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석주일 | 디자인플러스 대표 - 애견의류의 자존심을 지키다

in #kr6 years ago

애견의류 전문업체 디자인플러스는 다수 국내 브랜드에 애견의류를 납품하며 일본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 동사의 석주일 대표는 애견업계에 발을 담은 지 19년 차. 석 대표를 만나 여러 궁금한 점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 19년 전부터 업계에 뛰어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경위로 애견의류를 생산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전에는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었지만, IMF 사태 무렵 일을 그만두고 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당시에 만들어지는 강아지 옷은 굉장히 조악했어요. 어느 날 한 강아지가 입고 있는 옷을 봤는데, 입고있는 옷이 너무 불편해 보여 그런 옷을 입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때 옷은 입는 옷이 아니라 장난감 수준이었습니다.그래서 1999년도 부근부터 일을 시작했습니다. 17살 부터 봉제를 했던 아내와 함께요.

  • 국내 봉제환경은 어떻게 변화해왔습니까?

애견의류는 기본적으로 여타 의류에 비해 부피가 작습니다. 그래서 원단 값, 물류비용 등이 적게 듭니다. 과자 중에 초콜릿, 껌 같은 것들이 돈이 되는 거랑 같은 이치예요. 초콜릿, 껌 같은 건 봉지 과자에 비해 부피가 작잖아요? 한 상자만 실어다 팔아도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거죠. 2010년 부근까지만 해도 애견의류를 생산하는 공장 자체도 적었습니다. 전국에 아마 다섯 내지 여섯 개의 공장 정도가 있었을 겁니다. 거의 독점 시장이나 마찬가지였죠. 완사입 가격이 그리 높지 않아도 인건비, 원단값 등의 제반비용도 싸서 만들면 돈이 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정말 옷만 있으면 팔렸습니다. 한 장 만드는데 100원에서 150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는데, 저 혼자서만 200~300만원어치 옷을 만들었습니다. 오더를 하는 쪽도 반려동물 옷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곳은 아니었어요. 비전문가들끼리 옷을 만들기 시작한 거죠. 애견의류는 꾸준히 수요가 있었고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늘었습니다. 사람들의 강아지에 대한 마인드도 점점 일종의 악세사리나 보여주기 위한 무언가처럼 여기던 것에서 ‘인생의 반려’로 변화했고요. 2010년도 부근이 국내 애견의류가 정점에 달한 시기였어요. 사실 2015년 이후로 국내 애견의류는 하향세라고 봅니다. 4, 5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강아지옷을 만드는 것은 중국에서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중국에선 강아지옷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중국으로 간 바이어가 싸게 만드는 것에만 초점을 두다보니 옷은 그냥 대충 가져다가 만들어서 나왔어요. 강아지 옷을 제대로 만들려면 강아지 치수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게 없었으니 제대로 된 옷이 안 나왔던 겁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국내 브랜드들이 중국, 베트남 등으로 패턴을 가져가 생산을 하다보니, 그 기술들을 많이 따라왔어요.

  • 현재의 트렌드는 어떻습니까?

이전의 옷은 ‘악세서리’, 즉 보여주기 위한 화려함의 측면을 강조했다면 지금은 평상시 입을 수 있는 생활복이 중심이 되고 있어요. 조금 더 강아지에게 좋은 옷이 요구되는 상황인 거죠. 강아지가 입었을 때 편안한 옷, 오래가는 옷이 중요합니다.

  • 디자인플러스는 자체 브랜드 판매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황이 궁금합니다.

‘무너지지 않는 공장을 만들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직접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파는 것. 그게 방법이라고 본 거죠. 사실 임가공 하청은 바람 앞의 촛불입니다. 잘 될 때는 환하게 타기도 하지만 바람을 잘못 만나면 ‘어어어’ 하다가 꺼지게 되는거죠. 시스템이 굉장히 불안한 겁니다. 그래서 7년 전 쯤부터 브랜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생산력의 90%를 자체 생산 제품에 쏟았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는 6:4의 비율이 됐습니다. 유통은 온라인과 도매상을 통해서 했죠. 대형 업체에 납품하지는 않았고, 도매상들은 제 물건을 가져다가 로드샵 등에 진열했습니다. 제품의 반응이 좋아 생산력이 따라가지 못해서, 상품을 내렸다가 물건이 생산되면 다시 올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추후 다른 곳에서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문의가 여럿 와서, 다른 쪽 물건을 만들다보니 그쪽 물건을 만들기가 벅차게 됐습니다. 지금은 거의 1:9 비율로 다른 사람 물건 만들기에 바쁩니다.

  • 디자인플러스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의 가장 큰 경쟁력은 패턴입니다. 강아지가 입기 편한 옷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했어요. 1년 6개월 동안 공장 바닥에서 잔적도 있습니다. 공장을 시작할 무렵에는 말씀드렸다시피 강아지 옷에 대한 전문가가 없었습니다. 강아지를 위한, 강아지의 몸에 맞는 패턴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겁니다. 하청 공장을 할 때부터 몇 년간 강아지 옷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고, 강아지 옷을 뜯어보면서 패턴을 직접 연구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은 평상시에 몸과 팔이 一자 형태지만, 강아지는 몸과 팔이 기역(ㄱ)자에 가까운 형태가 됩니다. 따라서 사람 옷처럼 강아지옷을 만들면 팔이 몸통에 붙는 불편한 옷이 되는 겁니다. 지금 유통되는 옷들도 상당 수 그런 패턴으로 만들어진 옷이 있는데, 저희는 이런 부분에서 우수한 거죠. 강아지 옷이라고 대충 만드는 곳을 보면 사실 화가 나기도 합니다. ‘옷 좀 제대로 만들라’고, 한 소리 하고 싶어지죠.

  • 반려동물 의류 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국내 상황은 어려워지리라고 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은 제반비용 전체가 높습니다. 사실 인건비의 경우는 큰 문제가 안 될 정도예요. 중국은 부자재가 쌉니다. 특히 현재 중국과 미국이 무역전쟁으로 갈등을 겪으면서 위안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중국에서 만드는 생산 단가가 줄어들고 있는 거예요. 중국이 기술도 많이 따라온 상황에서 가격 또한 더 낮아지니, 실질적으로 굉장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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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반려동물시장이 커질 것 같은데 초기시장에 뛰어들어 지금은 우수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차별화를 더 연구해야겠네요. 중국은 항상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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