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맛있는 크로와상

in #kr8 years ago

친척들과 함께 'Mensho'라는 라면집 앞에서 한 시간 반을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바로 앞에 줄 서 있던 부부가 말을 걸어왔다. 자신들은 캐나다에 사는데 맛집을 찾아 여행하는 게 취미라고 이야기하면서,

'혹시 이곳 알아? The Best Bakery in the world!'

하며 알려줬던 곳 'Arsicault Bakery'. 이 곳은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맛있는 크로와상을 맛볼 수 있는 베이커리인데, 그 사람이 알려줄 때만 해도 로컬 사람들에게만 알려져 있는 숨겨진 맛집으로 줄을 길게 늘어서지 않아도 쉽게 크로와상을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bon appetit’라는 잡지에 소개되면서 두 블록 이상 손님이 늘어서게 되었으며, ‘일인당 네 개, 종류별로는 최대 두 개’라는 구매 개수 제한도 생겼다고 한다. 많이 구매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족, 친구들을 모두 끌고 가야 할 것 같은데, 기다리는 동안 누구 하나라도 투덜투덜 댄다면 조금 난처할 것 같다. 하긴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기다리는 데는 베타랑이라 줄 앞뒤를 살펴도 모두 싱글벙글 ‘조금만 기다리면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겠어!’하며 즐거워하고들 있으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크로와상은 너 다섯 가지 종류가 있는데 모두 하나같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원래 크로와상은 그렇게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지만, ‘촉촉’과 ‘바삭’은 상반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그 두 느낌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비상한 내공이 필요할 것만 같다. 맛에 대해서는 크게 자신이 없는 나이긴 하지만 이 크로와상만큼은 한 입 베어 물고 나서 나도 모르게 ‘와~’하고 말았는데, 지금은 시간이 조금 지났기 때문에 그게 어떤 맛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긴 하지만,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베이커리 자체가 작긴 하지만 이층에 서너 개의 테이블이 있고 길 가에도 두 자리 정도 테이블이 놓여 있기 때문에, 상점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자랑하듯 구매한 크로와상을 먹을 수도 있다.

이곳의 주인은 Armando라는 프랑스 사람인데 그의 증조할아버지는 파리에서 베이커리를 했었고, 할아버지는 20대까지 그 베이커리를 도왔다고 한다. 그 이후 할아버지가 직업을 바꾸면서도 Armando에게 베이킹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하는데, 그는 어렸을 때부터 맛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서 어렸을 때 다녔던 맛집들의 위치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빵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맛있는 곳을 기억하는 것뿐이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기사에서는 대단한 것이라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할 수밖에 없다. 맛에 대해서는 나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쓴 기사일 테니 말이다. 어쨌든, 그 이후 그는 뉴욕으로 건너와서 베이킹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크로와상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시련 끝에 우연히 정말 남에게 자랑할만한 크로와상을 굽게 되어, 결국 자신의 베이커리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가게에서 만나 본 Armando는 성격이 조금 있어 보이는 40대 정도의 덩지가 큰 사내였는데, 진상짓을 하는 손님이 있다면 그 큰 손바닥으로 훅 밀쳐버릴 것만 같다. 물론 실제로 그러는 것을 본 것은 아니지만.

이 곳은 오후 1시까지만 영업을 하니 늦게 일어나 미적거리다가 천천히 마실 가듯 갈 생각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가까스로 시간 안에 도착해 줄을 설 수 있다 해도 앞에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더 이상 빵이 남아있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요일에는 근처 거리에서 장도 서기 때문에 이 곳에서 브런치 하고 살짝 산책하기도 좋으니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산책은 안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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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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