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에 주목하라

in #kr6 years ago
위 동영상을 보고 그 아래 댓글들을 보다가 예전부터 갖고 있는 생각이 떠올라서 글로 옮겨 적어봅니다.


우리나라의 여성주의 운동을 비판-이라고 쓰고 비난-하는 이들에게서 보이는 공통 정서는 "남성을 적으로 만들지 마라"이다.


나도 한국 사회에서 남성으로 사회화되어 자랐기 때문에, 그렇게 '해석'하고, 그렇게 '느끼는' 정서는 이해하겠는데. 그런 정서를 분리시키고 그냥 문자 그대로의 말과 글을 해석하면 여성주의 운동가들의 얘기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단지 '차별의 지점'을 얘기하고 '차별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얘기하고 있다. 이는 분명 망상이다. (이러한 필터(bias)를 뇌속에서 걷어내지 않는한, 논리적인 대화는 불가능할꺼라고 본다.)


여기에 각자가 머릿 속에 든 먹물만큼 이런저런 논리와 살을 붙이지만, 대부분은 "나도 힘들어" or "남자도 피해자야"라는 정서를 바탕으로한 "왜 우리한테 뭐라고 그래?"가 실제 그들이 하고 있는 말이다. 정작 세대가 올라갈 수록 "그래 여자들이 차별을 받았지"라고 쉽게 인정하는 반면, 세대가 내려갈수록 "그런 차별은 없어!"라고 말하며 입장이 강경해진다.


이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사회의 세대간 계층 분리 현상 때문이다. 지금의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는 40대 중반 이후의 세대와 확연하게 삶의 질이 다르다. 현재의 청년 세대에게는 '이번 생은 망했어요'라는 말이 쉽게 공감을 자아내는 힘든 삶, 미래가 안보이지만 그 속에서 나름데로 희망을 찾아서 그럭저럭 살아가는 삶. 그게 보편화된 상황이다보니, 같은 또래의 누군가가 전하는 "우린 차별받고 있어. 네들보다 힘들어."라는 메시지에 공감하기 어려운 거다.


그런데 신지예 후보를 포함한 내가 아는 대부분의 20대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은 누구보다 이러한 청년 문제에 대해 잘 알고, 공감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바로 당사자니까. 지금 한국사회의 모든 분야를 꽤차고 있는 50대~60대들보다는 훨씬 정확하고 명확하게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그 대안도 잘 짚어내고 있다. 근데 '젠더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자기만의 틀로 상대를 바라보니까, 자신의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해결해줄 사람을 오히려 비난하고 공격하고 있다. 안타깝다.


왜 그럴까. 여러가지 관점이 있겠지만, 가장 큰 건, 그들이 받은 교육에 있다고 본다. 연대의 경험이 없다. 사실 자신이 약자이고,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면 언제나 모범 답안은 하나다. 다른 약자, 다른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그렇게 연대를 통해 세력을 만들고 그 세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이러한 연대의 경험, 연대의 방식을 안다면 어느 누군가가 고통을 호소하면 그들의 아픔에 공감한 후, 그들과 연대하여 자신의 문제를 함께 하는 전략을 사용하게 된다. 근데 이러한 역사를 모르거니와 그러한 경험을 해본 적 없고 주위에서 알려주는 사람도 없으니. 개인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왜 저 사람들은 자기들만 차별받는다라고 얘기할까?"라는 망상에 빠지는 거다.


녹색당은 가장 많은 여성후보를 낸 정당이기도 하지만, 후보의 평균연령이 가장 낮은 정당이기도 하다. 녹색당이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과 이와 같은 후보들의 비율은 무관하지 않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가 어리면 상대적으로 약자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청년'이라는 아이덴티티만 보자면, 우리미래 같은 정당도 있지만. 나는 사상적으로, 문화적으로 가장 젊은 정당이 우리나라에서는 녹색당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Hip하다'고 할까? 시건방지다고 지적받았던 포스터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나온 자연스런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녹색당 내에서는 아무도 저 포스터가 이런 화제가 될꺼라고는 예상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당들은 모두 갈라파고스 섬과 같다. 계속해서 글로벌하게 교류하는 일을 하면서, 여러 해외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이를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나라에서 로컬 정당들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기는 하다. 그래서 정치혐오가 젊은 세대에서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적으로 퍼져있다.) 녹색당은 각 나라 내에서만 보면 소수정당이지만, 전세계 각 곳에 있는 녹색당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보니, 이러한 소통과정에서 전세계의 최신 트랜드와 변화의 흐름을 가장 먼저 각 나라에 전하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앞서말한 Hip함도 그 결과라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페미니스트 후보'로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가져간 녹색당이 다음에 가져갈 키워드는 'Hip함'이 아닐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최신의 정치 트랜드를 따라 잡고 싶다면 녹색당에 시선을 맞추고-당원이 되면 더 좋고- 녹색당의 행보에 주목하라. 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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