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순례길] 안성 석남사~ 청룡사
서울에서 차로 2시간 정도. 안성 일대 가장 높은 산인 서운산 자락 동북쪽 기슭의 석남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용주사 말사이다. 아담한 사찰임에도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자태가 드러난다. 석남사는 680년 고승 석선(연대미상)이 창건하였고, 고려 초기 혜거 국사(899~974)가 중창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완전히 소실되었다. 그 후 화덕(연대미상)이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웅전을 향해 계단을 오르다 고개를 들면 어느새 부처님이 눈앞에 계신다. 보물 제823호로 지정된 영산전은 팔작지붕으로 묘한 매력을 뿜으며 석남사의 운치를 더한다. 석남사 주차장 옆으로 나 있는 서운산 등산로로 10분만 오르면 마애여래입상이 나온다.
높이 6m, 폭 8m의 바위면을 가득 채워 마애여래입상이 조각되어 있다. 커다란 마애불이 먼발치서 석남사를 굽어살핀다. 마멸된 조각을 보니 불교를 지키려 오랜 시간 버텨온 것 같다. 수풀에 가려짐에도 그 웅장함을 잃지 않고 곧게 서 있다.
마애여래입상에서 산길을 따라 40분 정도만 오르면 정상이다. 서운산은 해발 547m로 비교적 높지 않고, 자박자박 걷는 길이 이어져 편하게 이야기하며 걷기 좋다. 석남사 반대편 남서쪽으로 청룡사가 위치하고 있다.
청룡사 또한 큰 절은 아니지만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린다. 1364년 나옹 화상이 불도를 일으킬 절터를 찾아다니다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청룡을 보고는 원래 있던 대장암을 크게 중창하며 청룡사라 고쳐 불렀다. 청룡사 대웅전은 보물 제824호로 소박한 전체 절 느낌과는 달리 웅장함을 드러낸다.
특히 칸칸을 받치는 기둥들은 자연목을 그대로 사용했다. 청룡사는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사당 마을과 마주하고 있다. 1900년대, 철새처럼 돌아다니는 남사당패들이 겨울이면 이곳 청룡사로 돌아와 일손을 도우며 식솔을 거뒀다고 한다.
그런 연유인지 사찰의 전체적인 느낌도 엄격함보다 포근하고 어울림이 묻어난다. <석남사 → 마애여래입상 → 서운산 정상 → 청룡사>로 향하는 길은 5km 정도로 넉넉하게 잡아 2시간 이내면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사진=임경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