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에 물이 샜다.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우리집은 1993년에 입주한 아파트다. 올해로 25년 되었다.

[1993년에 일어났던 일]
.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취임
. 김영삼 대통령 취임
. 서해페리호 침몰사건
.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
. 서울 한강 영화촬영 헬기 추락사고

우리나라 아파트의 평균 수명 27년 에 거의 다다른 데다가, 우리가 이사오기 전까지는 집주인이 단 1년도 살지 않고 전월세로 돌린 집이었기에 여기저기 하자가 많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상황(이라고 쓰고 돈이라고 읽는다)이 되는대로 고쳐쓰고 있었는데, 이번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고장이 났다.

아랫집에 물이 샜다.
IMG_0641.jpg

물이 샌다고 처음 연락받은 것이 지난 7월 2일. 이와 관련된 일이 완전히 종결된 것이 이번 주 수요일인 8월 8일이었다.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있었던 일들과 알아본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1) 배상책임 여부 확인
물이 샌 부위는 아랫집 화장실이었다. 가장 먼저 다녀간 관리사무소 직원은 우리집 화장실 하단의 배관이 노후되어 물이 샌 것 같다며 윗집인 우리집이 수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첫번째 질문, 화장실 배관이 문제일 경우, 그것을 윗집이 수리해야 하는 게 맞는가?누수문제와 관련된 판례를 찾아보았다. 다양한 판례가 있지만 판결의 내용은 일관되었다.

. 수리해야할 부위가 윗집의 전유부분이면 윗집에 수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 수리해야할 부위가 건물의 공용부분이면 관리사무소에 수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럼 해당 부위가 전유인지 공용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파트 관리규약에 명시되어 있다. 우리집에서 문제인 것으로 추정되는 화장실 배관은 관리규약에 전유부분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즉, 화장실 배관 문제가 맞다면, 그것은 우리집에 고쳐줘야할 책임이 있다.

※ 참고로, 누수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판례는 공용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추정하고 관리사무소에 책임이 있다고 추정한다.(서울동부지법99가단22374)

(2) 누수부위 확인 및 수리
누수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곳이 정말로 문제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아파트단지 상가에 위치한 인테리어 업체에 방문했다. 사장님이 연결해준 전문가가 와서 화장실 배관이 문제가 맞다고 확인했고, 수리를 완료한 후 돌아갔다. 이렇게 끝났다면 해피엔딩이었겠지만, 유럽 신혼여행 중에도 새똥을 맞았던 나에게 그런 건 없다. 수리 후 다시물이 새기 시작했고, 다시 와서 확인해 주겠다던 전문가님은 하루하루 미루다가 결국 안오겠다는 선언을 해버렸다. 그동안 우리는 아랫집과 매일 연락했고(화장실 배관 수리작업은 아랫집에서 해야 한다), 매일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약속을 변경했다.

여기서 두번째 질문, 이런 익숙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믿을만한 전문가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사실 이건 경험밖에 없다. 집수리라는 거대한 문제에 있어서, 왕도는 없는 것 같다. 온라인도 실패했고 아파트 상가도 실패했다. 주변 이웃 중 비슷한 일을 먼저 겪은 분이 있다면, 그분에게 추천을 부탁해보자. 적어도 이상한 사람 부르는 것은 예방할 수 있으니...

(3) 수리비용 처리
집수리비는 자재비+인건비다. 자재비도 인건비도 부르는 게 값이다. 실제로 우리도 처음 수리하고 간 분은 7만원을 불렀고, 두 번째 분은 15만원을 불렀다. 왜 이렇게 가격차이가 나는지 물을 수도 없었다. 7만원 부른 분은 실패했으니까...

필요한 자재를 미리 알아 네이버쇼핑으로 구매할 수 있다면야 돈을 아낄 수 있겠지만, 필요한 자재를 미리 알 정도 되면 전문가를 부를 필요도 없다. 즉, 우리가 할 일은 흥정이다. 문제의 원인이 밝혀져 수리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가격을 물어보고, 꼭 한번은 깎아보자. 만약에 일상생활 중 배상책임에 대한 보험을 들어두었다면 훨씬 쿨하게 처리할 수 있다. 물론 보험도 만능은 아니다. 아래 두가지 질문을 확인해보자.

. 보험의 보상범위가 아랫집의 피해에 대한 배상액인가, 아니면 배상액+수리비인가?
: 만약 보상범위가 배상액에 한정된다면, 아랫집에 실질적인 재산피해(도배가 엉망이 되거나, 전자제품이 고장났거나 등등)가 없는 경우에는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

. 보험의 자기부담금은 얼마인가?
: 내가 든 보험은 자기부담금이 20만원이었다. 만약 수리비+배상액이 100만원이 나왔다면, 20만원을 공제한 80만원은 보험사로부터 받을 수 있다. 우리집의 경우 수리비가 15만원이었기에, 보험을 청구해도 받을 게 없었다.
: 만약 같은 보험을 동거중인 가족구성원 여러명이 가입했다면, 실지급액 한도 내에서 중복수혜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100만원 수리비 중 20만원을 공제한 80만원을 보험금으로 받았다면, 배우자가 동일한 보험을 가입했을 경우 나머지 20만원도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다. 배우자에게도 100만원-20만원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4) 맺으며
오래된 아파트에 살면 어쩔 수 없이 겪는 문제들 중 가장 골치아픈 게 바로 이 누수문제인 것 같다. 아랫집 입장에서도 이건 참고 살기에는 버거운 이슈고... 새집으로 이사가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솟구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리저리 관련 정보가 많았다는 것. 그렇게 여기저기서 도움받은 글들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한곳에 모아둔다.

Sort:  

지나가는 길에 들리고 갑니다

팔로우하고 가요 ㅎㅎ

반갑습니당(__)

Congratulations @banaba! You received a personal award!

Happy Birthday! - You are on the Steem blockchain for 1 year!

You can view your badges on your Steem Board and compare to others on the Steem Ranking

Vote for @Steemitboard as a witness to get one more award and increased upvotes!

Coin Marketplace

STEEM 0.29
TRX 0.12
JST 0.032
BTC 59036.72
ETH 2970.23
USDT 1.00
SBD 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