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정-조너선 프랜즌 The correction by Jonathan Franzen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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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정(The correction)] by 조너선 프랜즌(Jonathan Franzen)

‘인생수정’이라니... 제목 한번 거창하다 싶다가 원제목을 살펴보니 더 살벌하다, “The correction”.

‘이니드’와 ‘앨프래드’는, 우리의 부모 세대가 그러했듯, 요동치는 세상에 요지부동한 자세로, 일상과 운명에 순응하며 그저 ‘열심히’ 그들의 인생을 살아왔다. 권위적이고 다소 폭력적인 남편인 앨프래드는 가족들에게 독보적인 존재이기를 원한다. 반면 이니드는 누구보다 남편을 사랑하고 그 안에 있는 열정을 쏟고 또한 보상받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그 두사람의 관계는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더 나은 쪽의 삶을 지탱하려는 모습이 아닌, 실존과 가치의 영역에서 각자의 위치선정에 열올리는, 두 반대편에 서 있는 그들의 이기적이고 잔인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니드는 소녀였고, 앨프래드는 소년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어른이었다.

장남인 ‘개리’의 삶의 목표는 ‘아버지의 인생을 바로잡는 것’이다. 권위와 폭력의 중간 쯤 되는, 앨프래드의 아버지로서의 불합격점을 자식들 중 누구보다 깊이 인식하고, 본인의 삶을 아버지와 다르게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이율배반적이게도 그의 삶은 아버지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겉으로 보기엔 경제적으로 능력있고 물리적으로 완벽한 남편이지만, 아내 ‘캐롤라인’으로부터의 한없는 자격지심과, 자기연민으로 인한 우울증이 그의 삶 전체를 왜곡한다. 가끔 그의 완벽함이 찌질함으로 나타난다. 결국에는 캐롤라인에게 항복함으로써 첫아들로서의 권위를 선택한다. 나는 이러해서 내 삶을 지키지만 당신들은 무엇을 했는가.


둘째 ‘칩’은 가족 중 유일하게 본인의 삶을 객관화하고 독립하는 데에 성공한 아들이지만 그의 삶 자체를 놓고 볼 때에 본질은 그러하지 못하다. 어린 제자에게 유혹당하고 그 쾌락주의에 순순히 자신을 내어주어 본인의 삶이 위협받는 중에도 ‘맥시칸A’에 정복당하고 그를 기만한 연인에 정복당해 사회적으로 소중한 것을 잃을지라도, 떠나간 연인의 체취를 더듬기 원한다. 칩에게 사랑은 그가 독립해서 나온 가족의 대체물인 듯 보인다. 그리고 또다른 가족을 추구한다. 그리고 돌아온다. 아버지 앨프래드의 임종을 지키며 그가 궁극적으로 원했던 사랑과 위안을 찾는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그는 또다른 사랑과 위안을 구한다. 그래서 나는 행복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막내 ‘드니즈’의 자유는 마침내 내가 가진 내 특권에 대한 내 스스로에 주는 내 보상이었다. 그럴 수 있는지 내가... 그래서 그래보았는데 겁도 없이... 그래서 황급히 되돌리고 떠났는데도, 되돌릴 수 없어 그저 잊고만 있었는데 사실은 사랑하는 아버지의 희생이 내 젊음을 움켜쥐고 있었다. 자식들 중 유일하게 부모님을 애정하던 드니즈가 아버지의 희생을 알았지만 내 자유를 탐닉하다보니 그 순간에도 ‘어찌할 수 없어서’ 그 자리를 다른 것에 내어준 아이. 그렇지만 사랑해요 아빠 엄마... 그래야만 해요...

여기서 다시 한번, 왜 ‘인생수정’일까. 왜 ‘수정’이야만 했을까. 정작, 방대한 양의 소설을 끝내고도 그런 의문이 남는다. 인물들의 삶은 그대로 이어진다. 아버지 앨프래드의 죽음 이후에 각자에게 조금의 변화는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우리가 일방통행인 도로가 갑자기 ‘two way’가 됐을 때 가지는 마음가짐과 비교해 보아도 아주 미흡한 변화이다. 그런데도 왜 ‘인생수정’일까.


