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환거래법에 숨겨진 '진짜 돈'의 정의

in #kr7 years ago (edited)

스팀잇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외국환거래법은 보통 부자와 친한 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 전자화폐가 아니었다면 부자도 아닌 제가 굳이 외국환거래법을 연구할 일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공부해보니 참 흥미롭군요. 법 조문 안에, "무엇이 돈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외국환거래법에 대한 법리적인 분석은 아닙니다. 해당 분야 전문 변호사님들이나 유관 기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보았을 때는 다소 논리적 비약이 있을 수 있으니, 그냥 흥미로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돈이란 무엇인가?



돈이란 무엇일까요? 거시경제를 관심있게 연구해보신 분들에게는 매우 기초적인 내용이며, 경제 전문가 분들이 많은 스팀잇에 포스팅하기는 좀 부끄럽지만 여기 한 번 간략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지폐란 본질적으로 종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단지 국가의 신용이 그 종이쪼가리를 담보하기 때문에, 액면에 써진 금액만큼의 효력이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짐바브웨처럼 국가가 완전히 신뢰를 잃게 되면 1조 짐바브웨 달러로 달걀 하나 사 먹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원화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신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정부의 신용이란 어디서 나올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한국땅에는 석유 같은 귀중한 자원이 나오지 않습니다. 한국의 원화가 일정 구매력을 유지하는 것은, 제조업 대국으로서 전 세계에 팔아 먹을 물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해서가 아니죠.

필리핀처럼 해외에 팔 물건이 없는 나라는, 부를 일구기 위해서 남자는 범죄를 저질러야 하고(필리핀에서는 경찰 학교를 수석 졸업해도 뇌물을 주지 않으면 임관이 되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부패를 저질러야 채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을 하나 파고 경찰 경력을 시작하는 것과 다름 없죠), 여자들은 유흥업으로 빠져 듭니다. 즉 원화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살 만한 물건이 있기 때문에, 그 신용과 구매력이 보장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물건을 사주지 않는 지금 같은 공급 과잉의 시대는 어떨까요? 대한민국의 원화는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폐렴에 걸린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 한국은 수출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사는 게 불가능한 나라입니다. 따라서 전 세계 경제를 하나의 채찍으로 비유한다면, 한국은 경기가 호황인지 불황인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그 채찍 끝자락에 위치한 나라에 해당합니다(홍춘욱 박사님의 저서를 인용하자면 이를 "채찍효과"라고 합니다).

리먼 브라더스 위기 때가 좋은 예이죠. 원화의 가치가 폭락했습니다. 당시 유명 인터넷 논객이던 미네르바가 체포되었던 주된 이유는, 정부가 곧 달러 매수를 금지할 거라는 허위 소식을 유포했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하는 진짜 돈이 무엇인지가 드러났던 순간입니다.

진짜 돈이란 금과 달러다



지금 달러나 금, 여기 하나 더 해서 전자화폐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모두 원화로 표기되는 자산만을 가지고 계신 분은, 엄밀히 말하면 진짜 돈이 아닌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기생통화로서 '원화'에 몰빵을 하신 겁니다. 이는 고대의 탈무드에도 적혀 있는 분산 투자의 원칙에 분명히 반합니다. IMF와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 별다른 투자 없이도 자산의 일부를 달러나 금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만히 앉아서 자산이 2배가 되는 혜택을 누리신 분은 많습니다. 주로 그런 자산은 여유가 있으신 분들이 구비하시는 만큼 부의 격차가 더 벌어진 이유이기도 하죠. 추후에 한반도에 지정학적 위기가 나거나 아니면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의 결과 역시 동일할 것입니다.

​외국환거래법을 읽어보다가 재밌는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다음은 외국환거래법 제 29조입니다.

제29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위반행위의 목적물 가액의 3배가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벌금을 목적물 가액의 3배 이하로 한다.

......(중략)......

4. 제17조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신고를 하고 지급수단 또는 증권을 수출하거나 수입한 자(제17조에 따른 신고의무를 위반한 금액이 미화 2만달러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로 한정한다)

갑자기 미화에 대한 언급이 나오네요. ​보통 법에는 앞 부분에 정의규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외국환거래법 제 3조 제 1항 2호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3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내국통화"란 대한민국의 법정통화인 원화(貨)를 말한다.
2. "외국통화"란 내국통화 외의 통화를 말한다.

보다시피 초등학생도 아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적어놨습니다. 하지만 법령이라는 것은 오독의 소지가 없게 서두에 저런 정의 규정을 세세하게 두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제 29조의 벌칙 규정에는, "정의" 규정에 언급도 없고 법 조문 전체를 통틀어 별도로 언급한 적도 없는 '미화' 즉 달러가 갑자기 등장합니다. 물론 외국환거래법이니 외환을 다루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외환도 많은데 갑자기 달러를 기준으로 한도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환거래법'이라는 명칭과 무관하게 뜬금 없이 귀금속에 대한 정의가 나옵니다.

제3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6. "귀금속"이란 금, 금합금의 지금(地金), 유통되지 아니하는 금화, 그 밖에 금을 주재료로 하는 제품 및 가공품을 말한다.

