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 김애란

in #kr6 years ago (edited)

-작가의 말 中 -
... 하지 못한 말과 할 수 없는 말
해선 안될 말과 해야 할 말은
어느 날 인물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인물이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말은 무얼까 고민하다
말보다 다른 것을 요하는 시간과 마주한 뒤
멈춰서는 때가 잦다...

... 내가 이름 붙인 이들이 줄곧 바라보는 곳이 궁금해
이따금 나도 그들 쪽을 향해 고개 돌린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나는 곧바로 작가의 말을 읽는 편이다. 이 소설의 핵심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평론가들의 편협한 비평은 거의 읽지 않는 반면, 작가가 만들어 낸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여전히 바라보고 있는 곳’이 나역시 궁금해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의 미련과 서운함이 더해져서, 마치 작가가 그들의 뒷이야기를 가지고 책 한권을 끝내는 독자들의 아쉬움과 여운을 위해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저렇게 됐대... 그러니 당신들도 걱정하지 말고 당신들의 인생으로 돌아가, 돌아가서 일봐~’라고 말해주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래야지 내가슴에 진하게 남은 슬픔과 아픔과 주인없는 고독감을 얼른 떠나보낼 수 있을거 같아서 말이다.

김애란의 이야기들은 거의 다가 그렇다. [바깥은 여름]은 작가가 책 속에서 언급했던, 둥근 유리 구 속의 눈오는 왕국과도 같은 책이다.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면 폴폴 날리는 눈이 환상적인 그 작은 유리 안의 세상은 겨울왕국이나, 그것을 손에 쥔 내가 있는 이 바깥 쪽은 후덥지근한 공기가 가득한 여름인, 소설집 속의 각각의 단편들이 우리가 가만히 손바닥에 올려놓고 그 안을 들여다보며 아 여기는 여름이지...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 잡힐듯한 인물들의 마음과 이미지들이 폴폴 날리는 눈처럼 다가오는 듯 하더니 어느순간 ‘그들’의 이야기가 되어 닫혀 버리는, 그렇지만 여전히 너무나 선명하게 우리 눈앞에서 이리저리 날리는 눈송이와, 그 중심에서 온몸으로 눈을 받아내는 작은 왕국과도 같은 사람들...

첫소설 <입동>부터 마지막 <어디로 가고싶으신가요> 까지. 작가 김애란은 어디서 이런 슬픔과 슬픈 사람들을 데려온 것일까. 그리고 어쩌면 저렇게 슬픈 이야기와 슬픈 사람들의 진한 슬픔을 우리에게 마치 유리로 가려진 눈오는 겨울왕국처럼 맑은 화면으로 비춰내는 것일까.

정작 이 소설들을 끝낸 작가의 변은 이랬다.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아이를 잃은 부모, 남편을 잃은 아내, 강아지를 잃은 아이, 오랜 연인을 보내야 하는 여자... 작가는 먼저 그들의 이별을 말하지 않고, 바깥의 여름을 견디는 그들 먼저, 그리고 그들이 겪었던 겨울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 슬픔을 유리 구 속에 든 눈송이로, 그 중심에 있는 왕국을 본다. 그리고 또다른 ‘우리들’이 있는 푹푹 찌는 여름을 보게 한다. 김애란 작가가 훌륭한 이유는 수없이 많겠으나, 그 중에서도, ‘온 몸 구석구석 안아픈 곳이 없는 데도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모르는’ 우리들에게 ‘어디가 아픈 곳인지 정확하게 집어 준다’는 것이다. 김애란 작가는 그러한 쪽집게 작법이 가능한 작가이다. ㅎㅎ

읽으면 그대로 무너져 버리는 감정 때문에, 한 편 한 편 끊어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읽어야 하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세월호’를 떠올리게 하는, 그래서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밖에 없었던 작가에 대한 심심한 위로를 건네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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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신지 얼마 안되셨군요. 환영합니다.^^ <바깥은 여름>은 좋은 평이 많아서 최근에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다시 한 번 소개를 받네요. 좋은 활동 기대합니다. 팔로우할게요.

감사해요~ 네 얼마전에 시작했고 아직 물인지 불인지 모르는 신생아 쯤 돼요^^ 책리뷰 관련 스티미안은 별로 없어 좋은 콘텐츠가 될 듯해서 시작했는데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스티밋 특성상, 돈이 안되면 안 읽어보면 경향도 있고ㅋ 어떻게 하면 될까... 고민해 봐야겠어요^^ 맞팔해요~~

두근두근 내인생을 읽고 김애란 작가님 팬이되었는데 이책도 읽고는 싶어했는데 못읽었거든요. 키퍼님 글을보니 사서 봐야겠네요^^

김애란 작가님 책 중에 두근두근 내인생이 제일 별로였고 이 책이 제일 좋았다고 하면... 얼마나 좋은지 설명이 될까요? 두근두근도 좋았지만 아직은 김애란 작가님은 단편이 더 좋은거 같아요^^ 보팅을 해도 도움이 안되네요ㅜㅜ

아 그런가요?두근두근내인생도 좋았는데ㅋ
바깥은 여름이 더 기대가 되네요ㅎ 안그래도 바로 주문해서 내일 오네요~^^읽어보고 나름 소감 써보겠습니다ㅎ 보팅은 머 안해주셔도돼요 마음이면 충분합니다요~

오직 두사람이랑 바깥은 여름이랑 어떤거 살까 고민하다고 오직 두사람 샀는데.. 얼른 읽고 바깥은 여름도 사서 봐야 할거 같아요.
좋은책 소개 감사합니다. ^^

둘 다 아주아주 훌륭해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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