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in #kr7 years ago

볼 때마다 오열하는 영화들이 몇 있다. 토이스토리3 라던가, 로건이라던가, 왕의 남자라던가... 그리고 동주가 있다.
동주는 내 취향의 총 집합체였기 때문에 개봉 전부터 기대가 컸다. 내가 좋아하는 흑백, 내가 좋아하는 감독, 내가 좋아하는 배우,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윤동주까지. 개봉 전부터 알았다. 이것은 극장에서 최소 3번이다. 나의 예상은 역시나 엇나가지 않았고 매일같이 극장을 드나들며 가뿐히 vip가 되었다.

꽤 오래 전이라 몇 번을 봤었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한가지는 확실하다. 볼 때마다 오열 했었다. 심지어 매번 다른 포인트에서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볼수록 더 심하게 울었던 것 같다. 물론 내 눈물샘은 매우 쉬운 존재이긴 하지만 나를 이렇게까지 울게 만든 영화는 거의 없었다. 또 내가 자주 타는 버스가 있는데 이 버스가 지나는 정류장 중 한 곳은 왜인지 아직까지도 동주 포스터가 걸려있어서 지나갈 때마다 심장을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이다... 허윽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이 영화를 사랑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 하고픈 말이 정말 많다. 그런데 주변에 이 영화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너무 슬프다... 누군가 할 말 다 하라고 판을 깔아준다면 으아아 가슴을 두들기며 횡설수설 다 뱉어낼 것이다... 하지만 난 이성을 가진 고등생물이고... 그렇게 쌓인 게 많은 짐승처럼 울부짖을 순 없으니까 간단하게 쓸 것이다... 릴렉스... 캄다운 할 것이다...

먼저 영화를 본 후 우리가 기억하는 이름은 동주 그리고 몽규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영화를 보기 전엔 송몽규라는 사람에 대하여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윤동주 관련 책을 읽다보면 몇 번 보는 이름 정도? 그랬기에 영화를 보고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고 슬펐다. 영화 포스터에서 볼 수 있는 ‘빛나던 미완의 청춘 /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이라는 문구를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이 영화에 감사할 수밖에 없다. 대체 왜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우리는 그의 이름을 잊게 되었을까. 또 그 뿐만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먹먹해진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관계성이 너무 좋다. 먼저 그들을 묶는 가장 큰 단어는 가족이다. 그들은 가족이고, 친구이다. 또 성격이 다르고 지향점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소소하게 부딪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중에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굉장히 잘 드러난다. 특히 몽규가 동주에게 하는 대사 중 ‘니는 계속 시를 써라. 총은 내가 들 거니까.’ 는 그런 점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몽규가 동주와 동주의 글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를 저 대사 한 줄로 보여준 것이다. 끄으윽 저 대사는 볼 때마다 먹먹하고 슬프고 사랑스럽다.

또 윤동주라는 인물의 내적갈등을 굉장히 잘 나타내고 있다. 그의 시와 연결지어 적절한 부분에 나레이션으로 시를 낭송하는데 강하늘의 목소리가 그의 시처럼 낭랑해서 또 눈물이 주르륵... 모든 시가 적절하게 들어가 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병원, 쉽게 쓰여진 시, 자화상, 그리고 서시이다.

흑백영화이기에 당시의 암울하고 먹먹한 시대상도 잘 담고 있지만 내가 좋아한 것은 그림자이다. 흑백영화는 말 그대로 흑과 백이기에 빛과 그림자를 담기에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동주 또한 그림자가 너어어무 잘 나왔다. 비 오는 창의 그림자, 그리고 인물들의 얼굴에 맺히는 그림자가 너무 좋았다. 이 맛에 흑백을 본다.
이 영화는 정말 오프닝부터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완벽하다. 볼 때마다 울어서 한 번은 정말 참아보겠다 다짐하고 잘 참았는데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 순간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진 적도 있었다. 아마 죽을 때까지 이 영화를 보고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는 것른 불가능할 것 같다. 하아 극장에서 한 번 더 보고싶다... 재개봉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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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이준익 감독님 영화는 정말 작품인 것 같아요 ㅎㅎ 저도 오랜만에 다시 동주 보고싶네요

망설이던 영화인데 봐야겠어여 오늘

원래 영화 잘안보는데 글읽어보니 꼭 봐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저도 항상 이 영화 속, 이 부분에서 벅차오르는 것들이 몇 개 있습니다.
좋은 글, 좋은 영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한 번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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