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생, 2018년생 아이스버킷챌린지의 차이는?
사회문제를 알리고 해결하는 캠페인, 어떻게 만들어지고 성공할까?
내가 아이스버킷챌린지를 처음 본건 2014년 여름에서 가을 사이로 기억한다.
의경 생활을 하던 2014년 내 맞선임이 양동이를 찾고 얼음을 모으더니 본인에게 그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른바 아이스버킷챌린지였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에 한 번 더 유행했는데, 시작은 2014년이다.
유학생활을 한 내 맞선임은 유학시절 친구의 지목을 받아 아이스버킷챌린지를 군대 안에서도 실행시켰다.
당시에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의미를 듣고 그걸 의경 생활을 하면서 실행한 선임이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2014년 이미 진행된 챌린지임에도 불구하고 2018년 우리나라에서는 승일 희망재단의 '션'이 주도해 아이스버킷챌린지를 성황리에(이런 표현이 옳은지 모르겠지만) 한번 더 성공시켰다.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캠페인중 굉장히 잘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다른 영역에서도 마케팅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지만 공익적인 일을 홍보하거나 기금을 모을 때 캠페인 중 챌린지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다.
우선 단어의 개념부터 정리하자면 챌린지는 캠페인의 하위 언어로 해석할 수 있다.
캠페인의 뜻이 '사회ㆍ정치적 목적 따위를 위하여 조직적이고도 지속적으로 행하는 운동'이고 챌린지는 '도전'이라는 뜻을 지닌 만큼 캠페인 중 실천하는데 노력이 필요하고 도전적인 성질의 과제를 챌린지라고 부른다고 정리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어떤 의미일까?
일반 대중들을 기준으로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대해서 물어보면 이렇게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차가운 물을 뒤집어쓰는 캠페인', '연예인들이 많이 하던 거', '루게릭 환우들을 위한 캠페인', '차가운 물을 뒤집어쓰는 행위로 루게릭 환우들의 아픔을 느껴보는 캠페인'
이 정도쯤 될 거 같다.
아이스버킷챌린지의 기원을 살펴보면 사람들이 아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아이스버킷챌린지의 기원은 2013년부터 미국 북부에서 유행한 차가운 물에 입수하는 방식의 콜드 워터 챌린지에서 나왔다.
그러다가 건강상 차가운 물에 입수하는 방식이 건강에 위험하다는 비판이 나왔고 그 대안으로 사람들은 물을 뒤집어쓰는 도전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얼음물을 뒤집어쓰는지, 찬물을 뒤집어쓰는지는 통일되지 않았고 어떤 기부인지에 대해서도 주제가 열려있었다.
순직소방관협회에 기부하거나 암 연구를 위한 단체에 기부를 하기도 하고 어쨌든 각자가 관심 있는 주제에 자유롭게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가 미국의 한 골프 채널에서 찬물이 아닌 얼음물로 도전했고 이를 본 루게릭병 환자 한 명이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려 루게릭병과 관련된 네트워크에 퍼졌다.
그러다가 지금 형태의 아이스버킷챌린지, 그러니까 루게릭병 환우들을 위해 기부하는 챌린지로 굳어진 건 '피트 프레이츠'라는 루게릭병으로 본인의 야구의 꿈을 접어야 했던 전 보스턴 칼리지의 야구선수가 본인의 sns를 통해 '운동선수 네트워크'로 이를 퍼뜨리기 시작하면서였다. 동료였던 프레이츠를 응원하고자 보스턴의 야구선수들이 참여했고 이게 기폭제가 되었다.
보스턴 지역의 운동선수들을 중심으로 확산된 이 운동은 미국 전역에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캠페인'으로 확산되게 된다.
프레이츠 선수다. 루게릭병 때문에 포기해서 본인은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이 챌린지는 많은 멋진 우연과 따뜻한 마음들이 만들어낸 캠페인이다.
그러니까 2014년의 아이스버컷챌린지는 기획되어서 만들어진 챌린지는 아니다.
