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좋은 사람 - 줌파 라히리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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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Un accustomed Earth)] by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

‘줌파 라히리’는 인도 출신의 작가로 미국 이민자로서의 인도인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쓴다. 미국인이면서 미국인이일 수 없는, 인도인이면서도 온전한 인도인일 수 없는, 그 경계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와 심리를,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우아하게 풀어나간다.

미국 이민자로서의 삶을 쓰는, 다른 내가 좋아하는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s)’의 경우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으로 정착한 부모님을 둔, 타국에서도 아프가니스탄인 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며 살아가는 주인공을 주로 다루기도 하지만, 할레드 호세이니가 본국의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참상을 이야기 하며, 관찰자로서의 형태로 소극적인 주인공을 두고, 실제로는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고통과 어찌할 수 없는 과거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서로 감싸안고 위로하는 듯한 글을 쓴다면, 줌파 라히리의 주인공들은, 인도를 기반으로 한 삶을 살되, 그 도구로서의 이민을 선택한 사람들, 어쩌면 미국에서도 사회 기득권 계층에 속할 수 있는 위치를 점유한 그들의 삶을 담담하게, 그리고 어찌할 수 없는 그 이질감을 작가 자신의 일인듯 가감없이 드러내며 써내려 간다.

[그저 좋은 사람]은 두 개의 챕터로 나눠지는 단편 소설집으로, 첫 챕터는 모두 총 다섯 편의 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지고, 두번째 챕터는, 물론 모든 작품이 다 훌륭했지만, 가장 좋았던 작품인 중편격의 소설로 ‘헤마와 코쉭’의 이야기, 다시 이를 마치 세편의 단편들을 모아 놓듯 세 갈래의 시점을 달리한 이야기로 묶어놓았다.

표제작인 ‘그저 좋은 사람’은 첫번째 챕터에 포함된 단편으로, 누나 ‘수드하’와 동생 ‘라훌’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성공한 이민자로서의 삶을 사는 가족이지만, 수드하가 어린 시절 마치 장난처럼 하던 놀이같은 것들을 라훌은 그 삶으로 살아가며 불행한 인생을 이어 가고, 그를 지켜보는 누나 수드하의 죄책감과 인내, 그를 뛰어넘는 동생에 대한 분노를, 담담하지만 적확한 묘사로 전달한다. 원서의 표제작인 ‘길들지 않는 땅’에서도, 앞 챕터의 거의 모든 소설이 그러하듯 가족의 테마를 다룬다.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 여유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내가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혼자가 된 아버지를 모셔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던 중에, 딸을 방문한 아버지와 지내는 일주일간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또,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인생을 이야기 하고 마침내는 이해하는 딸의 모습을 그린다. 죽음은 상실을 의미하지만, 남은 이들에게는 빈자리이고, 그 빈자리는 메워져야 할 운명을 가진다는 의미를 되새기는, 남은 사람들의 독백처럼 다가오는 작품이다.

하나의 중편으로 독립된 책으로 나왔다고 해도 충분할 정도로 훌륭한 작품인 ‘헤마와 코쉭’은 앞 챕터에서 구분 되어져 사용 된 듯한 주제들, ‘가족’, ‘관계’, ‘감정선-질투, 연민, 사랑’ 등등의 주제가 축약되어져 가장 진한 결과물로 유려하게 독자들에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그리고 헤마와 코쉭의 서로 다른 가족의 의미가 우리의 가슴을 짠하게 한다.

단편을 읽을 때 끊기는 호흡만큼 성가신 경우가 없는데, 훌륭한 단편의 결은 언제나 독자가 수긍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결이라, 아쉽고 아쉽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는 지점에도 그저 그 결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믿고 읽는 작가의 또다른 훌륭한 작품을 만나는 황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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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전에 줌파라히리의 <축복받은 집>을 읽으려고 사뒀는데요, 그거 읽고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ㅎ좋은 소개 감사해요^^

축복 받은 집 보다 전 훨씬 좋더라구요^^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합니다.

응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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