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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분노와 슬픔이 공존하던 날의 이야기

in #kr7 years ago (edited)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포스팅 보는 내내 화가 나는군요. 개인적으로 신검 기준 4급 공익과 5급 면제의 경계에 해당하는 몸으로 2년 넘게 공익근무를 하였습니다. 신검 당시엔 빈손으로 가서 마지막에 4급과 5급 중에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군의관이 묻더군요. 평소 일상 생활에 지장은 없습니까? 4급 드려도 괜찮을까요? 이렇게요. 물론 20대 초반 당시엔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4급(장애x), 5급(장애)에서 차마 스스로 5급을 선택할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예비군 훈련 마지막 5~6년 차 들어서는 1년에 몇 차례 없는 그 간단한 훈련이 너무 힘겹고, 또한 질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뒤늦게 재검을 받아 남은 1~2년의 예비군 훈련을 그만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불편해졌습니다. 결국 끝까지 마치고 현재는 8년 차라 더이상의 육체적인 고생은 없지만, 과거로 돌아가 다시 신검을 받게 된다면 당연히 5급을 받을 것 같습니다.

공익 당시엔 근무기관이 국립특수교육원으로 전국 각지의 특수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교육방법을 연구하는 연구사님들이 모여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담장 너머 한국선진학교가 있었는데 특수학교입니다. 이 시기에 장애학생들, 그리고 특수교육 관련 연구사들과 세미나 때마다 몰려오는 관련 교사, 교감, 교장, 교수들이 찾아와서 어떤 생각으로 학생과 그 가족을 대하는지 많이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중간에 정부가 바뀌면서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지원 정책, 관련예산과 전반적인 사회 인프라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지켜보았습니다. 안 그래도 열악하던 국내 환경이 얼마나 후퇴했는지는 세미나 때마다 09년 정부를 힐난하는 발표자들을 보면서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기관 특성상 우호적인 분들이 압도적이었지만, 단순히 생계를 위한 직업으로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마음으로 일하는 분들도 보았죠. 직업으로 삼는 분들도 이럴진데, 해당 지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언제 장애인이 될지 모르는 건강한 사람들과 장애인들이 조우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고, 표정만 보아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습니다.

본문의 불쾌한 일화와 같이 몰상식한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는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였습니다. 저런 사람들의 인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평생에 걸쳐 자신이 보고 듣고 교육받은 것과 가까이 지내는 주위 사람들의 영향이 어우러지며 빚어지는 일종의 뒤틀린 시각입니다.

언젠가는 자신의 경솔한 언행 하나하나가 모여서 부메랑이 되어 다시 자신을 공격할 것입니다. 혹여나 불의의 사고로 처지가 바뀌면 뒤늦게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 전엔 저런 뒤틀리고 불쾌한 사고방식은 누구도 바꿀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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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의 댓글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복무 중에 여러 시선들을 직접 겪어보셨네요. 제 친구도 비슷한 얘기를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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