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사태를 둘러싼 '유체이탈화법'들(self-abusing)을 우려한다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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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언론 '채널뉴스아시아' 캡쳐

어젯밤부터 오늘 오전에 걸쳐 '북미정상회담'이 일단 파토나고, 새로운 힘/말 겨루기 국면에 돌입했다. 스트레스 만땅이지만, 나는 문재인의 협상력을 기대하며, 진도가 나가는 것이 보인다. 아무튼 오늘 1차로 해야 할 일을 마치고 잠시 짬을 내어 이 상황을 둘러싸고 오간 말들 몇 개를 짚어보기로 하자.

바른미래당 "文정부, 장밋빛 전망에 취해 北 오판 도왔나"
홍준표 "이래서 내가 '평양올림픽' '위장평화쇼'라 했던 것"
하태경 "文대통령-폼페이오 노선 패배했다"
日외상 "성과 없는 회담 무의미",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반색
유승민 "文대통령, 운전대 앉아서 뭘 조율했다는 거냐"
박주선 "중재자 제대로 수행한 결과가 이 꼴인가"
김성태 "물고기 다 잡은 양 호들갑 떨던 文정부 나이브"
나경원 "결국 김칫국 외교, 김칫국 안보의식으로 기회 날린 것"

오전에 한 페친이 정리한 내용인데, 그 후로 내가 일하는 사이에 또 어떤 말 잔치가 벌어졌는지 모른다. 아무튼 거기서 거기인 개소리말들이니, 더 찾아보는 수고는 하지 않기로 하자.

자, 발언자를 지우면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기 힘든 와중에, 저 발언들 틈에 무려 일본 외무장관의 발언이 있다는 게 흥미롭지 않은가?! 그렇다, 저들은 한국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나는 저 발언들의 '유체이탈'적 성격에 주목한다. 저 발언들이 향하는 곳은 문재인 대통령의 실정(失政)이지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이 아니다. 저들이야 이 땅을 근저지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이 목적이니 그렇다 치자. (그렇기 때문에 근절의 대상이다.)

그런데 저런 방식 말고도 많은 말들의 향연이 있었다. 내가 볼 땐 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유체이탈' 발언들이다. 내가 유체이탈이라고 부른 건, 지금 본인이 처해 있는 상황 자체가 심각하게 위험해졌고, 그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제1과제인데도 불구하고, 발언의 방향이 본인과 우리의 안위가 아닌 다른 곳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유형을 보면 이런 식이다.

  • 거 봐라. 문재인 정부가 별로 잘하는 일 없었다. 봤지, 협상가는 개뿔~
  • 트럼프를 믿는 게 아니었다. 원래 장사꾼이고 지는 게임은 안 하려 하는 놈이다. 트럼프 개ㄱㄲ.
  • 자기 형도 죽인 3대 째 세습 독재자 김정은에게 뭘 기대했냐. 정은이도 개ㄱㄲ.
  • 이 모든 사태에 대해 문재인도 책임져라. (더군다나 부정선거로 당선됐다!)

열거하자면 더 있겠지만, 대충 이 정도만 하자. 개개인에 대한 공격이라고 느껴질 이들도 있을 테니, 출처도 밝히지 않겠다. 다만 이런 발언은 "거 봐, 내가 뭐랬어? 내 말이 맞았지!"라는 유형의 전형적인 초딩형 유체이탈 화법을 시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아니, 지금 예언이 맞고 안 맞고가 뭐가 중요해? 서울이 불바다가 되건 말건 북한을 싹 폭격하고 김정은의 목을 따야 해~ 라고 주장하는 태극기부대 요원들과 다를 게 뭔데? 나는 저 적폐세력의 유체이탈은 별 관심이 없지만, 좀 알 만한 이들의 유체이탈은 위험하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 기일이 그저께였다. 지금 우리의 목표가 무엇이어야 할지 딱 거기에 집중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 글에 대한 부정적 댓글에는 답하지 않으려 한다. 물론 모든 댓글은 다 읽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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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ndsight bias죠 뭐... 일이 터지고 나면 다들 과거에 자기가 얼마나 이 사태를 잘 예측했는지를 뽐내느라 바빠 정작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고 해결할 것인가는 잘 말 안 하더라고요. 그럼 자기는 게으르게 가만히 있으면서 똑똑한 이미지도 가져가고 뭐라도 한 것 같은 느낌도 받고 뭐 그런 셈이죠.. 인생 참 편하게 살려는 사람들

정당정치에서 야당의 역할이 필수적이긴
하지만, 그들이 지금하는 말들은 너무 졸렬해서
듣기가 싫습니다. 말씀하신것처럼 '봐봐 내말맞지'
에서 한발짝도 안나가니까요.

아 한발짝은 나갈수 있겠네요.
쟤네 잘못했으니까 6.13 나 뽑아줘


두고 보죠!

회담이 깨지니 선거에서 기회를 노리고 한 마디씩 한걸로 보이네요.
그래도 이미 떠난 마음 되돌리기는 힘들겠지만요.

안녕하세요.뉴비입니다
중꾸어가 이간질하는 느낌이...

회담이 결렬되서 안타깝지만 저는 지금의 정부가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계속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주위에서 쏟아내는 잡음을 들을 여유 없는 급박한 상황이잖아요. (잡음엔 투표 대응이 최고의 보약이겠죠?)
더불어 북미회담이 판문점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라는 상상도 해봅니다.

우리 트럼프 형님께서 자기가 운전대를 잡고 싶었나보죠..
에잉

choi2018님이 armdown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choi2018님의 My everyday life

** My veryday life, which was a peaceful Korean peninsula dream**
지난 달은 나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왜냐하면 2.27일이 다가 오면 올 수록 떨리고 기대가득 찬 역사적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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