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팀] 잔인한 5월의 기억 - 한강의 '소년이 온다'
안녕하세요! @amukae88입니다.
6학년 1학기 사회 시간에는 조선 후기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현대까지의 우리 역사를 배웁니다.
아이들에게는 5학년 때부터 이어진 역사에 대한 관심이 일제강점기와 근현대사의 잔혹한 실상을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이죠.
역사 수업을 할 때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학생 한 두 명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제가 준비한 수업 자료 이상을 알고 있는 아이들은 꼬마 선생님 역할을 톡톡히 해 적절한 때에 저의 설명을 보충해줍니다
제가 많이 배우기도 하고요~!
이 책은 작년 제자들 중에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가 쓴 독후감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네 글을 보고 나도 관심이 생겼다. 꼭 읽어보고 싶다.' 고 코멘트했었는데 이제야 읽었네요.
한강은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 상을 수상하면서 알게 된 작가입니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는 읽지 않았지만 '소년이 온다'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흡입력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 1980년 5월 광주에 대한 글이나 영화, 영상은 꽤 많이 접했기 때문에 비슷하겠거니 하며 큰 부담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저의 오만이었습니다.
200페이지 남짓 되는 소설을 읽는 동안 눈물이 차 올라서 세네 번은 책을 덮었다 다시 폈습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가슴 아픔을 이 소설에서 느꼈습니다.
소설은 중3으로 시민군 입장에 섰던 동호와 친구 정대,
고등학생 은숙, 미싱사 선주 등 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각각의 인물이 한 이야기를 받아적은 듯한 형식이기 때문에 당시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시간 순서대로 친절하게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한 기본 지식을 어느 정도 쌓고 보는 것이 더 감정이입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동호와 정대는 같은 집에 사는 친구 사이입니다.
동호의 집에 딸린 사글세 방에 정대와 누나가 세 들어사는 형편이죠.
둘은 같은 학교에 다니고 하교 후에도 함께 어울려다니며 우정을 나눕니다.
동생을 위해 공장에 다니면서 공부할 꿈을 꾸는 누나에게 동호는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평범한 오후 뚝방길을 따라 걷던 동호와 정대는 군인들에게 무참히 짓밟히는 신혼 부부와 사람들을 보게 되고 그 날 이후 그들의 인생은 완전하게 달라지게 됩니다.
저는 80년대 후반생으로 광주 민주화운동을 책으로만 공부했습니다.
87년 6월 항쟁때도 아직 엄마 뱃 속에 있었으니 슬프고 잔인한 그 시대의 일들은 먼 역사 속의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당시 서울에서 신혼 살림을 차리셨던 부모님에게는 광주의 일은 먼 일이었다고 합니다.
무정부 상태, 빨갱이와 같은 단어들을 뉴스에서 들었고 그런 줄 아셨다고 하니...
이제라도 많은 영화와 소설로 당시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고등학교 시절 한국 문학가들의 책을 읽으며 느꼈던 문학적인 감성을 다시 불러일으켜준 책이었습니다.
제 친가가 전라남도라 광주,영암,강진 등의 지명과 사투리가 친근해서 제가 더 감상적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잘 모르고 계신 분이라면 읽어보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잘 알고 계신 분이라 할 지라도 소년이 온다는 충분히 읽어볼 만한 소설입니다.
단, 두 경우 모두 읽기 전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하셔야할 것 같습니다.
아래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서 울컥햇던 부분을 한 번 적어보았습니다.
어려서 외가에 가면 네가 기억하는 한 언제나 허리가 기역자로 구부러져있던 외할머니는 따라오니라, 가만히 말하곤 앞장서서 걸어갔다. 광으로 쓰이는 어둑한 방으로 너는 따라 들어갔다. 외할머니가 찬장 문을 열 거란 걸, 제사 때 쓰려고 둔 유과와 강정을 꺼낼 거란 걸 너는 알고 있었다. 네가 유과를 받아들고 히죽 웃으면 외할머니도 신눈으로 웃었다. 그 온화한 성품만큼이나 외할머니의 임종은 조용한 것이었다. 산소마스크를 쓴 채 눈을 감고 있던 외할머니의 얼굴에서 새 같은 무언가가 문득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주검이 된 주름진 얼굴을 보며, 그 어린 새 같은 것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몰라 너는 멍하게 서 있었다.
지금 상무관에 있는 사람들의 혼도 갑자기 새처럼 몸을 빠져나갔을까. 오래전 부활절 달걀을 먹으려고 친구들과 몰려간 성경학교에서 들은 것처럼 천국이나 지옥 같은 이국적인 곳으로 날아갔을 것 같지는 않았다. 부러 무섭게 만든 사극에 나오는 것처럼 헝클어진 머리에 흰옷을 입고 안개 속을 서성일 것 같지도 않았다.
한강 '소년이 온다' 중에서
amukae88의 북스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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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봐야 겠네요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에 관심이 많아서 ^^
근현대사에 관심 많으시면 마음에 드실 거예요
저도 국사보다는 근현대사 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ㅎㅎ
저도 이 책을 처음 봤는데,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6학년 학생이 성인인 저보다 훨씬 더 낫네요. 혼자 알아서 저 책을 찾아서 읽고.. :)
정치적인 성향은 부모님 영향을 받은 것 같던데 그래도 저런 책을 스스로 읽는다는게 대단하죠? ㅎㅎ
네 시간 나실 때 읽어보세요^^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쉽사리 시도를 못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잘 설명해주기 위해서라도 제가 알아야 하는데 리뷰만 봐도 울컥하게 되네요....ㅠ
맞아요 시도하기 어렵죠ㅜㅜ
저도 못 읽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꽤 봤거든요
그래도 읽어볼 가치가 있으니 ㅎㅎ
역사, 제일 좋아했던 과목이네요. 기회되면 읽어봐야겠어요. 근대사는 논란이 정말 많죠? 어떤 관점일지...
역사 좋아하셨군요? ㅎㅎ
근대사 논란은 요즘까지도 이어지고 있죠
역사의 심판을 받을 사람들도 아직 많고요
!!! 힘찬 하루 보내요!
감사합니다 ㅎㅎ
구슬픈 우리나라의 근대사...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담은 책이였군요.
당시 저희 아빠는 군인 신변이셨어요
군인에게 듣는 광주 이야기와
최근 재조명되고있는 광주 이야기가 너무나
달라서 처음엔 말그대로 “짜증이 난다”였던것 같네요.
기분이 너무 나빠 알고싶지 않기도했고..
고려 조선시대때보다 더 가깝고, 나와 직간접적로 연결이 되어있다보니 감정도 격해지는것이 근현대사인듯합니다.
마음을 잡고 다가올 미래를 위해 잘 알아두려하는데..
시간내서 한번 봐야겠네요..:)
사건을 아는 사람들이 다수 아직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입장 차이와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죠ㅜㅜ
아버님 말씀과 다른 내용에 당황하셨을 것 갈습니다.
리뷰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