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rt 이벤트 02] 동화의 재해석 : 인어공주를 사랑한 마녀이야기 by 심해가오리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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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사실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빛조차 찾아들지 않는 심연의 동굴 속에서 추악한 스스로를 감추며 살아야했던 마녀에게
왕국의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존재였던 그녀는
동경의 대상이이었다가도, 시기의 대상이었다가도,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미천한 신분, 추악한 자신의 모습, 넘을 수 없는 동성의 벽까지.
심해의 마녀에게 허락될 사랑이란, 얼굴한번 비출 수 없는 지독한 짝사랑일 수 밖에 없었지요.
이따금,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애타는 연정을 삭이며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하지만 누구보다 깊고 뜨거운 사랑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불현듯 자신의 동굴로 찾아왔을 때, 마녀의 심장은 터질것만 같았어요.
간절한 자신의 사랑과 바람을 마침내 신이 들어준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죠.
그녀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질투였어요.
아니, 절망이고 좌절이었어요.
사실은 예견된 결말이었죠.
마녀의 사랑은 끝이 너무나도 명백했으니까요.

평생을 마법에 몰두해온 마녀에게 지느러미를 다리로 만드는 것 따위가 문제될리 없었습니다.
아무런 부작용도 대가도 없이 가능한 사실 아주 간단한 일이었죠.
단지,
단지 마녀는 그녀가 포기하기를 바랐습니다.

마녀는 그녀에게 평생을 칼 위를 걷는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거짓말이었죠.
그녀는 상관없다고 했어요.
목소리를 잃어버리게 되어서 그와 사랑을 속삭일 수 없게 되리라고 했습니다. 물론, 이것도 거짓협박이었어요.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그래도 상관없다고 했어요.
초연한 그녀의 태도에 화가 난 마녀는 만일 사랑을 이루지 못하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게 될 것이라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어요.

그와 이루어지지 못할 세상에서라면, 차라리 사라지는 것이 나아요.

마녀는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질투와 분노가 뒤엉킨 감정에 이성이 마비되어버린 마녀는
사실은 거짓협박에 불과했던 세가지 저주를 정말로 걸어버렸고,
그녀는 마녀가 이제껏 한번도 본적 없던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심연을 떠났습니다.
그 아름다웠던 목소리만을 남겨둔채로.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마녀만을, 홀로 남겨둔채로.

마녀는 마녀인 추악한 자신의 본연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배반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일 뿐이라고,
스스로의 과오를 애써 위안하며
잊어도 잊어도 잊혀지지 않을 그녀를 마음에서 지워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녀의 사랑이 실패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아뇨, 그건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마녀에게는 망설일 시간이 없었어요.
여전히 마녀는, 세상에서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으니까요.

단숨에 그녀를 살릴 마법의 단검을 만든 마녀는
그녀의 언니들 편으로 그녀에게 보냈고
동이 트기전 바위 뒤에 숨어 그녀가 어서 단검을 왕자의 심장으로 찔러넣기만을,
내 곁이 아니어도 좋으니, 나를 멸시하고 증오해도 좋으니
그 아름다운 모습을 여전히 지켜볼 수 있기만을,

마녀는 사라져가는 그녀를 끌어안고 울부짖었습니다.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결코 사랑할 수 없었던 그녀를,
너무도 어리석었던 자신의 질투를,
생의 모든 것이었던, 가장 먼 곳에 가버린 사랑을
슬퍼하며...

마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녀를 밤하늘의 별로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 별빛은 누구도 찾지 않는 심연 속의 동글에 드리웠습니다.
처음부터 혼자였고, 어쩌면 앞으로도 여전히 텅 비어있을 심해에,
홀연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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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
-아이유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좋네요 : )
이루지 못하는 슬픈 사랑이야기 뒤에
또 다른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었네요

어쩌면 억압이 만연하던 시절의 이야기, 금기의 금기의 금기에 관련한 이런 메타포를 숨겨놓았던건 아니었을까요~
감사합니다! :)

원작이 워낙 발알이라 그런지 오히려 이쪽이 더 맘에 드네요.
최소한 읽는 쪽의 감정을 팔로우해주는 존재가 있어서 결말을 받아들이기가 수월합니다.

힘주어 쓰느라 너무 장황해져서 가독성이 떨어지지 않나 우려스럽네요 ;~;
언젠가 짧은 웹툰으로 꼭 그려보고싶은 이야기예요.
스팀잇이라는 좋은 플랫폼을 만났으니, 여기서 그 꿈을 이뤄보려고 합니다!
감사해요~!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 '~'

미술을 알지못하지만.. 흑백만으로도 채색(?)의 풍부함을 느끼는건 오랜만인것 같습니다. 가오리님 팬될께요 ㅠㅠ

저도 미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답니다 ^ㅁ^
단지 제가 좋은 느낌을 드리려 노력하고 있고 onepine님께서 무언가 느끼신다면 그걸로 괜찮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ㅎㅎ
늘 좋은 평가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아아.. 짝사랑하는 마녀의 마음이 전해지는 느낌이에요..
추악하다고 생각한 마녀가 누구보다 빛나는 존재인 인어공주를 사랑하는 순간부터 사실 압정길이 펼쳐졌을텐데.. 그 대상을 죽음으로 내몬 마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히이이잉 그림도너무이쁘고 내용도 너무좋네요 ㅠ 잘보고갑니다!

동화 비틀기로 이것저것 짜맞춰나가다보니 꽤 그럴싸해지는 것 같아서 신나게 재구성해봤었는데
너무너무 슬픈 이야기가 되어버렸어요 ;~;
사랑을 가로막는 모든 금기와 장애가 사라져버리길,
온전히 사랑만이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감사해요!

스토리 원작을 건들지 않으면서
재해석이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되어지는 글이네요

덕분에
생각의 전환이 이런거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솔직해 지면 되는데
솔직해지지 못해서 결국 쟁취하지 못한
마녀에게는 그저 안타까움밖에 느껴지는 감정이 없네요

잘 보고 갑니다.

P.S
댓글 노래도 잘 듣고 갑니다.

재해석을 빌미로 연결고리를 잇는 동안
어쩌면 정말로 작품 속에 작가가 숨겨둔 메타포는 아니었을까도 생각해봤어요.
혹자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모독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금기라는 주제로 꼭 작품으로 풀어보고 싶은 이야기네요.
노래는 요즘 계속 듣는 노래인데, 글의 마지막하고 잘 어울려서 한번 실어봤었네요 ㅎㅎ
별이 된 그녀와 염원을 이룬 것으로 결말을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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