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in #kr7 years ago

주변에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수많은 영화를 추천받게 된다. 취향도 널널하고 웬만해선 추천영화를 다 보는 편이라 그런지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긴 한데 어쨌든 추천 받은 영화를 하나씩 깨는 건 재미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또 영화 하나를 추천 받았다. ‘찝찝하고 음습한 게 딱 네 취향이야!’ 라면서... 부정하고 싶었지만 부정할 수 없는 내 취향이라 그냥 봤다. 그리고 결과는,,, 존잼...!

‘찝찝하고 음습’에서 알 수 있듯 일본 영화이다. 이상일 감독의 영화 ‘분노’ 다. 이 영화는 일본 연예인을 잘 모르는 나도 주인공들을 모두 알아봤을 만큼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고 있다. 앗 저 사람 알아... 저 사람도 알아... 쟤도 알아...! 이 영화 뭐지...! 라고 외쳤을 정도로 신기했다. 영화는 처음부터 음습 찝찝하다. 더운 여름날 부부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벽장엔 피로 ‘분노’라 적혀있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그 범인을 찾는 내용이다. 용의자 몽타주가 나오고 그와 비슷하게 생긴 세 사람이 나온다. 솔직히 다 너무 똑같이 생겼어... 세 배우가 서로 닮은 것 같진 않은데 몽타주는 세 사람 다 닮아서 신기했다.
세 사람은 타시로, 나오토, 타나카인데 사실 범인이 누군지 눈치 채는 건 쉽다. 셋 중 둘은 너무 수상해보이고 한 명만 비교적 착하게 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다. 영화는 믿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항구에서 일하는 요헤이는 3개월 전 가출 후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딸 아이코를 찾아 집으로 데려온다. 그 후 아이코는 항구에서 일하는 타시로와 사랑에 빠져 동거까지 하는데 요헤이는 타시로가 의심스럽다. 영화를 보면 타시로는 등장부터 의심스럽다. 비 오는 날 우비 뒤집어쓰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요헤이와 딸이 지나가는 걸 보고 가만히 서있는다. 너무 의심스럽다. 과거도 의심스럽다. 뭔 사채업자에 쫓긴다는데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헤이가 그를 의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딸 아이코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아이코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 그래서 요헤이는 타시로가 아이코를 사랑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다 저 몽타주를 보게 되는데 타시로와 너무 똑같이 생겼다. 안그래도 하는 행동도 의심스럽고 과거도 의심스러운데 저 몽타주를 보니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그래서 이런 저런 일이 지나가고 아이코가 타시로를 신고하게 된다. 너무 잔인한 상황이다. 타시로가 범인일 경우에도 그렇고 범인이 아닐 경우에도 그렇다. 또 타시로가 범인인지 아닌지 밝혀지는 부분 연출이 너무 좋았다. 소리가 안 들리는 상황에서 경찰이 아이코와 요헤이에게 결과를 말하는데 아이코가 주저앉아 오열한다. 타시로가 범인이라면 범인이라서, 아니면 아니라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나오토도 의심스러운 애다. 범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나오토의 과거에 대한 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냥 쭈그리고 다니는 의심스러운 친구이다... 심지어 용의자의 볼에 있다는 점 세 개까지 일치하는 아주 의심스러운 친구이다. 이런 의심스러운 아이를 집으로 들이다니 유마도 참 그렇지만 나오토의 미모를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하고... 하여튼 나오토는 너무 대놓고 의심스러워서 얜 아니구나 했지만 유마는 그렇지 않았겠지... 결국 나오토와 유마는 비극으로 끝난다.
타시로도 그렇고 나오토도 그렇고 상대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을 자꾸 숨기니까 상대방이 그들을 믿을 수 없고 의심하게 되는 거다. 자꾸 자신을 숨기고 말도 없이 튀고... 그러면 상대는 또 오해하고 이렇게 쌍방의 삽질이 답답함을 쌓이게 한다. 근데 또 양쪽이 다 이해가 가서 더 짜증난다... 때로는 말로 표현해야 하는 것들도 있는 것이다...
나머지 한명 타나카는 무인도에 사는 청년인데 우연히 놀러온 소녀 이즈미와 친해진다. 으으 이 인간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도 한 바가지인데 그러면 글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쓰지 않겠다. 얘는 진짜 짜증난다...
분노는 보고나면 찝찝하고 생각도 많아지는 무거운 영화이다. 담고 있는 내용도 그렇고 연출도 여러 가지로 분석하고 싶은 부분들이 많다. 아무래도 몇 번 더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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