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 스티븐 존슨

in #kr6 years ago

인접 가능성,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라.

(* 인접 가능성(adjacent possible) : 과학자 스튜어트 카우프만이 원자 요소들의 1차적인 결합을 두고 칭하였음. 만물의 현재 상태의 가장자리를 맴도는, 실체가 없는 미래의 일종이자 현재가 그 모습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보여주는 지도(본문 p.41)

생명체의 역사와 인류문화의 역사는 인접 가능성의 점진적이면서도 끈질긴 탐색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p.43)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 질문의 답을 써 내려가기 위해 저자는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 요소에서 부터 시작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원자? 무슨 관련이 있나 싶지만 모든 아이디어는 새롭게 생겨나는 것이 아닌 원자들의 무한한 결합으로 새로운 생명체, 미지의 물질이 탄생하듯 아이디어 역시 기존의 것들을 결합하고 떼어내고 변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1.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비범한 재능을 지닌 사람이 오래된 아이디어와 경직된 전통의 쓰레기들과는 무관하게 상황을 초월해 떠올리는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브리콜라주(bricolage, 주위에 있는 것을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 작품이다. 바로 그 쓰레기를 가지고 만들어진다. 위 세대로부터 물려받거나 우연히 만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장에서 갓 출시된 4만 달러 짜리 첨단 인큐베이터와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아이디어는 차고에 있던 여분의 부품들을 우연히 꿰맞춘 것이다. p.38
  2.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어떤 면으로는 예비 부품들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이전과 동일한 요소들만을 활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중략)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비결은 혼자 고고하게 앉아서 위대한 생각을 하려 애쓰는 게 아니다. 자기 앞의 탁자 위에 부품을 하나라도 더 많이 올려놓는 것이다. p.54

유동적 네트워크, 자유로운 공간에서 넘치는 정보를 공유하라.

초기 인간들은 소규모 무리만을 이루어 생활했지만, 농경문화의 발달로 집단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 이후 인구의 증가와 집단 내의 연결고리 수의 증가로 아이디어 역시 확장했고 새로운 형태의 것들이 다양하게 생겨났다. 르네상스의 발원지인 이탈리아 도시들 역시 유럽 전역에서 가장 도시화된, 시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지역이었다.(출처, 본문 p.68) 그러나 책은 말한다. 군중의 지혜가 아닌 군중 속 누군가의 지혜이며, 네트워크 자체가 똑똑한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돼있기 때문에 똑똑해지는 것이다. (본문 p.71)

  1. 실험실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혼자 일할 경우 아이디어는 우리가 처음에 가졌던 편견 속에 갇혀버린 채 발전하지 못할 수 있다. 집단과의 대화를 통한 사회적 흐름은 그런 개인적인 고체 상태를 유동적 네트워크로 바꿔준다. p.75
  2. 몰입은 우리가 흔히 말하듯 '레이저 광선처럼' 한 곳에 강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중략) 몰입은 흐르는 물을 따라 떠내려가는 기분에 가깝다. p.79

느린 예감, 천천히 진화하여 새로운 연결을 만든다.

3장에서는 느린 예감에 대해 얘기한다. 다윈의 자연선택이론도 유레카!라고 외치며 떠오른 것이 아닌, 이미 알고 있는, 이미 떠올린 여러 생각들의 조각을 어떠한 계기로 인해 완성 지은 것이라 말한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역시 작은 백과사전에서 시작해, 동료들의 팀 프로젝트 연결고리를 거쳐 완성됐다고 한다. 물론 떠오르는 생각들, 습득한 정보들 중에는 쓰이지 않는 것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록하고 또 기록하면, 언젠가 그 정보가 필요할 때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생각을 생각에서 멈추지 말고, 습득한 정보를 단순히 흘려보내지 말고, 기록하자.
장르를 넘나드는 아이디어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내가 잘 알고 있다 생각했던 역사적 사건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뜻밖의 발견, 예감 속에 있는 연관성을 찾아내라.