게다가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제6조(외국환거래의 정지 등) ① 기획재정부장관은 천재지변, 전시·사변, 국내외 경제사정의 중대하고도 급격한 변동,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부득이 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1. 이 법을 적용받는 지급 또는 수령, 거래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일시 정지
2. 지급수단 또는 귀금속을 한국은행·정부기관·외국환평형기금·금융회사등에 보관·예치 또는 매각하도록 하는 의무의 부과

쉽게 말하면 수가 틀리면, 여러 분들이 가지고 있는 금과 달러를 제 값을 안 주고 가져가겠다는 의미입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진짜 돈이란 바로 금과 달러이기 때문이죠. IMF가 한국은행이 언제든 찍어낼 수 있는 원화가 부족해서 터졌나요? 아닙니다. 결국 유동성, 즉 외환보유고의 문제였죠.

외국환거래법을 읽으면 읽을수록, 위기 시에 이 진짜 돈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생생히 느껴지는군요. 궁금합니다. 앞으로 전자화폐에 있어서는 한국 정부가 국가가 보유한 진짜 돈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의지를 피력할지요.

미네르바의 노란 토끼



​후일 시간이 되면, 예전 미네르바가 말했던 '노란 토끼'에 대해 한 번 다루어볼 생각입니다. 미네르바는 '노란 토끼'가 뛰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말했죠. 신동아와 인터뷰를 한 가짜 미네르바 그룹은 노란 토끼를 환투기 세력이라고 해석했지만, 저는 그 펄쩍 뛰는 노란 토끼를 누런 황금의 급격한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금 가격이 뛰면 모든 것이 끝난다..... 원래는 금이 뛰어야 하는데 대신 전자화폐가 뛰고 있는 것이다...... 저도 반 밖에 믿지 않는 음모론 같은 내용입니다만 조심해서 좋을 건 없으니 오늘 금 시세를 확인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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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하군요. 아직 안심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5년 저항선인 1380불 언저리를 넘게 되면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판단합니다. 얼핏 들으면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쉬어가는 의미에서 추후 이 주제를 미리 한 번 다루어볼까 합니다.

다들 성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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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ljy19님 안녕하세요. 개수습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부족한 글인데 이번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

잘읽었습니다. 분석이 흥미있네요. 노란토끼에 대해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사실 거시 경제 관심있으신 분들은 자주 다루는 주제 중 하나죠

저 법률이 IMF 이전에 있던 법률인지 아니면 그 이후에 수정된 법률인지에 따라 추론이 갈릴 수 있겠네요. 확실히 대한민국이 IMF 사태로 인해 크게 한 번 데이고나서는 달러와 금을 외부로 반출하기 쉽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위정자 입장이라면 그렇게 하는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1962년에도 있던 법이네요 여기에도 귀금속 거래 정지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ㅎㅎ
역사가 깊군요

깔끔하게 정리된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매번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화폐는 물질을 담보로 해야 합니다.
서비스도 있겠으나 그건 2차적인 것이고,
결국 1차적인 물질, 그것을 상징하는 대표가 금이고,
그 외의 석유, 식품, 원자재 등이겠지요.
우리나라는 그런 물질이 별로 없지요.
금도, 석유도, 원자재도 풍부하지 않은,
어찌보면 가공업과 서비스업에 치우친.. 그런 나라죠.
미국은 모든게 풍부하죠.
제가 미국에 다녀와보니 시골 도시조차 모든게 풍요롭더군요.
물질, 서비스, 인적자원, 각종 자연환경... 미국이
천조국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땅이 그리도 넓으면서
금이니 석유니 원자재니 가질 건 다 가졌죠.
또한 중국에 비해 인구도 적고...
중국 역시 땅이 넓고 원자재가 나오는 곳은 있으나
인구가 너무 많아서 문제죠.
미국이 세계무역을 하지만 미국은 그냥 자기들끼리 내수만 해도
별 문제 없을 겁니다. 어찌 보면 경제는 전세계가 미국에
기생하는 형국이죠. 그러다 보니 달러가 기축통화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미국이 망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미국이 망하는게 아니라 달러가 망하는거겠죠, 미국이 망할 가능성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고 기술도 우수하니까요, 저는 처음 해외 여행을 간 나라가 미국인데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너무 넓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예전 2차 세계 대전 때 미군을 상대로 선전했던 일본군 장군들 특징이, 전부 유학파 출신에 개전 전부터 미국이랑 싸우면 결국 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건데... 참 축복받은 나라더라고요. 아마 저희 죽기 전까지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홍보해

매번 너무 감사드립니다
꾸준히 찾아뵙고 스팀잇 내에서 더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

노란토끼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ㅎㅎ 나중에 금 투자나 경제 위기 관련 주제 때 한 번 포스팅해볼 생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흥미로운 분석 잘 봤습니다.
법 조문에 중요한 힌트가 숨어 있었군요.
미네르바 이야기도 기대할게요~

ㅎㅎ 네네 자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인데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좋을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ㅎㅎ

안녕하세요. 유용한 글 잘 읽었습니다. 아는 분 중에 코인 관련 법률 상담을 원하는 이가 있는데 [email protected]으로 연락 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 해당 분야는 제 전문 분야가 아니라 전문적인 상담은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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