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개항과 국권 피탈을 가르치며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다.

in #kr6 years ago

저는 공립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조금 뒤늦은 감이 있지만,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이번에 역사의 중요한 현장을 함께 목격하면서 든 생각을 조금 나누고 싶습니다.

요즘 초등학교 역사수업은 5학년 2학기와 6학년 1학기에 이루어집니다. 5학년 과정에서는 선사시대부터 병자호란 까지의 내용을 배우고, 6학년 1학기 사회 수업에서는 조선 후기부터 현대사까지의 역사를 다룹니다.

지금은 조선의 개항과정부터 국권 피탈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이 부분을 가르칠 때에는 본의 아니게 세계사 강의가 됩니다. 5학년때 까지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외국 세력은 원래 강했던 중국과 갑자기 강해진 일본이 전부였는데, 유럽국가들이 갑자기 전 세계를 누비며 지배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일본 외에 교과서에 등장하는 외국 세력은 벽란도에서 무역하던 페르시아 상인들 정도입니다.)

아무튼 이 과정을 소개할 때 정말 여러 나라가 등장합니다.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포르투갈, 러시아...

개항을 거부하던 조선은 프랑스와 병인양요, 미국과 신미양요를 치르게 됩니다. 그리고 일본이 자신들의 굴욕적 개항과정을 그대로 본딴 운요호 사건을 일으키며 강제적으로 강화도 조약을 맺으며 개항을 하게 됩니다.

개항 이후 조선에서는 구식 군인들이 차별에 반발하며 임오군란을 일으킵니다. 일자리가 좋지 못하면 당연히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해야 하지만 이는 허약한 조정이 청나라의 힘을 빌리게 하는 빌미가 됩니다. 또 일본 공사관을 공격하며 일본에게도 좋은 침략 구실을 만들어줬죠.

청나라는 임오군란을 진압해줬으니 정치에 간섭하기 시작했고, 일본은 이 사건을 빌미로 제물포 조약을 체결하며 배상금과 함께 일본군을 조선에 주둔시킵니다. 조선을 둘러싼 청나라와 일본의 세력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죠.

'갑신정변''동학농민운동'을 거치며 '청'과 '일본'은 조선 땅에 군대를 그대로 놔두었고, 조선이 철수를 요청하지만 이를 거부하며 청일 전쟁을 벌입니다. 결과는 다 아시는 대로 일본의 승리로 끝나죠.

청나라와 일본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해보려던 조선은 믿었던 청나라가 패하자 러시아의 힘을 빌려 일본을 견제하려고 합니다. 그러자 일본은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만행을 저지르죠. 겁이 난 고종은 경복궁을 떠나 러시아 공사관으로'아관파천'하고 그 곳에서 뭔가 생각을 정리해서 나왔는지, 덕수궁으로 돌아와 대한제국을 세우고 황제에 오릅니다. 그리고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합니다.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 선언'도 하죠.

그러나 일본은 이를 무시하고 러시아와 전쟁을 치릅니다. 그리고 승리하죠. 이 후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식민지배를 하게 됩니다.

학생들에게 이 과정을 설명하고 얻을 수 있는 교훈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우리나라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외국의 도움은 공짜가 아니다" 등의 말이 대부분 나옵니다.

"그럼 앞으로 우리나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고 물으면 "다른나라의 도움 없이 해결해야 해요."라고 말합니다.

저도 학생들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지 오래된 지금은 아무리 우리의 문제라도 우리끼리 해결하기가 힘들어 졌습니다. 통일문제도 이미 우리끼리만 해결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래도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면 최대한 외세의 입김을 덜 받고 통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겠지요.

때마침 교장선생님께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학생들에게 생방송으로 보여주는게 좋겠다라고 하셔서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시청했습니다. 놀라운 장면의 연속이었습니다. 첫째로 외국인의 모습이 하나도 안보이는 것, 그리고 북한군이 남한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이번 정상 회담도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암묵적인 승인하에 이루어진 것이겠지만(그 사이에서 노력한 문대통령의 능력은 정말 칭찬할만 합니다) 일단 만남의 장면에서 우리 민족끼리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길에는 험난한 장애물이 끝없이 펼쳐져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애물을 넘을 때 과거처럼 다른나라의 도움을 얻기 보다는 우리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수백년간 외세에 의해 흔들려온 우리 민족이 앞으로는 뿌리깊은 나무처럼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우뚝서서 국제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민족으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으로 길게 글을 써봤는데 응원해주시면 힘이 날 것 같습니다. 별 볼일 없는 글 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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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의 개입없는 국권을 지닐 날을 기원하며...
응원하고 풀봇해요.^^

덕분에 좋은 노래도 들었는데 방문도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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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되풀이 되며 암울한 과거사는 회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마주하고 교훈을 학습해야 한다는 것을 어린 학생 분들이 잘 배웠으면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굵직굵직한 사건 속에 학창시절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역사적 교훈을 잘 새길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리스팀 프로젝트] - 2회차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실히 선생님의 관점에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포인트를 콕콕 집어서 알려주신 것 같네요.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왔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만큼은 우리 민족만의 회담으로 만들고자 했던 의지가 보여서 더욱 뜻깊었습니다. 별 볼일 없긴 커녕 알차고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


앞으로의 리스팀 프로젝트나 다양한 이벤트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네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시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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