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사는 게 재미있다고?

/뭐? 사는 게 재미있다고?

우연히 듣게 된 노래 한 곡,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인디밴드의 <별 일 없이 산다>. 낯선 멜로디와 가사에 처음엔 "뭔 노래가 이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들을수록 이상하게 끌리더군요. 독특한 그의 이력도 그렇지만 가사의 당돌함이 더 마음을 끌었나 봅니다.

어떻게 당돌하냐구요? 그에게 이렇게 묻는다고 해보죠.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그는 웃으며 말합니다.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순간 긴장이 됩니다. 샘이 나서 같이 기뻐하지 못할 정도로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듯한 분위기죠.

그런데 그의 대답은 허무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별 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 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피식 웃게 됩니다. 뭔가 대단한 게 있을 줄 알았는데 별 일 없이 산다니 속았다는 느낌도 들고, 웃기잖아요. 그리고는 안도하게 됩니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데 누군가가 저보다 더 잘 된다는 건 솔직히 축하만 할 일은 아니잖아요.

다시 묻습니다. "그래, 별 일이 많은 세상에 별 일 없이 사는 것, 행복일 수 있어. 정말 별 일 없는 거지?" 그러자 그가 다시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합니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진 못할 거다. 그게 뭐냐 면…."

그런데 그의 대답에 슬슬 신경 쓰이게 됩니다. 별 일 없이 산다는 게 불쾌해질 만한 일도 아닌데 왜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지 못할 거란 건지. 그는 마저 대답합니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이쯤이면 조금씩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잘 산다니, 별 일 없다니. 일상의 삶은 늘 일 투성인데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별 일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게는 별 일이 많은데, 난 별로 잘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은데, 그는 왜 별 일 없이 이렇다 할 고민 없이 잘 살고 있지?

그가 다시 대답합니다. "이건 이건 니가 절대로 믿고 싶지가 않을 거다. 이것만은 사실이 아니길 엄청 바랄 거다. 하지만 나는 사는 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그의 오만한 대답에 이르면 이제 심사가 뒤틀립니다. 사는 게 재미있기까지 하다고? 나는 재미없는데 그는 왜 재미있지?

별 일 없이 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가끔 지루하겠지만 별 일 없이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삶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정작 별 일 없이 잘 산다면 조금은 부럽고 샘도 나나 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무엇이라 대답할까?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에 있는 초콜릿과 같다. 어떤 초콜릿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맛이 틀려지듯이 우리의 인생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다면 이제는 선택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제게 묻는 다면 저도 이렇게 당돌하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나는 별 일 없이, 별 다른 걱정, 고민 없이 잘 산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겁다. 매일매일 신난다."

그런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필립 체스터필드의 《아무도 네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책에서 발췌한 글을 읽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를 권합니다. 들어보세요. 재미있습니다.

인생을 즐겨라. 네가 정말 원하는 놀이를 찾아 마음껏 즐겨라. 이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남의 흉내나 내면서 바보처럼 뒤쫓아 가지는 말자. '나는 과연 무엇을 할 때 진정한 기쁨을 느끼는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방향을 잡아라. 그 다음부터는 마음 가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필립 체스터필드(문은실 역),《아무도 네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뜨란, 2003, p.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