푸앵카레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몰두하고 연구했다. 그러나 그의 아이디어는 그가 책상에서 벗어나 잠깐 문제 해결의 늪에서 벗어났을 때 떠올랐다.
'창조적인 산책을 통해 머릿속에 존재하는 아이디어가 뜻밖의 결합을 할 수도 있지만 외부 세계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뜻밖의 발견을 할 수도 있다. 독서는 흥미로운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전달받는 수단이다. (중략) 그렇게 일상의 가장자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흡수하는 것의 문제점은, 기억력 한계로 인해 잠재적 결합이 제한을 받는다는 점이다. p.126~127'
푸앵카레와 같이 산책을 하며 기존에 떠올렸던 생각들을 결합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독서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흡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관점에 빠져들 수는 있지만 기억하지 못한다면 뜻밖의 충돌이 일어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세계 유명 기업의 CEO들이 갖는 독서 휴가와 같은 독서 집중 시간을 따로 만드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1. 비망록을 적는 전통이 "예감을 기르는 최선의 방법은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이라 말한다면 뜻밖의 발견을 일으키는 엔진인 웹은 유사한 지시를 내린다. "무엇이든 찾아보세요"라고.

이 장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예감이건 생각이건 가만히 있는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험하고, 체득하고, 탐구할 때 발생하는 예감과 생각 등 일련의 무엇들이 특정한 환경과 계기를 만났을 때 서로 결합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늘 물음표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A는 B다.라는 것에 그렇구나.라고 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왜 A는 B가 되었는지, C가 될 수는 없는지 그렇다면 B는 A 인지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질문하고 대답을 찾아가야 한다.

실수, 잡음과 오염을 탐구하라

  1. 옳다는 것은 인간 두뇌가 위상 결속 상태에 있는 것과 같다. 모든 뉴런이 완벽하게 일치해 발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진실이 필요한 이유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위상 결속이 필요하다. 완전한 실수와 혼돈의 세계는 사회적 차원이나 신경화학적 차원에서 관리할 수 없다. 그러나 생성의 차원에서 실수의 여지를 조금 남겨두는 것이 역시 중요하다. (중략) 그렇다고 실수가 목표는 아니다. 실수는 여전히 실수다. 그래서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실수는 진정한 혁신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피할 수 없는 단계다. p.164~165

알렉산더 플레닝이 페니실린의 효능을 발견한 것은 열린 창가에 놓아둔 포도상구균의 배양균에 곰팡이가 우연히 침투하면서다. 계획하지 않았고, 통제하지 않았다. 때로는 꿈이나, 산책을 통해서가 아닌 단순한 실수에서도 새로운 결합이 탄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실수가 탁월한 아이디어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전 장에서 계속해서 다뤄왔던 느린 예감과 실수가 연결됐을 때만 가능하다.

굴절 적응, 문 뒤에 숨은 가능성을 상상하라

새의 깃털은 처음부터 날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육지에 있는 공룡이 스스로의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러한 새의 깃털을 나는데 사용한 것이 후손인 시조새를 포함한 생물들이라고 한다. (본문 p.171) 그 후 새의 깃털은 보온을 위한 솜깃털과 비행을 위한 깃털로 나뉘어 진화하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을 굴절 적응(exaptation)이라 하는데, 종래 어떠한 목적으로 진화한 물질이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어둠을 밝히기 위해 성냥을 켰는데, 방 안에 통나무 장작과 벽난로가 있다면 성냥은 그때부터 다른 용도를 갖게 된다. 책에서는 이것이 굴절 적응의 본질이라 말한다.
책에서도 말하듯이 굴절 적응은 예측할 수 없다. 내가 봤을 때도 굴절 적응을 통해 탄생한 아이디어들은 최초의 고안자가 다른 목적에 집중해 만들었는데 '우연히' 다른 발견으로 이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굴절 적응은 아이디어에 선제할 수 없으며, 그런 과정을 통해 생성된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하나의 용어일 뿐이다.
이 장을 읽으면서 굴절 적응 자체에 보다 새의 조상이 공룡이라는 책의 설명에 더 눈길이 간다. '설'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관련 뉴스 기사 ① http://www.sedaily.com/NewsView/1ONH4VCNPYhttp://science.ytn.co.kr/program/program_view.php?s_mcd=0082&s_hcd=&key=201612151048141619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7/09/2014070902547.html)

