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던전 커맨더- 개연성 있는 시련의 중요성

in #kr7 years ago

우선 이 글은 중도하차한 입장에서, 그것도 현재까지 연재한 편수의 절반정도만 보고 남기는 리뷰임을 미리 밝힙니다.

최근 재미있게 보던 웹소설이 있었습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하는 현민 작가님의 "던전 커맨더" 라는 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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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P1, 자베스 등을 출간하며 어느덧 중견 작가 반열에 오른 작가님이신 만큼 문체나 템포나 크게 흠잡을 데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품에서 주인공은 "레이더" 라는, 던전을 공략하고 거기서 나오는 부산물로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
이 가진 능럭이 없습니다. 무능력자라고 나오죠.

그래서 "캐리어" 라는, 던전 부산물들을 옮기는 직종으로 취직을 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레이더보다 당연히 천대받는 그런 직업이죠

여기까지는 별 특이점이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소설을 많이 봐서 그렇기는 하지만 무능력자 주인공 + 계급차이와 시련 + 수련을 통한 먼치킨화 + 왕귀 는.. 거의 왕도 같은 구조였서든요.

문제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시련 부분의 개연성이 절망적일 정도로 부족했어요.

주인공이 기존 레이더들의 배척을 받게 되는 사건은, 그의 첫 레이드에서 목숨을 건 질주로 몬스터들의 주의를 끌고 다녔더가 언론의 관심을 받은 것에서 시작합니다. 레이더들은 이 사건으로 질투에 불타오르고, 캐리어에 불과한 주인공을 "죽여 없앨" 계획까지 세우게 됩니다.
물론 주인공이 이 시련을 돌파하는 것은 당연하죠.

더 당연한 점이라 하면, 이후로 주인공이 점점 강력해지면서 시련의 내용도 점점 가혹해지는데, 그 시련의 뿌리를 찬찬히 되짚어 가면 모든 갈등이 "주인공은 캐리어였다" 는 것과 "나(와 내 동료들) 은 캐리어랑 비교할 수 없는 레이더들이다" 는 것으로 귀결이 됩니다.

더 골때리는 것은 레이더들이 레이더가 된 것은 아무 이유도 없는 우연이라는 겁니다. 타고 난 재능이라 해야하나, 불을 뿜고 얼리고 이런 믕력이 개인차가 있지만 자고 일어나니 생기는 능력이라는 거에요

그러더니 레이더 시험에서는 일반인들까지 캐리어인 주인공을 무시하고 천대하는 광경을 보여줍니다. 분명 주인공이 처음 위기에 빠진 건 캐리어가 과도하게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게 괘씸해서라고 이해했는데..?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겪는 시련은 주인공이 능력 발현이 늦었고 한때(!) 캐리어였으며 캐리어는 레이더보다 못한 존재여야 하기 때문이라는 논리에서 시작합니다.

이와중에 작가가 작품 초기에는 레이더 지망생들이 캐리어도 한다는 설정을 늘어놓았다가, 갑자기 캐리어는 레이더 시험도 봐서는 안 되는 불가촉천민 대우를 받는 것은 작가의 설정오류라고 귀엽게 넘어가주죠

사실 조금 독심술을 발휘해보자면(..;;) 작가는 주인공이 타고난 능력자(캐리어) 는 아니었지만 레이더들의 사회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무능력자(=캐리어)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더 나아가 그런 사람들을 지휘하는 '커맨더'가 되는 모습을 그릴 셈이었겠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던전의 위험한 몬스터들을 꺾고 강해지는 것은 강함의 이유는 설명해줄지 몰라도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그들 위에 오르는 것의 개연성은 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레이더가 캐리어를 무시하고 린치를 가하는 존재로 설정을 하고, 주인공은 무시를 받다가 그런 무시를 깨부수고 인정받게 되는 히어로로 설정을 한 거겠죠.
하지만 화수가 늘어나도 같은 갈등 구조가 반복되고, 처음에는 주인공을 깔보고 무시하는 캐리어들을 '그런 캐릭터' 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으나 이게 서너번 반복이 되면서 레이더들은 모두 캐리어를 깔보는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설정을 세워버렸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어떤 시련도 구조가 이상해져버립니다. 주인공이 목숨의 위협을 받는 이유? 레이더는 캐리어를 무시하니까. 주인공이 레이더 시험에서 해꼬지를 당하는 이유? 레이더는 캐리어를 무시하니까.

하지만 세계관을 보면 레이더는 우연히 능력에 눈뜨고 억대 연봉을 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고, 캐리어는 박봉에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무능력자이면서도 던전에 뛰어든 사람들입니다.

무시할 이유가..? 아니, 무시는 해도 죽일 계획을 몇 번이나 세울 이유가..?

만일 이 시련이 개연성을 가지려면 최소한 설정 한두개는 더 투자했어야 해요. 캐리어들이 불가촉천민 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 이를테면 사형수나 흉악 범죄자중에 노역기간을 캐리어 업무로 대체한 사람들이 캐리어를 하게 했다던가(- 이러면 주인공이 흉악범죄자여야 해서 문제가 되겠죠)
주인공이 천대받고 불가촉천민 대우를 받아야 할, 불가피하지만 본인의 잘못은 아닌 사건- 래트맨에서는 이 구도를 썼죠. 주인공이 큰 사건을 터트린 영웅의 아들이었나 할겁니다 - 을 넣어줬어야 합니다.

이와중에 주인공이 강해진 이유가 왠 검을 쥐었더니 거기에 영혼이며 자신의 심득을 넣어놓았던 악당이 있었는데, 그 악당과의 대결에서 승리해서 보검이며 그 악당의 실력이며 하는 것을 모두 흡수한 것이었다는 흔하지만 이뭐병...스러운 것이었다는 건 별개로 하죠.

전 중도하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화 한 화의 필력은 괜찮지만,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에이 그게 말이 되냐? 싶은 소설.
던전커맨더였습니다.

그래도 초반부는 볼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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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보다는 단편으로 봐야 할 소설로 느껴지는 리뷰네요
소설을 잘 보지 않아서 인지 와닿지 않는 점도 있지만

내용과 내용이 서로 맞물리지 않고
설정오류가 심하게 되면 아무래도 중도하차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네요

잘 보고 갑니다.

글 잘 쓰는 작가님이신데 설정 구멍이 좀 난게 아쉬워요. 편집자가 일을 안했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휴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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