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먼저 보고 영어로 말해보는 습관
코넬리우스라는 언어학자가 있다. 그는 남미에서 미국 공보원 소속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전문 교육가로 활동하면서 언어학자가 된 사람이다. 그는 1961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어학원인 ELS를 설립하였고, 1963년에는 미 정부의 의뢰를 받고 <English 900>을 출간하였다. 이 영어교재는 전 세계적으로 1,600만부 이상 팔리게 되는데, 이로 인해 코넬리우스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에 최초 오디오 교재로 출간되어 최대 판매를 기록하는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소위 ‘통문장 학습법’을 창시했다고 하는 코넬리우스가 어떤 교재를 썼는지, 영어교육자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English 900>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어회화 교재이다. ETS에서 주관하는 영어시험인 TOEFL의 Speaking(말하기) 섹션에서 한국인들의 평균 점수가 다른 나라의 응시자들에 비해 저조하다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한국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영어의 영역이 말하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세계적인 언어학자 코넬리우스가 이야기하는 영어회화 비법을 한국인 학습자가 전수받는다면 영어 말하기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영어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자로서 학생들에게 이러한 정보를 꼭 나누고 싶었고 며칠 전 <New English 900>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책에 숨겨진 ‘영어회화 잘 하는 비법’을 파헤쳐보도록 하겠다.
코넬리우스가 <English 900>에서 제시한 문장들은 굉장히 쉽고 일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코넬리우스는 일상회화에 초점을 맞춰서 책을 썼다고 할 수 있다. 일상회화라고 하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외국어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우리와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른 체계를 갖고 있는 영어로 편하게 회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외국에 있을 때 가장 서러운 경우는 바로 아플 때다.
이 책의 72쪽에도 이러한 점을 지적해 주고 있다. 지금 한 번 생각해보자. 단순히 ‘나 아파요(I’m sick)’가 아닌 ‘다리가 부러졌어요’, ‘길에서 미끄러졌어요’, ‘발이 부었어요’ 등은 어떻게 말해야하는지 말이다. 또한 두통이라든가, 기침이 난다는 표현은 어떻게 해야할까?
이렇게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유용한 표현들이 <New English 900>에 담겨 있다.
그리고 이 책은 특이하게도 학습해야 할 영어 문장이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말 먼저 보고 영어로 말해보기”가 나온다. 예를 들어서 17쪽에는 ‘당신의 핸드백은 무슨 색인가요? 제 핸드백은 옅은 파란색이에요. 저 여행 가방은 무게가 얼마나 나가요? 너무 무겁지는 않지만 정확한 무게는 모르겠어요. 이 원탁은 무게가 45파운드 정도 나가요’와 같은 5개의 한국어 문장만 제시되어 있다. 틀려도 좋으니 한국어만 보고 영어로 자신 있게 말해보라는 의도이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 앞에 나왔던 한국어 문장의 영어 문장이 나와 있다. 18쪽에 등장한 다섯 개의 정답은 이와 같다. ‘What color is your purse? My purse is light blue. How much does that suitcase weigh? it’s not too heavy, but I don’t know the exact weight. This round table weighs about 45 pounds.’
다른 예를 한 번 살펴보자. 81쪽의 한국어 문장이다. ‘저는 매일 아침 7시쯤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요. 일어난 후에는 화장실로 가서 샤워를 해요. 그런 다음 면도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머리를 빗어요. 양치질을 한 후에는 옷을 입어요. 그런 다음 아침 식사를 하러 아래층 부엌으로 내려가요.’
얼마나 일상적이고 또 자주 사용하는 문장인가.
그러나 막상 영어로 위의 문장을 말한다고 생각한다면 머릿속이 뒤죽박죽 될 것이다. 하지만 영어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한국어 문장이 쉬운 것처럼 영어 문장 역시 간단하고 쉬우니 말이다. 82쪽의 모범 예문을 보면 ‘I get out of bed at about 7 o’clock every morning. After getting up, I go into the bathroom and take a shower. Then I shave, brush my teeth and comb my hair. After brushing my teeth, I put on my clothes. After that, I go downstairs to the kitchen to take breakfast.‘라고 쓸 수 있다.
한국어를 영어로 바꾼다고 생각했을 땐 막연히 어렵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막상 한국어가 영어로 전환된 정답 문장을 보면 어려운 단어가 하나도 없다. 게다가 굉장히 간단하다. 막연히 한국어를 영어로 표현하려면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이 한국에서만 영어를 공부한 대다수의 학습자들에게 있지만, 코넬리우스는 어려운 단어 없이도 문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스스로 영어 말하기 실력이 이 정도면 괜찮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코넬리우스는 이 책의 48쪽에서 자신이 잘 아는 사람들이나, 장소, 사물에 대해 영어로 2분 이상 말할 수 있으면 말하기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자신이 사는 동네, 이웃 사람들, 친구들에 대해 어디에서 자랐는지, 동네의 옛 모습은 어땠는지 등을 말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used to be’나 ‘have been’과 같은 문법적 사항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가령 학습자들은
‘My friend spent his childhood in California, Did you grow up right here in this neighborhood? This is where I grew up until I was 10. He lived in California until he was 17. There have been a lot of changes here in the last 20 years’와 같은 문장만 학습하게 될 뿐이다. 이 책의 79쪽에도 비슷한 예문이 나오는데, 그것은 ‘I cut my finger’이다. 직역하면 ‘내가 내 손가락을 잘랐다’라는 끔찍한 말이 된다. 하지만 이는 틀린 해석이다. ‘손가락을 베었다’라고 해야 맞는 해석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도 문법적인 설명이 필요하지만 코넬리우스는 몇 가지 예문을 더 보여주는 것으로 이러한 문장에 대한 학습을 하도록 한다. 가령 ‘I broke my leg(다리가 부러졌어요), I sprained my ankle(발목을 삐끗했어요)’와 같은 예시가 등장한다. 이렇듯 통문장 900개로 일상회화를 한 번 신나게 배우는 것도 영어 학습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