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계단- 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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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어 더 유명한 작가 채사장이 이번엔 본인의 자서전 격인 [열한계단]을 써냈다.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이라는 부제에 맞게, 작가 자신이 열여덟살이 되는동안 처음으로 완독했다는 [죄와 벌]을 읽고 난 뒤 받았단 강렬한 영감이 있은 후, 그가 접했던 책이나 인물, 그리고 사회적 현상 등을 그 스스로의 지성과 식견으로 깊게 사고하고 그들을 통해 인생의 한계단 한계단을 오른다는, 다소 힘들고 어려운 과정의 성장통을 담담하게 담아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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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사유한다는 점이라는 사실을 본디 우리는 배워왔다. [열한계단]에서 독자들이 보는 것은, 그 사유의 깊이와 지속성이다. 훌륭한 문학작품을 통해 깨어난 그만의 의식은, 그동안 무의미 했던 일상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존재감없이 하루하루 그저 보내버리던 '나'에게 수학이론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나게 했고, 문학작품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심이 들게도 했다. 그렇게 한계단 인생의 또다른 부분을 살았지만 다시 던져지는 질문들... 세상 밖으로 나와서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순간들은 또다시 나를 가두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사유하기 시작한다. 성경 안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읽는다. 그리고 질문한다. 그렇다면 예수님, 하나님의 아들로 이땅에 내려와 나를 믿어라. 그래야만 구원받는다. 나 아닌 다른 신을 믿지마라... 그러한 권위적임이 당신의 가르침입니까. 끝이 없을것 같았던 그의 의문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예수님의 위대한 삶 앞에서 그를 자유롭게 한다. 그동안 크리스챤으로 끊임없이 성경을 읽어 왔지만 내 성경읽기가 얼마나 지엽적이고 편향적이었는지를 이 계단 위에서 느껴졌다. 크리스챤으로서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그가 책머리에서 말했듯이, 성경에 익숙한 크리스챤이라고 해서 타종교에 대한 지식을 불편해 한다면 광범위한 지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 기독교에서 그가 던진 질문은 붓다의 삶을 통해서 현실화 된다. 그의 이상과 삶, 진리를 향한 사유는 끝없이 이어진다. 니체와 같은 철학자들을 통해 철학 안에서 화두를 던지고, 체 게바라를 통해 이상적 인간에 대한 작가의 정의로 흐른다. 이상과 현실 속에서 방황하다 만난 [공산당 선언]은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현대적 해석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여느 사회인들과 같이 오직 자본주의 이상을 따라 살아가던 그에게 찾아온 '죽음'에 대한 단상이 나에게 그랬듯 당신들을 아프게 찌를지도 모른다. 죽는다는 것, 죽어간다는 것, 죽고난 후에 '나'와 내 '삶'이라는 것이 어떠한 '의미'안에 머무를 것이란 말인가. [티벳 사자의 서]와 [우파니샤드]에 대한 작가의 고요한 침전과도 같은 명상은 죽음과 삶에 대한 아프고 진한 감동을 준다. 결국에 작가가 찾은 것은 죽음이라는 현상이 아니라, 그 안에 있을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왜 하필 '열 한계단'일까. 딱 떨어지는 열계단도 아니고... 그것은 아마도 작가 스스로가 아직도 계단을 오르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리라. 놀랍게도 아직 서른 일곱의 젊은 남성이 아니던가. 열계단을 오르며 성장한 그가 다시 내딛은 또 하나의 계단에 서서 있을 것이다.

"초월적 세계의 잡히지 않는 그 무엇만을 추구하다가 현실의 건강함을 짓밟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삶은 받아들이는 방식으로만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당신이 선택해야 해요.받아들여 해석할 것인가, 받아들이지 않고 고통을 지속할 것인가."


책을 사랑하고 책 속에서 삶을 발견하고 내가 직면한 삶, 그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찾아낸 작가가 하는 이 귀엽고도 진지한 의견을 들어보라. 당신은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도서관이 더 많고 좋아졌으면 한다. 책은 더 많아지고, 자리는 더 쾌적해지고
밥은 더 저렴해졌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무엇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그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아니라,그들을 그리워하는 시간이다.그리워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외로운 시간이 필요하고,아무 말도 없이 깊은 내면으로 고독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네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삶의 이른 시기에 이토록 사유했던적이 있었던가. 인생의 변곡점이라고 할만한 큰 사건도, 죄와벌과 같은 내 인생을 바꿀만한 어떠한 매개도 없이, 작가가 한동안 살아왔다던 자본주의 안에서의 현대인의 삶을 평생 살다보니 이 나이가 되어있다. 한계단 한계단 올라갔다하니 채사장의 삶은 그나마 높은 저곳 어디에 있겠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고 살고 살아왔는데도 나는 어찌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느낌일까. 물리적인 상황들만 변화했다. 나이가 들고 남편이 있고 아이가 둘이 되고 더 많은 인간 관계가 형성이 되었고 가슴에는 더 많은 자국들이 남아있다.


Mercedes Sosa의 노래 "Gracias a la vida'를 여러번 들었다. 죽음의 기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채사장이 위로받있던 노래... 당신들도 들어보고 위로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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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st year (edited)

ㅜㅜ 제가 아직 newbi라... 실수로 셀프보팅을 또 해버렸어요ㅜㅜ 이걸 어떻게 취소하는지 몰라서 급하게 ourselves 태크 내렸습니다.

오호~~여기서 채사장님을 만나다니요!!!
아직도 채사장님의 팟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1인입니다^^
신간도 너무 보고 싶은데...제가 해외 거주중이라...ㅠㅠㅠ
자주 소통해요!!!

!!!! 저두요ㅜㅜㅜ 지대넓얕은 언제 다시 올까요ㅜㅜ 저도 해외에 있어요. 너무 반갑습니다. 저는 시민의교양도 있어요 히히 저번에 나가서 사왔어요^^ 자주 소통해요!!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네요
퐈이팅

넵! @virus707님도 좋은 한 주 되세요^^

올해는 책을 작년보다 더 많이 읽어보고자 하는게 제 목표입니다 ㅎㅎ
북키퍼님은 책 엄청 많이 읽으신듯해요!! 존경스럽습니다 ㅎㅎ

  ·  last year (edited)

존경은요 무슨ㅜㅜ 다들 잘하고 좋아하는 게 다르니까요. 저는 그냥 책읽는 놀이를 좋아할 뿐이에요. 그걸 남기는거고..: 저도 @matildakim님의 이야기가 재미있고 좋아요. 자주 소통해요^^

해외에서도 한글 책을 많이 읽으시나 보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  last year (edited)

네 정기적으로 주문해서 배로 왕창 받고, 한국 갈 때마다 캐리어에 한가득 싣고 와요^^ 우리 식구들은 저를 출판계 인사라고 놀리지요^^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