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필리핀 편] 독보적인 경쟁력, 척박한 필리핀을 옥토로 - LHK Creation Inc (2/2)

in #kr6 years ago

(1편에서 이어집니다)

  • 필리핀에서 거의 40여년의 세월을 보내셨는데 지금 현재 필리핀 봉제가 안고 있는 가장 난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필리핀의 가장 큰 난제는 인건비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봉제산업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다보니 연관 산업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거의 대부분을 외부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필리핀은 원부자재가 제대로 생산되지 않습니다. 우리 공장은 원부자재를 거의 다 수입에 의존합니다. 일부 부자재만 로컬 기업 제품을 사용하는데 극히 비중이 낮습니다. 로컬 기업이 생산해도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때가 많아 홍콩에서 원부자재 소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체 핸들링은 이곳 필리핀 본사에서 하고 실제 구매 업무 등은 홍콩 사무실에서 진행해 이곳 필리핀으로 보내줍니다. 홍콩 사무실에 직원이 7명 근무하고 있는데 그곳의 역할이 큰 편입니다.

  • FOB 수출이다보니 원부자재 소싱이나 관리가 무척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실제 어떤가요?
    저희 공장에서 진행하는 오더에 대응하는 원단은 아무데서나 구할 수가 없고 바이어 지정에 의해 특정 업체에서 생산해 공급받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생산하는 원단은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제일 싼 것이 야드당 3불 50센트 정도이고 고가인 것은 80달러에 달하는 것도 있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것은 약 13달러에서 23달러 사이의 가격대 제품입니다. 원단이 비싸다보니 요척이 무척 중요합니다. 고가 원단인데 요척이 오버되면 가공임이 다 날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의 맞춤복 수준으로 만든다고 봐야합니다. 우리 공장이 자동화를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니트나 일반 공장들이 재단실에 연단기나 자동재단기를 사용하지만 우리는 거의 이런 장비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원단을 재단하기 전 검단기를 통해 한 번 검사과정을 거치고 원단을 연단하는 과정에서도 일일이 체크를 합니다. 이런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자동 연단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자동화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원단 요척이 늘어나 손실이 더 발생하게 됩니다. 우리는 아주 극소량의 요척을 내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고 그러다보니 거의 맞춤식 수작업으로 재단을 진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만드는 옷은 베트남이나 다른 국가에서 생산하는 대량 생산 개념의 옷들은 아닙니다. 대부분 몇백장에서 많아야 만장 정도의 수준인 극히 소량 다품종 제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만장이 넘어가는 오더는 저희 공장으로서는 엄청난 물량이지만 베트남에서라면 많지도 않은 일반 오더겠지요.

  • 원단 소싱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원단에 소요되는 자금이 많기 때문에 필리핀에서 핸들링을 하면 파이낸스는 홍콩 사무실에서 진행하는 편입니다. 원단은 주로 이태리계 회사가 중국에 투자한 공장에서 생산해 사용합니다. 바이어가 원단을 개발하고 그 원단을 다른 바이어에게 팔지 않는 조건으로 이태리계 회사가 위탁생산해 전량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원단에 문제가 생기면 이태리 기술자가 공장을 오는데 중국에 있지만 이태리 회사나 마찬가지입니다.

