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인관학]6.결혼.03.

in #kr7 years ago

대문(인관학).JPG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 

24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보낸 다는 것을

상상해보거나 경험하기는 

솔직히 힘들어.


특히 한국에서는 자녀가

경제적인 능력이 있든지 없든지

대부분 결혼 전까지

부모의 집에서 함께 사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더더욱 예상하기 어려울거야.


그럼 어떨까. 

독립을 해본 사람이 더 쉽게 결혼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야. 


생각보다, 예상보다

처음 원룸이든 집이든 독립을 하게 되면

그 적응 기간이 꽤 길어. 

그리고 완전히 부모의 도움을 벗어나는 건

더 길어.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나를 잠에서 깨우고, 

냉장고에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있고,

씻고 나오면 차려진 밥상, 

주말에 집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편하게 

뭔가를 함께 하는 사람이 없다. 

이것만 살짝 생각해봐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을거야. 


이런 적응 기간을 이미 끝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공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 방식은 타인이 이해하기 힘들정도로

개인적인 경우가 많아. 즉,

나한테는 당연한데 남한테는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아.

그리고 이런 방식은 굉장히 디테일해. 


이렇게 독립을 통해 이미 자신만의 방식을 구축한 사람이

타인을 만나서 한 공간을 공유한다고 할 때,

자신만의 방식이 없는 사람과 비교해서

과연 쉽게 맞추고 적응할 수 있을까?


예전에 굉장히 많이 나왔던 예시 중에 하나가

화장실에 두루마리 휴지는 어느 방향으로 놓는가. 

휴지가 내려오는 쪽이 바깥쪽인지 안쪽인지

다투는 일이였어.  


요즘은 애견, 애묘인들도 많아서 

이 부분도 고민이 될거야. 

가끔 보고 쓰다듬어 주는 것과 키우는 건 또 다른 문제잖아. 


즉, 결혼 전 어떤 생활을 해왔든 

타인과 함께 생활하는 건 어려워. 쉽지 않아. 


솔직히 독립 여부로 

타인과 생활하는 게 쉽네 어렵네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 없어.


부모와 함께 살면서 

힘든 날이 있었을거야. 

같이 사는게 쉽지 않다고 생각할거야. 


부모는 인생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그 방식이 나와 맞든 맞지 않든, 

'나'라는 개인에게 가장 큰 희생을 한 사람들이야. 

경제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그만큼 나에게 무언가를 주는 사람을

죽기 전에 만난다면 정말 행운일거야.


아무리 뭐라 해도 부모는 

남보다는 훨씬 편하게 대할거야. 

그리고 남보다는 나를 더 받아줄거야. 

반말을 한다거나 

굳은 표정을 드러내거나 

내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화를 내거나

쌩얼과 늘어지고 더러운 편한 옷이 당연하거나

가끔은 생리적인 현상도 한다거나 등 등.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도 힘들잖아. 가끔이라도. 


딱 생각해. 

지금 남자친구나 여자친구, 

결혼을 할 상대방에게

내가 집에서 부모에게 하는 것처럼 한다면? 

그리고 상대방이 나에게 

상대방의 부모가 하는 것 만큼의 생활을 바란다면?


이 문제,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결혼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부분인 건 틀림없다고 생각해.


근데 지금까지 내가 고민한 건 

동거를 고민하는 것일 뿐이야.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결혼은

그저 누군가와 함께 살아만 가는 문제를 고민하고

결정하는걸로는 부족해. 


내 생각에 결혼에는 

아무리 아니라고 주장해도 어쩔 수 없이 얽히고 설킬 수 밖에 없는
굉장히 복잡 미묘하고 다른 관계에서는 생길 수 조차 없는 

그런 이해 관계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해. 

바로, 양가 부모와 가족과의 관계. 


이게 결혼 생활에서 고민해봐야 될 

또 하나의 큰 부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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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의미가 담긴 한 문장이네요.
리스팀 받은 게 처음이라 어떻게 돌려드려야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너무 감사드립니다.

맞보팅왔습니다 ㅎㅎ 후 결혼이라... 먼 이야기 같지만 일찍 결혼하는 친구들 보면 그리멀지 않은 이야기구나 싶기도하고..그러네요

결혼에 가깝고 멀고도
이제는 잘 모르겠지만
시작하신 일이 있으니깐
더 재밌는 쪽에 집중하시는게 어떨까 싶네요.

저는 어렸을 때는 일찍 결혼하고 싶었는데.. 점점 나이가 들다보니 생각할 게 많더라구요ㅠ^ㅠ 포스팅 내용 참 공감하구 갑니다!^^

맞습니다. 생각해보고 조금은 계산도 해봐야되는 게
좋지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필요하지 않나 싶네요.
폭소도 해주시고
제 글에 공감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양가 부모와의 관계... ㅠㅠ 말만 들어도 벌써 골치가 아프네요
다음 포스팅도 기대할게요!

정말 마음대로 안되는 게 있다면
이런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네요.
다음 포스팅도 재밌게 다가가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시처럼 쓰신 에세이 같습니다 ^^.... 한국도 외국처럼 양가부모님의 간섭이 없이 둘이서만 스스로 결정했으면 좋겠내요...ㅜ

문투를 신경쓰고 있는데
좋게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네요.
혈연이란 관계는 정말 복잡한 것 같습니다.
애매해서 더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댓글도 너무 고맙습니다.

결혼이라는게 정말로 쉽지 않은거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지만, 인생의 반을 다르게 살아왔고,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으니 말이죠.
거기다가 딸린 가족들까지...ㅎ^^;
무엇이든 관계를 맺는다는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건 명백한 사실인것 같습니다!!^^

블로그 들러주셔서 놀러와서 팔로우, 보팅하고 갑니다^^

네,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어렵다고 하면서도 생각보다 고민은 안하는거 같기도 하고.
댓글 감사합니다. 앞으로 포스팅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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