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나 열 나는 것 같아 - 카일리 미노그 예찬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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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폭염으로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저의 유일한 구원자는 음악이죠 (오글오글) 낮엔 화끈한 댄스곡을, 밤엔 차분하고 시원한 피아노곡을 들으며 버티고 있습니다.

그 중 화끈한 댄스곡을 담당하는 곡과 그 노래를 부른 가수 하나 소개해드릴게요. 바로 호주 출신의 팝 가수 카일리 미노그의 Fever입니다. 제목부터가 지금 날씨에 딱 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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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ver이 수록된 카일리 미노그 9집 Fever의 앨범커버 입니다. 하 너무 섹시하죠.)

저는 야한 노래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여기서 야하다는 의미는 가사가 외설적인 게 아니라 분위기가 야시꾸리함을 뜻합니다. 사랑의 묘한 기류를 아슬아슬하게 다룬 노래 얼마나 가슴 뛰고 좋나요. 제가 소개할 Fever이 딱 그런 노래입니다. 노래 재생하면서 글 읽으시면 가슴이 더 두근거릴 거예요. (본 문은 과거에 작성한 거라 반말로 작성됐습니다)


(Fever 무대영상입니다. 후끈후끈)

어릴 땐 키가 작은 게 콤플렉스였다. 그렇게 생겨난 나만의 선호 체계가 있다. 장신인 우마 서먼과 지나 데이비스의 당당한 다리 길이를 동경한다. (얼굴은 나랑 천지차이지만) 리즈 위더스푼이나 위노나 라이더같은 아담한 이들에겐 괜히 감정이입 하게 된다. 호주 출신 배우이자 가수 카일리 미노그는 후자에 속한다. 그의 키는 152c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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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미 뿜뿜하시는 우리 카일리 언니)

2000년대 초반에 유로팝 좀 들었다면 카일리 미노그의 노래를 들어봤을게다. 그 정도로 당시 굉장한 인기를 구가했다. 싸이월드, 클럽, 옷가게, 드라마 등 어디든 그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노래도 노래지만 카일리의 주 무기는 퍼포먼스다. 무대 하나하나가 전위적인 행위예술 같다. 오죽 미국에 마돈나가 있다면 호주엔 카일리 미노그가 있단 소리가 돌았을까.최고 히트곡은 아마 Can’t get you out of my head 일 것이다. 한때 한국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채연도 이 노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카일리의 컨셉을 따라했었다. 디바들의 디바라니, 작은 체구가 무색하게 거대한 에너지를 뿜어대는 사람이다. 그렇게 ‘키 작은 스타니까 좋다’는 얄팍한 선호는 점점 덕심으로 두터워졌다.


(can't get you out of my head 퍼포먼스 영상입니다. 2000년대 초반의 댄스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노래 중 Fever란 곡을 가장 좋아한다. 내 기준 가장 섹시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돌적인 전자음과 몽환적이면서도 간드러지는 보컬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무엇보다 곡의 컨셉과 내용이 도발적이다. Fever의 내용은 사랑의 열병에 걸린 여인의 교태 어린 투정이다. 여인의 병을 치료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자 사랑의 대상인 그는 의사 같은 존재. 잠깐 가사를 살펴보자.

I′be been bitten by the bug and I am coming down with oh Something that can′t be cured. There ain‘t a doctor in this town who is more qualified than you Yeah to be so adored.
(벌레에 물려 치료될 수 없는 병에 걸렸어요. 이 마을엔 당신만큼 적합한 의사가 없죠. 그래요 내가 흠모하게 된 당신이요)

이 무슨 오글환장대파티냐 싶겠지만 막상 들으면 함께 열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곡이다. 실제로 사랑에 빠지면 체온이 오른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퍼포먼스의 컨셉은 ‘병원’이다. 열병에 신음하며 들것에 실린 카일리 미노그를 쌔끈한 간호사와 근육질의 의사들이 치료한다. 첨부한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수위가 꽤 세다. (그래서 더 좋다) 카일리의 퍼포먼스를 즐겨 찾던 게 10대 중후반의 일이니 나는 당시 엄빠주의! 후방주의! 정신을 고수해가며 은밀하고 탄탄하게 덕(!)을 쌓아나가야 했다.


(2 hearts 뮤직비디오. 록 요소가 가미된 댄스곡인 2hearts는 카일리 미노그의 단단한 매력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사실 그의 섹시함의 이면엔 꾸준함이 숨어있다. 카일리는 1980년대 후반에 배우, 가수로 데뷔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가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음악적 지평은 넓혔으나 처음 만큼의 인기를 얻지는 못했단 소리다. 포기 않고 꾸준히 신곡을 발매하다가 2000년대 들어 재기에 성공했지만 2005년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에 들어갔다. 하지만 보란듯 돌아온 그녀는 2007년 정규 앨범 ‘X’를 발매해 세계를 재패한다. 나의 두 번째 최애 곡 2 hearts가 수록된 앨범이다. 훗날 동화책을 집필해 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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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나 열나는 것 같아. 아프니까 더 예뻐 보인다. 20살의 나와 내 친구들의 감성을 제대로 저격한 레쓰비의 광고 카피다. 카일리를 통해 열과 사랑의 상관관계를 배운 나는 유난 이 카피에 더 몰입 했었다. 내 작은 우상은 훌륭한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인생의 교훈도 알려줬다.키는 작지만 섹시하게 짝사랑 할 줄 알고, 꾸준하고, 다재다능하고, 깨알같은 교훈도 주고. 하여간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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