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농구화의 밑창 굴욕
‘니케(Nike)’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이다. 미국식 발음으로 ‘나이키’다. 바로 세계적 스포츠용품 브랜드 이름이다. 나이키 로고 디자인은 간결하고 심플하며 기운차다. ‘승리의 여신’의 날개를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무척 낯익다. 바로 그 나이키가 최근 역대급 굴욕을 당했다.
사건은 지난 2월 20일, 미국 대학농구팀인 듀크대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UNC) 간의 경기가 막 시작되었을 때다.
미국에서 남자 대학 농구는 프로 스포츠 이상으로 인기 있다. 특히 3월이면 March Madness라고 불리는 토너먼트가 벌어져 미국 전역은 농구 열기로 들끓는다. 대학 농구에서 손꼽히는 라이벌인 듀크대와 UNC의 경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언제나 화제다. 이날 경기는 랭킹 1위와 8위 팀 간이라 입장권이 무려 4천불이 넘을 정도였다.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 Spike Lee 영화감독 , Todd Gurley, Ken Griffey Jr 등의 스포츠 스타, Hayden Panettiere 같은 배우 등 다수의 유명 인사도 관전 중이었다.
미래의 NBA 스타가 즐비한 양 팀의 라인업이지만 그 중에서도 듀크 대학의 자이언 윌리엄슨(Zion Williamson)은 내년도 NBA 1번 지명 후보로 꼽히는 최고의 스타다.
그런 스타가 경기 시작한 지 1분도 안 되어 신고 있던 나이키 운동화의 밑창(Outsole)이 뜯어지면서 넘어져 무릎 부상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자이언 윌리엄슨이 빠진 경기는 UNC의 손쉬운 승리로 끝났다.
나이키로서는 최고로 주목받으며 전국으로 생방송된 경기에서 최악의 굴욕을 경험한 셈이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밑창이 뜯어져나가는 순간의 동영상이 순식간에 SNS를 후끈 달궜다. 이 사건 이후 나이키에 대한 비판도 급속도로 번졌다. 푸마는 윌리엄슨이 푸마를 신었으면 저런 일 없었을 거라고 트윗을 올렸다가 역공을 당해 황급히 지우기도 했다. 실제로 나이키 주가는 이 날 경기 후 1.5% 가량 곤두박질 쳤다.
소비자들이 나이키 제품에 대한 품질 의혹을 제기하면서 나이키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나이키의 전 세계 농구화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2018년도 기준 나이키의 농구용품 관련 매출은 43억 5천만 달러로, 나이키 연 매출의 14% 수준이다.
이 정도면 나이키로선 굴욕을 넘어 초비상 사태다. 자이언 윌리엄슨의 공식 몸무게는 282파운드(127.9kg)다. 그 몸이 탄력받아 돌진하며 방향을 틀때 신발에 걸리는 부하는 엄청날 것이다. 여기서 잠시 운동화의 구조를 들여다 보자.
신발공정은 갑피(upper), 창(sole), 조립(assembly) 등 3개 공정으로 매우 단순한 형태다. 그 중 조립공정은 신발생산의 핵심공정으로 접착공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갑피는 여러 패턴들을 이어 박음질하고 붙여 만드는 부분품이다. 다시말해 ‘봉제’ 공정이다. 이번 사고는 봉제공정이 아닌 접착공정의 문제로 보인다. 밑창에 사용되는 소재는 의외로 제한적이다. 충격 흡수, 내 마모성, 접착의 용이성 등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원인 규명을 위해 신발생산공정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소비자들의 외면도 감내해야 한다. 듀크대 농구팀은 나이키와 계약을 맺고 있다. 그런 이유로 윌리엄슨은 오로지 나이키 신발만 신고 출전해야 한다. 그렇지만 프로에 진출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나이키가 곤혹스런 또하나의 이유다.
NBA 1번 픽이 되면 몇 천만 불의 계약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윌리엄슨의 부상이 심각하거나 NBA 지명에 영향을 주게 된다면 나이키를 상대로 한 소송도 불가능하지 않다. 다행히 심각한 부상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으나 유명 스포츠 스타를 브랜드로 한 운동화를 만들거나 스타를 광고 모델로 써서 매출에 큰 도움을 얻고 있는 나이키로서는 향후 자이언 윌리엄슨이 스타가 되었을 때 계약하기 쉽지 않을 듯 하다.
나이키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매우 염려스럽고 윌리엄슨의 쾌유를 빈다”며 “나이키 제품의 품질과 성능은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이번 일은 독립적인 일회성 사건이기는 하나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코멘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