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우의 포트폴리오 일기-20180224(부제:만족스러운자는 글을 쓰지 못한다.)
어떤 이가 새벽녘에 닭울음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수탉 한마리를 샀다.
그러나 동이 터옴에도 불구하고 이 수탉은 울지 않았다.
몇날 며칠을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우는 일이 없었다.
컴플레인을 제기하기 위해, 그는 닭을 가지고 닭장수에게 찾아갔다.
-이보시오, 이 닭이 울지를 않소! 나는 닭울음소리가 필요해서 닭을 산것인데!
닭장수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말했다.
-먹이는 충분히 줬소?
-그렇소! 최고급사료로 줬소!
-닭장 안에 지푸라기는 충분히 넣어줬소?
-그렇소! 게다가 굉장히 신경을 쓴 보금자리까지 만들어줬소!
-암탉은 혹시 있소?
-그렇고! 최고급 품종의 암탉도 있단 말이오!
그러자 닭장수가 역정을 내며 말했다.
-예끼! 이 사람아! 암탉도 있고! 집도 있고! 배도 부른 놈이 뭐가 아쉬워 운단 말이오!
갑작스런 딸래미의 이 세상 방문으로 인해,
아무런 준비가 없던 상태에서 상투를 틀게 된 나는,
최근까지 어머니 집에서 얹혀사는 신세였다.
어머니 집은, 평범한 다세대 주택. 방 2칸짜리 집이었고,
그 중 작은 방에
나.딸래미.그리고 영원한 나의 여왕 배우자님과 셋이 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생활 공간이 좁다보니, 이사를 계획하게 되었고,
최근 복층, 방 4개에 화장실이 2개, 그리고 넓은 테라스가 있는
전세집을 구해서 나오게 되었다.
(운이 좋아서, 정말 싼 가격에 구하게 되었고, 너무나 만족스럽다.)
전세집이라서 나는 인테리어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24살의 나이로 처음 독립이라는 것을 하게 된 내 아내는
이것 저것 꾸미고 싶은게 많았던 모양이다.
주방을 모두 뜯어고쳤고,
벽지를 모두 새로 했으며,
각종 인테리어 소품으로 집을 채웠다.
(3줄로 썼지만 이 과정은 3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어제부로 거의 모든 인테리어 과정이 끝났고,
아직 이삿짐은 옮기진 않았지만 거의 다 꾸민 집에서
새로 산 침대에서 세 가족이 포근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아직 정리는 다 되지 않았지만, 정말 내가 이런 침대에서 자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아침에 일어나서, 아직 인터넷이 들어오진 않았기에,
근처 찜질방(찜질방 매니아인 나로써는 집 근처에 정말 큰 찜질방이 있다는 것은 축복)에 와서,
음료수를 하나 마시고, 오늘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려고 찜질방에 앉아 있으니
하! 쓸 글이 없어!
정말 아름다운 배우자, 그리고 정말 꿈에만 그려왔던 집(비록 전세이지만),
그리고 아직도 많은 손이 가서 힘들기는 하지만 세상 둘도 없이 이쁜 딸.
게다가 오징어를 하나 뜯어서 질겅질겅 씹으면서,
여유롭게 글을 쓰고 있는 이 기분.
세상 만족스럽다보니 뭐 그냥 가만히 있어도 실실 웃음이 나오고,
약간 멍한 상태이다.
오늘의 나는 울 수 없는 수탉이 된 것만 같다.
비트코인이 2500을 찍었던 날보다 더 뭔가 평안한 기분이다.
글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생각의 배설물"이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내 자아를 통해 소화를 시킨 다음,
쏟아져 내리는 것이 "글" 이라고 생각한다.
유명한 작가들을 보면 보통 인생이 기구했던 사람들이 많은데,
혹자들은 "와, 어떻게 저런 환경에서도 저런 대작을 만들 수 있었지." 라고 한다지만,
내 생각에는 "저런 환경이었기에 저런 대작을 만들 수 있었구나." 싶다.
물론 똑같은 힘든 환경에 처해도,
어떤 이는 좌절하고 절망하고 인생의 파도에서 그저 둥둥 떠다니며 표류하지만,
어떤 이는 조그마한 조각배를 잡고, 풍랑과 싸워가며 힘차게 노를 젓는다.
그 노를 젓는 행위가, 큰 그림에서는 그저 허우적대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결국에는 노를 젓는 이가 원하는 이상향에 도달하게 되는 것 아닐까.
젓자. 더 힘차게 저어보자.
오늘의 나의 포트폴리오이다.
어제와 보유량에 있어서 변한 것은 없는데, 사토시 기준, 달러 기준 모두 약간씩 상승한 모습이다.
김치독을 묻어놓은 것 중 2가지가 최근 거래소에 상장 되었는데,
힛빗이라니...싫어요 힛빗..
메이저 거래소에 상장 될 때까지는 계속 묻어놓아야겠다.
유망주들만 모으셨네요! 흑우 아닌 것 같은데요? 이대로 장투하면 웃을 일만 생길 것 같아요! 보팅 팔로우 할게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