표현을 하자면 'Organic Challenge'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얼음물을 쏟는 행위가 '루게릭 환우의 고통을 느껴보자'라는 의미는 캠페인이 퍼지면서 참여자 중 한 명이 의미를 부여해준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우연히 아름답게 일어난 챌린지인 만큼 논란도 어느 정도 있었다.
짧은 기간 미국에서 약 1억 달러가 모였는데 이 기부금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된 건 사전에 이만큼의 기부금이 모일지 계획하지 못하고 관리체계를 만들어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정말로 기부금이 어떻게 쓰였는지와 상관없이).
이 멋진 챌린지의 마무리가 살짝 아쉬운 장면이지만 우연하게 폭발적으로 나온 챌린지인 만큼 이런 부작용은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에서는 별다른 이슈가 없었는다.(내가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2018년 5월 말에 한국에서 션의 주도하에 아이스버킷챌린지가 한번 더 열렸다.
표면을 보면 비슷해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과정은 2014년과 굉장히 다르다.
2014년과 목적은 같지만 약간 다른 점이 있는데 이게 (내가 보기엔) 재미있는 차이를 만들었다.
차이점은 1. 우연이 아닌 기획 2. 더 구체적인 목표
그 결과
- 더 많은 일반인이 참여하고 더 오래가게 된 챌린지 정도로 말할 수 있다.
- 우연이 아닌 기획
2018년의 한국의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준비된 챌린지였다.
그러니까 조금 더 '기획'에 가까운 영역으로 생각된다.
성공사례가 있었고 션은 이를 활용해 지목할 사람들에 대해서 사전에 준비도 했었을 것이다.
내부적으로 공유한 목표액수와 기간도 있었을 것이다(건물을 짓는 일이니 이런 추측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 더 구체적인 목표
루게릭 환자를 돕는다는 막연한 목표가 아닌 루게릭 요양병원 설립을 위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명확한 목표는 더 이성적인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2018년에는 아이스버킷챌린지의 지속기간이 조금 더 길고 더 많은 일반인이 참여하는데 명확한 목표가 이런 결과를 내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싶다.
- 더 많은 일반인, 더 오래가는 챌린지
아래 숫자는 2014년, 2018년 각각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통해 기부한 사람들의 숫자이다.
첫 두 달을 보았을 때 2014년이 더 성공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폭발적인 기세가 꺽이고 이어지는 챌린지의 지속성은 2018년이 더 안정적이다. (숫자는 더 적지만 시작하고 3달 이후의 변화를 비교하는게 더 유의미한 분석이라고 생각된다)
복합적인 요소가 있지만 챌린지를 사전에 준비하고 기획했다는 점이 이 모든 결과를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2018년 챌린지는 우연히 퍼진 2014년 보다는 폭발력이 작지만(그렇게 엄청 작지도 않다) 더 안정적이고 더 유의미하다.
내 추측이지만 2018년 챌린지를 통해 승일 희망재단을 응원하는 정기후원자와 기부자가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내가 존경하는 아이스버킷챌린지를 내 깜냥 안에서 분석해 보았다.
나와 비교할 수도 없이 훌륭한 분들이 기획한 챌린지인 만큼 더 많은 요소들이 있고 내가 추측한 것 중 틀린 사실도 있을 것을 감안해주길 바란다.
다만 이런 현상은 분명히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캠페인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좋은 캠페인을 만들 수 있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2018년 아이스 버킷 챌린지 생생히 기억나요. 연신 신문을 도배했던 대부분의 사람이 알게될만큼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숨겨진 이야기 재밌네요.
말씀대로 캠페인, 첼린지를 준비하면서 염두해볼만한 좋은 목표네요. 운찬님은 기획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ㅎㅎ.
넵! 말씀하신대로 기획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연한 기적도 멋진 이야기지만, 계획해서 세상을 효율적으로 바꾸어 나가는게 저에게는 더 끌리는 이야기인거 같아요!
연예 뉴스에 나오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아무 생각 없이 봐왔었는데,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네요. 저도 좋은 캠페인이 많이 만들어 지 기릴 바래봅니다~
네 말씀하신것처럼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좋은 효과가 있는 캠페인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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