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홈 한국 출시, 커넥티드 경쟁은 시작되었다

in #kr6 years ago

“인공지능 스피커가 성공하려면, 우리 삶에 의미있게 연결되어야 한다.”

구글 홈이 집에 왔다. 최근 인공지능 스피커 관련해서 대부분의 이슈가 구글 홈에 집중되었던 탓인지 기대감이 컸다. 패키지를 열고 전원 어댑터를 꽂고 밑바닥에 전원 케이블을 연결한 후 위쪽에 불이 들어올 때 설레기도 했으니까.

설치하는 방법은 뭐 어려울 것 없다. 구글 홈 앱을 깔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슬슬 넘어간다. 한국 출시를 공식 발표한 다음 날부터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왔으니 국산 AI 스피커 설치하는 것과 대동소이. 어느새 내 방엔 세 대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나란히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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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구글 홈에 가장 큰 기대를 했던 건 필립스 휴와 연동하는 거였다. 필립스 휴는 벌써 1년도 넘게 쓰고 있지만 솔직히 스마트 조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아이폰의 시리를 불러서 켜고 끄는 정도인데 시리를 부르려면 항상 폰이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니 음성보다는 앱에서 조정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결국 모션 센서와 디머 스위치 등을 사다 놓고서야 켜고 끄는 걸 편리하게 할 수 있었고 스마트 조명 기능의 20% 정도는 활용한다고 생각했다. 컬러를 바꾼다거나 정해진 모드 대로 조정하는 것 같은 고급 기능까지 쓰려면 아무래도 인공지능 스피커 정도는 있어야 했다. 그래서 SKT 누구가 필립스 휴를 지원해 주길 엄청 기다렸고 (아, 구글 홈 발표하고 SKT 누구 앱도 2.0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필립스 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구글 홈도 서둘러 예약 구매를 했던 거다.

SKT 누구의 필립스 휴 연동 기능은 나중에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일단 구글 홈은 필립스 휴의 설정을 전부 가져오는 형태다. 즉, 필립스 휴에서 방이나 조명 이름 등을 설정해두고 구글 홈에서 이를 그대로 불러 쓴다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행착오를 좀 거치기는 했지만 조명을 껴고 끄고 밝기를 조절하고 색을 바꾸는 것 까지는 만 하루 만에 익숙해졌다.

아직 제대로 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일단 모드는 잘 안된다. 필립스 휴에는 사바나의 일몰 같은 멋진 이름의 모드가 있는데 이런 거 해달라고 하면 “죄송하지만 어떻게 도와드릴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한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는 시리와 애플 홈이 훨씬 더 잘 동작한다. (그러면 뭘 해 잘 쓸 수가 없으니 ㅜㅜ)

구글 홈을 들여온 첫 번째 목적은 그래서 약 50% 정도 달성했다. 그런데 나머지 기능들은, 아무래도 내가 구글 홈에 너무 많은 기대를 했거나 구글 홈에 대한 소식이 좀 과장되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한국 발표 이전에 작성한 구글 홈 기사에서 된다는 사례들이 한국어로는 잘 안 먹힌다. 계속 죄송하다거나 도와드릴 수 없다거나 뭐 그런 말이 나와서 한 번은 영어로 대충 해봤더니, 헐, 동작하는 게 아닌가! 아직 한국어 명령을 처리하는 건 국산 인공지능 스피커보다 확실히 떨어지고 한국어로 내놓는 결과도 일단 음성이 몹시 기계적인 데다가 내용도 좀 부실하다.

퀴즈나 게임, 레시피 같은 재미난 기능들이 있기는 하다. 게다가 구글 홈의 이런 기능들은 마치 앱 개발하듯이 외부에서 개발해 붙일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는 더 재미난 것들이 많이 나오기는 하겠다. 나오고, 알려지고, 사용하고... 결국 시간이 더 필요하겠다.

그러나 퀴즈나 게임, 우스개 같은 재미있는 기능들이 인공지능 스피커와 삶의 간격을 줄일 수는 있지만 인공지능 스피커가 삶에 자리 잡게 할 수는 없다. 그러려면 인공지능 스피커는 이미 우리 삶에 자리 잡은 사물이나 콘텐츠와 아주 긴밀하게 (그냥 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다른 기능을 대신해서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연결되어야 한다. 구글 홈이 이 부분에서는 장점이 있다고 널리 알려져 나도 기대가 컸는데, 글쎄 지금은 가장 기본적인 한국어 인식도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어쨌든, 업데이트는 계속될 터이고 지금 안된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안될 건 아닐 테니 지금 뭐가 안된다고 해서 이게 쓸모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은 별 의미 없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누가 보더래도 의미 있는 연결을 먼저 만드는 자가 유리한 고지에 설 것은 당연한 일일 게다. 의미 있는 연결을 제대로 이해하고 먼저 성사시키는 것은 과연 누구일지, 나는 벌써부터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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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세대 다 구매하셨군요. 가성비 측면에서 어느것이 가장 좋나요? 궁금하네요. 가격차이가 심하니.

셋 다 개성이 있어서... 뭐가 딱히 더 낫다고 말씀드리긴 좀 그래요. 카카오미니c는 카톡하고 연결된 서비스가 많아서 카톡 많이 쓰시는 분들한테 좋을 듯 하고요. 저는 카톡을 거의 안 써서 SKT 누구가 훨씬 쓸모가 많더라고요. 구글홈은 되는게 많다고 해도 다 영문 서비스 기준이라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튜닝을 좀 더 해야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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