  • 생산하는 옷들이 고급제품이 많아 실수가 있으면 손실이 클 것이고 따라서 고급 기술자들도 상당히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지요?
    고급 숙녀복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고급 기술자들도 많이 필요합니다. 고급 기술을 가진 한국 직원들도 제법 있지만 현지인 고급 기술자들도 많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고급 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해서 부단히 교육시키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교육이라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요?
    오래 전부터 필리핀에서도 충분히 생존 가능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공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공장 컨설팅을 통해 변화를 모색한 점입니다. 컨설팅은 국내 대기업 연구소에서 부소장을 역임한 분이 설립한 ‘한국프로덕션시스템’을 통해 진행했습니다. 컨설팅을 의뢰했을 당시 공장 실사 후 이 상태에서도 이익을 내고 있다면 컨설팅 후에는 더 많은 이익을 실현하는 공장을 만들어 주겠다는 공언에 바로 컨설팅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컨설팅이 약 10년 정도 지속되었고 회사는 매년 1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컨설팅 과정이 진행되면서 지속적으로 직원 교육이 이뤄졌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오랜 컨설팅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땠나요?
    컨설팅 과정은 익숙한 것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과정입니다. 익숙하지만 불합리함이 있는 것을 찾아내고 그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아나가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변화 추이를 체크하고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분석해서 액션 플랜을 만들고 최종 결과 보고까지 지난한 과정이 소요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오히려 현지인 근로자들보다 한국인 관리자와 기술자들이 먼저 손들고 포기하고 떠나는 일이 많습니다. 내가 옷 만들러 왔지 이런 일하러 왔느냐며 퇴사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반면 현지인 근로자들은 비교적 잘 따라와 주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통해 개선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컨설팅 기간도 길었고 과정도 쉽지 않았는데 제일 힘들었던 것은 어떤 것이였나요?
    앞서도 밝혔듯이 한국인 기술자들의 이탈이 과정을 어렵게 했습니다. 사실 한국인 기술자들은 엔지니어로서의 깊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적이 많았습니다. 어떤 과제를 주면 문제 해결 능력은 어느 정도 있지만 그 과정이 어떤 원리로 이뤄졌는지는 모르거나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깊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저희들이 과거 기계를 배울 때 소위 사수라는 분들께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돌아오는 대답이 “새까맣게 어린 새끼가…” 하는 말로 시작하는 욕부터 먼저 들어야했던 것도 바로 깊이가 얕은 기술로 일했기때문입니다. 저는 초창기 봉제를 배울 때 일본인 기술자로부터 기초 원리부터 배웠습니다. 그 이후 조광무역에 근무할 때는 기계를 분해해놓고 몇날며칠을 밤을 새워가며 원리를 공부하고 혹 문제가 생기면 끝까지 해결하기 위해 씨름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 회상해 보면 그 때의 열정이 큰 자양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기초를 충분히 이해하고 깊이를 더해가야 진정한 엔지니어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아쉬울 때가 많았습니다.

  • 컨설팅 후 공장의 변화에 대해 만족하시는지요?
    컨설팅 전보다 전체적으로 공장 발란스도 잘 맞고 현장의 효율성도 높아졌습니다. 외부적인 여건만 좋다면 이윤도 훨씬 늘어났을 것입니다. 허투루 소요되는 낭비요소나 비용도 거의 없어져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왜 이렇게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그동안 필리핀에서 운영해 오시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우리와 오랫동안 신뢰관계를 쌓고 거래하던 바이어가 한순간에 다른 한국 벤더와 거래한다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십중팔구 가공임을 낮춰준다는 조건으로 오더를 빼가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저는 그 단가에 만들 수 있으면 한 번 해보라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나중에는 다시 찾아와 거래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가공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은 서로 다 죽는 일입니다. 서로 매너를 지키면서 정상적으로 경쟁을 해야지 발전이 있습니다. 신뢰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해야지 가공임 가지고 비신사적으로 거래업체를 빼앗는 행위를 한 기업들의 말로가 대부분 좋지 않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 자제분이 합류해 함께 일하고 있는데 든든하시겠습니다.
    미국에서 비즈니스 관련 전공 공부를 마친 후 한국에서 군복무를 끝내고 직장 생활하다가 아버지 회사로 들어와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전공을 잘 살려 파이낸스, 회계 등 여러 파트 일을 일을 열심히 해주고 있습니다. 자금이 소요되는 곳과 그렇지 말아야 할 곳을 잘 구분할줄도 알고 코스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회사 전반적인 자금 흐름을 잘 파악해 관리해주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 앞으로도 좋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오랫 동안 민다나오 오지에 학교 설립 사업을 진행해 오고 계신데요. 이 지역이 반군과 정부군이 교전을 벌이는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전지역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학교 설립을 위해 오랫 동안 일해왔고 정부군과 반군 모두의 안내를 받으며 현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험한 지역인 것은 분명하지만 최대한 안전한 루트를 통해 진행합니다. 지금도 매월 1회는 현지를 직접 방문해 교사 공사 진척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만다나오는 외부 지원이 거의 없었던 지역이기 때문에 매우 낙후되어 있습니다. 학교를 짓고 교육을 통해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정토회를 통해 이 사업을 해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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