우리는 ‘계기’를 원한다. 이번주까지만 이렇게 게으르다가 다음주부터는 운동해야지. 오늘까지만 놀고 내일부터는 공부해야지. 오늘까지만 먹고 내일부터는 다이어트 해야지... 그렇지만 내일은 오늘과 다르지 않은 또다른 하루이다. 내일이 되어도 먹고싶고 내일도 나는 피곤하며, 내일에도 나는 게으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내일은 다를 것이라고 예언하고 기대한다. 그리고 내일은 그렇지 않을 또다른 이유를 찾는다. ‘인생수정’의 ‘수정’은 내가, 내일이 되면 찾아올 또다른 나와 그 하루에 대한 ‘약속’이다. 어떠한 계기가 그 약속을 이행하는데 수월한 경우의 수를 제시해 줄지 모르지만, 오늘의 우리는 그 내일의 그 경우의 수를 기대하고 염원한다. 그래... 내일은 다를거야. [인생수정]은 그러한 우리의, 여전히 어리석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 우리 모두의 내일에 대한, 우리들의 작은 바램이다. 변할 것 같지않은 비루한 인생들이 ‘수정’이라는 거창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어쩌면 더 나은 우리의 미래가 될지 모른다는 우리의 기대이다. 우리가 지금 면하고 있는 우리 인생에 대한 우리 모두의 보상이다. 그 보상은 우리 모두를, 지금, 오늘의 자리보다 훨씬 더 나은 곳으로 우리를 안내해 줄 것이다........ 아니라고? 그래도 뭐 어쩔 수 없고.

앨프래드는 죽었고 이니드는 남았다. 남편의 마지막 순간에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이와 같은 중에도 그는, ‘거절’하는 법은 잊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아내는 ‘그래’라고 동의하는 남편보다 ‘아니’라고 거절하는 남편을 마음 속에 새겼다. 그래서 그 아내는 남편이 죽은 후, 이미 일흔다섯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수정할 인생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도 살아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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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정]은 가독성이 좋은 소설이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바쁘고 힘든 일이 있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독하는데 거의 한 달이 걸렸다. 문장 하나하나에 작가의 노력이 고스란히 배어나온다. 모든 문장은 허투로 쓰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책 전체를 통해 증명해주는 소설이다. 독자들을 위해 완곡한 의역을 통해 내용을 넘어 선 감정을 전달해 주는 친절한 소설이 아니라, 그들이 쓰는 그 언어로의 직역으로 두번 세번 문장을 되새기게 하는 아주아주 불편하고 힘든 소설이다. 그렇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는 나도 어찌할 수 없는 감동 때문에 한동안 멍해진다. 인물들에게 절대적으로 몰입해 있던 그 감정들이 참으로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마치 주변인들을 떠올리듯, 이니드와 개리와 칩과 드니즈를 생각한다. 내가 모르는 그들의 인생은 앞으로 서서히 ‘수정’되기를... 그리고 더 행복해 지기를... 다 읽고 나면 내 마음이 오히려 더 없이 친절해 지는 소설이다. 내 인생은 어떠한가. 수정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그 수정의 뒷페이지에 이어질 내 인생의 뒷장은 또 어떠해야 하는가. 마땅히 있어야할 페이지가 있는가. 아니면 그 페이지는 지금 쓰여지고 있는가. 참 난감하고.. 힘든 선택의 순간이다. 그 순간에 함께한 소설이란... 어떠할지 궁금해지는, 아주아주 솔직한 우리들의 그... 순간이 도드라져 있다. 그래서 버티며 읽거나가야 하는 심란한 소설이다.

#인생수정 #조너선프랜즌 #책 #책읽는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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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도 외칩니다! 가즈아!!!
날씨가 다시 추워진거같아요
따뜻하게!! 봄날씨로 가즈아!!!

감사해요. 가즈아 ~!!

인생수정이라니...제목만으로도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책이네요. 독후를 잘 읽었습니다. 언제한번 시간을 내서 읽어봐야겠네요. 내 인생의 변화에 대해 좀 생각하게 되네요.

감사해요~ 저는 너무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주인공들의 삶과, 그 주인공 자체가... 너무나 애정이 가는 그런 소설이더군요^^ 답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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