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엮어가는 일상
다시 엮어가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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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25

순식간에 한 달이 지났다. 7개월 동안 쌓인 시간이 커다란 풍선에서 바람이 새듯 흘러나와 3월과 4월의 중간을 엮었다. 언제든 볼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 마지막 날짜와 그 후의 오랜 기다림이 필연적인 장거리 연애. 이번에는 그래도 독일에 세 번째 방문이니 글을 좀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막상 현실이 되자 일기를 쓸 시간도 겨우겨우 마련하는 정도였다. 그래도 최후의 보루는 '2페이지 출판(#2pagePublishing)' 프로젝트. 사진과 영상이 자꾸 쌓이면 손을 댈 수 없게 되는 걸 알기에 적어도 이것만은 놓지 않기로 했다. 날 것 그대로의 일기는 그때그때 페이지로 기록하지만, 기억 속으로 뛰어들어가 멈추어 찬찬히 들여다 보는 작업은 역시 시간을 들이는 편이 좋다. 지금은 작년 여름 기억을 그렇게 뜯어보고 있으니 이번 봄에 있었던 일들은 내년쯤 기록되려나.
29일간 머물렀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총 697시간. 41,820분. 2,509,200초. 아주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이 흘러가 사라지는 게 보였다. 끝을 향해 달려가며 동시에 그 다음 다가올 시작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봄을 보냈다. '왜 돌아가야 하는 거지?' 발버둥치는 물음을 시간은 너그러이 바라보며 쓰다듬는다. 시작과 끝을 두는 건 잔인하지만 유효기간의 총량을 늘이는 섬세하고 유일한 방법이므로. 다시 떠나는 과정은 몸과 마음, 정신이 모두 타격을 입는다. 이번에는 끔찍한 난기류까지 겪었다. 눈앞이 빙빙 돌아서 정말 정신을 잃을 뻔했다. 고소공포증과 비행공포증이 있는 나는 매번 목숨을 걸고 사랑을 엮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서움을 압도하는 즐거움 때문에.
이제 현실적인 것들에 대한 결정이 남았다. 같이 지낼 집을 고르는 것부터 난이도가 아주 어려운 게임을 함께하는 기분이 든다. 이제 내 몸은 한국에 있기에, 영상이나 사진, 정보만으로 타국의 집을 선택하는 게 정말 가상현실 같기도 하다. 현재 우리가 가진 생활 형태, 바라는 이상적인 생활 환경, 그에 적합한 위치, 가능한 비용, 층수, 방 갯수, 집 구조, 테라스 유무, 창문 방향 등등. 고려해야 할 것들을 따졌을 때 완벽하게 '바로 여기야!'라고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럴 때마다 기준이 세분화된다. 포기할 것과 확실하게 얻는 이점. 열 군데 넘게 심사숙고 해보았고, 그 중 한 곳을 최종적으로 포기했다. 그리고 시내와 아주 약간 멀어지는 대신(5km 정도) 확실히 더 나은 공간을 택하기로 결정하고 우선은 공간을 소개해준 친구에게 연락을 해두었다. 인연이 닿는다면 우리에게 올 것이고, 아니면 다른 기회가 있겠지.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일주일 동안은 감각이 거의 독일에 가 있다가, 이제 서서히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글쓰기와 독서, 끝없는 언어 훈련. 조금 알 것 같다가도 다시 모르는 감각으로 추락. 실제 난기류는 제발 겪지 않았으면 하고 두 손 모아 기도하게 되지만, 언어 훈련 속의 난기류는 이상하게도 '그게 정상'이라고 느껴진다. 피 말리는 난기류가 아니라, 성장을 촉진하는 난기류라면 기꺼이. 최대한 많은 훈련 끝에 여름이 찾아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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