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어버이날 단상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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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결혼 후 엄마는 신혼집 냉장고 채우기 때문에 두 달에 한 번씩 서울에 오신다.

신혼부부야 차려주는 거 맛있게 먹으면 되고 바래다주면 그만이겠지만,

나는 그 나머지 모두를 해야 하니 체력이 금세 방전모드 돌입이다.

엄마도 한 해가 다르게 약해지니까, 케어의 범위가 점점 세심해야 하고 넓어야 한다.

그 시간이 가면 엄마는 본가에서, 나는 여기서 골골골 아프게 되는 거고.

엄마와의 관계가 어떻든, 바꿀 수 없는 건 엄마는 엄마라는 거라서,

싫든 좋든 그러해서, 오시면 케어를 해야 한다.

보살핌, 같은 예쁜 단어는 쓰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더 세심하게 챙기고 지친 내색을 덜 하려 하고.

그래서 아마 엄마가 가시면 옴팡 아프게 되나 싶다.

슬픈 건 엄마도 약해지면서 자꾸 내게 의지를 하신다는 것.

그렇게 상처를 주곤 어느새 그러신다.

잊어버리셨을지 그런 것처럼 하시는 건지,

아니면 내가 잊어버리기를 바라고 그러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방식이 그냥 좀 슬프다.


다들 하니까 해야지, 동생의 결혼은 그러했다.

결혼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들 하니까, 그런데 마침 새신랑을 만났으니까.

그래서 그들의 신혼은 예뻐 보이지만 기실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물론 결혼이 하고 싶었더라도 그렇긴 하겠지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을 해놓곤,

그런 것들을 못 배워 그렇다며 징징모드가 될 때는 화가 나기도 한다.

아무리 바빠도 배워두면 나중에 편할 거라고

그렇게 알려줄 때는 모른척 하더니 이제와서 그러나 싶고.

(지금 신혼집은 살림, 이라는 게 거의 되지 않고 있는 지경.
초보 둘이서 겨우 생활, 을 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제부에게 더 잘 하려고 한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동생 때문에 시댁에서 걱정할까봐.

스팀잇에 어느새 내 이야기를 아주 진솔하게 쓰고 있는데

오히려 맘이 편안하다. 대나무 숲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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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은님ㅋㅋ 저 이 글 너무 공감되요.
저도 엄마랑 여행 다녀오고나서 앓았던 기억이 있어요.
아마 저도 케어하느라 고생했었나봐요ㅎㅎ

맞아요 ㅎㅎ몸이 예전처럼 가볍지도 않고 말이에요

진솔한 이야기 항상 잘 읽고있습니다. 아직 결혼이라는 개념자체가 저에게는 멀게 느껴지지만, 시간은 빠르니 금방 찾아오겠죠?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시간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가니깐요

오랜만에 와보니 와우 친구들이 많이 늘으셨군요. 인기인 다 되셨네요~ ㅎㅎ
한동안 스팀잇을 하지 못했어요. 복잡한 머리속과 그로인한 핑계들로 말이죠......긁적긁적 ^_^;
여튼, 그럼 이제 다시 자주 놀러올께요~ ㅎㅎ

정말 오랜만에 오셨네요^^ 가끔 그렇게 복잡할땐 잠시 모든 걸 내려놓는게 좋더라고요. 환영합니다~ 저도 자주갈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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