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조금은 외로운 유학생의 설날

in #kr6 years ago

유학생은 외로운 존재입니다. 아무리 SNS가 발달하고, 외로움을 안타고 혼자 사색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명절때만큼은 조금 외로운 존재가 됩니다. 특히나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으로 유학와서 룸메이트도 없이 사는 완전한 독립을 이뤄 낸 이번 설날은 조금 더 외로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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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느즈막한 오후, 아버지께서 친척들과 다 함께 모여 밥을 먹고 계신지 밥상 사진을 찍어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사진에 나온 친할머니께서 차려주신 밥상을 좋아합니다. 그 중 여전히 제가 좋아하는 생선전과 새우전이 올라가 있는 명절 밥상을 보니 두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번째 생각은 제가 한국에 없더라도 주변 사람의 삶엔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 입니다. 모두에겐 각자의 삶이 존재하고, 그들이 제 삶의 부속품이 아닌 만큼 저 하나 없다고 해서 그들의 삶은 변하지 않습니다. 제가 없어도 잘 사는게 당연하고 제가 바라는 것이지만, 가끔은 내가 없어도 잘 살아가는 그들에게 서운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두번째 생각은 사진에 나온 떡국이 참 맛있어보인다는 겁니다.

...네! 뜬금없지만 저 사진을 보고 떡국이 너무 맛있어보여, 설날 기념 자축 떡국을 끓이기로 했습니다ㅋㅋㅋ 우울한 이야기 그만하고, 이제 웃어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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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을 내는 것 부터 시작하려면 요리가 복잡해 질 수 있지만, 자취생 / 유학생들에겐 '사골곰탕 한그릇' 이라는 비기가 있습니다. 물 500ml에 저 고농도 사골 농축액을 풀고 끓여주기만 해도 사골국물이 완성되는거죠. 이렇게 만들어진 사골국물에 떡, 만두, 계란, 파, 마늘, 참기름까지 제가 좋아하는 재료를 몽땅 때려 넣고 푹 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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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그럴싸한 떡국이 완성 되었습니다. 고기를 사다놓는 것을 깜빡 해 만두로 대체해 사실상 떡만두국이 되었지만, 이렇게 떡국을 먹으니 비로소 한 살 더 먹은 기분입니다ㅋㅋ

배부르게 떡국을 먹으니 비로소 조금 설날다운 하루를 보내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한 술 더 뜨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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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카톡 세배를 드렸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있는 외로움이 우울함을 만들어 낼 뻔 했지만 맛있는 떡국과 세뱃돈 농담따먹기에 웃으며 오늘도 근사하게 하루를 마무리 한 것 같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께서도 저만큼, 아니 저보다 행복한 명절과 연휴를 보내고 계시다면 좋겠습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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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렇게 먹은게 아니고
아버지가 사진으로 인증을...!! ㅋㅋ

반전을 위해 이미지 순서로 썸네일을 조작했습니다 ㅋㅋ

타향에서 꿈을 위해 정진하는 모습 멋있네요^^

응원의 의미로 보팅 해드리고 가요^^ 그럼 설 연휴 마무리 잘하세요!

happy asian's new year^^

힘내세요.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좋은 성과 있으시기 바랍니다.

화이팅!!!!!

가족이 많이 그리우시겠어요ㅜ
힘내세요!

올해도 더욱 힘내세요!보기 좋네요^^

외국 살면 다들 그렇더군요. 이렇게 외로움을 타면서도 이루려는 목표를 향해 가는 그 걸음에 응원을 보내며 꼭 원하는 바가 이루어 지길 빕니다. 설사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지금의 이 시간이 악몽이 아닌 좋은 추억이 되기를 빌어드립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명절'이라는 단어가 이 단어가 뭐라고 사람마음을 그렇게 만들죠 ㅠㅠ 할머님의 밥상에 사랑이 가득합니다. 고명이며 깨며 깔끔하게 담아낸 음식이며 역시 엄마,할머니 밥상은 넘사벽입니다.. ㅠㅠ

부자간 카톡이 보기 좋네요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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