사표시를 하니

내가 성인이라 가족의 동의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종적으로 기증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으니

가족들의 동의는 받으라고 당부의 말을 남기셨다.

그리고 대표 유전자 형은 일치하지만

나머지 유전자형에 대해서도 일치하는지

상세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시면서

출장을 오신다고 하셔서 출장 일정을 잡았다.

다음 포스팅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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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일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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