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서 (Dancer, 2016)

in #kr7 years ago

빌리 엘리어트-댄싱9 로 이어진 나의 얕은 춤덕질이 시들해진지도 몇 년이 지났는데 작년 즈음? 누군가 내게 엄청난 영상이 있다고 호들갑을 떨며 유튜브 링크를 보내줬었다. 언뜻 봐도 비범해보였기에 믿고 영상을 틀었다. 한 남자가 춤 추는 영상이었는데 정말 말 그대로 엄청났다. 움직임이 섬세한데 파워도 넘치고 몸으로 감정 표현을 하는 사람이었다. 허나 그 당시엔 여러가지로 지쳐있었기 때문에 '오... 쩌네' 하고 바로 영상을 껐다.
그리고 올해 3월, 페이스북 탐방을 하고 있었는데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내가 이걸 어디서 봤더라... 하고 영상을 클릭했는데 한 영화의 예고편이었다. 발레 영화인데... 예고편 음악이 움칫둠칫해...? 겁나 내 취향이다...! 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본 그 쩌는 영상에 나온 무용수가 바로 이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이 영화는 반드시 보러간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보고 왔다. 영화 '댄서' 이다.

그의 이름은 세르게이 폴루닌. 1989년 11월 20일 (27세), 우크라이나 헤르손 출생. 이라고 구글에 뜬다. 나는 과거에 아주 아주 얕게 발레에 관심을 뒀음에도 그의 이름이 들어본 적이 있었다. 누군지 몰라봤을 뿐... 애니웨이, 그의 고향인 우크라이나 헤르손은 그의 재능을 뽐내기엔 부족하여 그는 키예프로, 런던으로 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의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결국엔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데...
왠지 보면 볼수록 짠했다. 자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모두 흩어졌고 그렇기에 더더욱 열심히 했는데 완전히 깨져버리다니 멘탈도 깨져버렸을 것이다. 자신이 열심히 하여 성공하면 가족들을 다시 하나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만 가지고 달려온 소년에게 너무 가혹한 현실이다 하나뿐인 목표가 느닷없이 사라져버리면 남은 사람은 어떻게 무너져가는가를 생생하게 목격해버렸다 가족들도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물론 그들의 사정이 있겠지만 어린 세르게이 생각도 해줬어야지 ㅠㅠ 그 후로 그는 제대로 탈선길을 걷게 되는데 그래 그럴만 하지 생각이 들었다. 공연에 가족들을 한번도 초대하지 않았다는데서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를 대강 가늠할 수 있었다. 그렇게라도 하루하루를 버텼을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짠하다... 그러나 하고싶은 거 다 해! 싶다가도 그렇게 파티를 하고 다니니 걱정이 되기고 하고 언론에선 좋게 볼 리가 없고 점점 압박을 받고 결국엔 빰! 탈퇴를 한다.
그래 그럴 수 있지... 하는데 뜬금 러시아 오디션 예능? 에 나타난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니 그래도 로열 발레단 수석 출신인데...! 새삼 발레국의 위상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어쨌든 그의 러시아행은 분명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가족에 목마른 그가 아빠같은 이고르도 만나고 다른 타입의 발레도 접하고... 하지만 러시아 또한 자유인 세르게이를 붙잡기엔 턱없이 부족했나보다. 그는 은퇴를 꿈꾼다.
스페인 여행을 기대하던 친구를 붙잡아 미국으로 가 자신의 마지막 안무를 부탁한다. 이래저래 힘든 삶을 살았어도 참 좋은 친구들을 둔 것 같다. 술에 뻗은 세르게이의 얼굴에 낙서하는 것도 보기 좋았다. 여행을 급 취소했는데도 조용히 따라가 얘기도 들어주고 정성껏 안무도 만들어주고...
그렇게 그는 호지어의 명곡 take me to church에 맞춰 절친이 짜준 안무를 선보인다. 이미 본 영상이지만 새삼 쩌는 영상이라고 생각했다. 배경부터 조명, 음악 그리고 춤까지 완벽하다. 아름다워..!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러다 마지막이라니 안돼 당신은 춤을 춰야하는 사람이야 절규할 때 그가 공연을 한다길래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래 당신도 춤을 추고 싶은거야!
처음으로 가족들이 함께 한 공연이라니 그가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하고 좀 더 어른이 된건가 생각했다. 왠지 대견하고 짠하고 그랬다.
영화가 끝나고 다급하게 인터넷을 뒤져보니 계속해서 춤을 추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나도 직접 그의 춤을 보고싶다는 거대한 욕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 검색하다보니 그가 영화에 출연한다는 의외의 소식을 있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의 안드레니 백작역으로 출연한다는데 사진을 보니 얼굴이 잘생겨서 그런지 잘 어울린다. 연기도 잘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산 사람들은 잘 되어야한다. 세르게이도 더 슈퍼스타가 돼서 나중에 한국도 오고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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