플랫폼, 생산적으로 충돌하고 다시 결합하라

GPS 시스템은 미국의 젊은 두 물리학자가 스푸트니크 호가 보내는 신호를 추적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위성의 위치 추적이 가능하면, 역으로 수신자의 위치 추적도 가능하다는 가정하에 트랜짓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https://ko.wikipedia.org/wiki/%EB%8C%80%ED%95%9C%ED%95%AD%EA%B3%B5_007%ED%8E%B8_%EA%B2%A9%EC%B6%94_%EC%82%AC%EA%B1%B4, 위키백과 참조) 이후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이 시스템을 민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오늘날 많은 기기들에 쓰이는 GPS 시스템이 탄생했다.
트위터와 구글 같은 기업들은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개방형 API를 이용했다. 제품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한다는 짐을 더 이상 회사 혼자 지지 않아도 되었다. (본문 p.218) 트위터와 구글은 플랫폼을 만들었고, 그 이외의 혁신들은 사용자들이 만들어가게 한 것이다.

  1. 정보는 단지 시스템 안에서 흐르는 것이 아니다. 정보는 재활용되고, 새로운 용도로 사용되며, 고유의 기능을 가진 생태계의 여러 종류들로 이루어진 다양한 네트워크에 의해 변형된다. p.233
  2. 허가를 구할 필요가 없을 때 혁신은 번성하다. (중략) 딱따구리가 버리고 간 둥지에서 사는 새는 포플러 나무에 구멍을 뚫는 방법이나 키가 30m에 달하는 나무를 쓰러뜨리는 방법을 알지 못해도 된다. 그것이 개방 플랫폼의 생성 능력이다. 나무에 구멍을 뚫고, 나무를 쓰러뜨리는 방법은 사슬 속의 다른 동물들이 알려주기 때문에 새는 비용을 치를 필요가 없다. 단지 짹짹거리고 지저귀는 방법만 알면 된다. 마치 트위터처럼 .p.235

이 책은 한 편의 긴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 같다.
탁월한 아이디어를 설명하기 위해, 여느 책들이 말하는 창의력을 길러라. 독서를 많이 하라. 많은 것을 경험하라 등 단순한 문장을 내세우지 않는다.
아이디어의 탄생을 지구 생물의 형성, 인간의 행동과 뇌과학,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처음엔 이게 아이디어랑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나 역시 위에서 언급한 여느 책들이 말하는 탁월한 아이디어를 생성해 내는 방법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존슨은 얘기한다. '산책을 하라, 예감을 키워라, 모든 것을 메모하되 폴더는 엉망으로 놔두어라, 뜻밖의 발견을 포용하라, 생성 능력이 있는 실수를 하라, 여러 가지 취미 활동을 하라, 커피하우스를 비롯한 유동적 네트워크에 자주 가라, 링크를 따라가라,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아이디어 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게 하라, 빌리고, 재활용하고, 다시 만들어라, 복잡하게 뒤얽힌 바다를 만들어라.' p.272

책 마지막 부분에 부록처럼 붙어있는 혁신의 연대기 또한 대단하다. 스티븐 존슨 본인이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디어와 그에 따른 결과물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누었다. 많은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하고, 정리한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감사의 글에서 작가는 말한다. 많은 주변인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이 책에도 분명히 실수는 있을 것이라고. 그 실수를 값진 실수로 바꿀 수 있는 역량은 독자에게 있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는 '비판적 사고'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스티븐 존슨이 언급한 많은 사례들은, 작가 본인 역시 배경을 다양하게 조사했겠지만 사실이 아닌 경우도 있을 것이고 다른 논리가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거나, 흥미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면 메모해 두고 우리에게 주어진 인터넷과 웹이라는 유동적 네트워크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항해는 쉽게 끝날 수도 있고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항해의 끝에는 어떤 것이든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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