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크기는 다르지 않더라.

in #kr6 years ago


person3500815_640.jpg



고등학교 동창. 제법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20대 초중반 그 녀석과 자주 어울렸다.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서로 간의 부끄러운 과거사, 망가지는 술주정 ... 그 모든 것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친구다.

솔직히 마음이 편했다. 어려운 우리 집안 사정과 ... 그 녀석의 집도 많이 비슷했었다. 나도... 내 친구의 집도 달동네 허름한 주택이었고, 도시였지만 재래식 화장실. 친구와 나는 개뿔도 아무도 없는 처지였지만, 나름 열심히 살아가려고 발버둥쳤었다.

아... 앞으로 뭐하지?
니 딴 놈이 연애는 할 수 있을라?
어디로 취업하게 될까?



친구 집에 누워 이런저럭 얘기도 많이 했다. 그랬던 친구는... 각자 결혼과 함께 생활근거지가 멀어지며 소홀해졌다. 1년에 한 두번 보는 정도가 다였다.

. . .

어느새 우리는 30대 후반이 되었다. 그녀석은 세 아이의 아빠. 나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었다. 자동차로 5시간 거리만큰 떨어져 살다가, 친구가 우리 동네가 출장을 왔다. 당연히 집으로 초대를 했었고, 같이 저녁 식사를 했다.

친구는 차가 바뀌었다. 저녁을 먹으며 소탈하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친구의 집은 많이 나아져있었다. 아파트, 주택, 넓은 땅까지... 당연히 부모님 소유지만, 외동 아들이라 어느 정도는 당연히 물려 받는다.

오래 떨어져 있었지만, 금새 나는 친구에게 "여유" 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히 부모님의 재산은 부모님의 것이지만, 그래도 부모님의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

여기에서 말로, 글로 표현 할 순 없겠지만....

나만이 느끼는 상대적인 거리감? 이질감? 그런 간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했고, 다른 한 편으론 저만치 멀리 걱정거리를 덜어버린 친구가 상당히 부러웠다. 이제는 나완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았다.

. . .

그러다 주말엔... 본가에 방문했다. 경상도 남자. 그토록 나에겐 무뚝뚝했던 아버지는, 손녀와 손자에겐 애틋하다. 내가 노가다로 이곳저곳에 상처가 나도 괜찮냐고 말 한 번 없으셨다. 거의 매 학기 장학금을 타왔지만, 수석졸업을 했었지만... 내 어깨 한 번 토닥여주지 않는 분이셨다.

할아버니가 되신 아버지는, 많이 바뀌셨다. 손녀를 위해 새벽 같은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저 멀리 김밥을 사러 가러 가신다. 아이들이 사랑해요라며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면, 아버지도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린다.

이제는 나이가 드셔서, 눈도 잘 안보이시는지... 공장에서 미싱도 잘 못하신다. 그 어린시절 아버지는 형제들과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초등학교도 중퇴하셨다.

물려받는 재산이 없다고 ...
등록금과 생활비를 힘들게 벌었다고 ...
결혼할 때 아파트나... 도움을 못 받았다고 ...

어느 한 구석에 간사한 마음, 허망한 마음을 먹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
.
.

사랑의 크기는 다르지 않더라.





* 공감해주신 분들은 리스팀 부탁드립니다.
* 보팅과 후원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고슴도치쌤)에게 SBD으로 후원하기
1 SBD2 SBD3 SBD

Sort:  

저도 물려 받은 것은 부모님의 부채뿐이더군요. 그래도 하나 하나 이뤄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 부채가... 더울 때 쓰는 거라면 좋겠네요 ㅠ
힘 내십시오~ 저도 힘내겠습니다 :D
정말 혼자 일어서긴 쉽지 않네요.

곰돌이가 @tailcock님의 소중한 댓글에 $0.010을 보팅해서 $0.013을 살려드리고 가요. 곰돌이가 지금까지 총 1493번 $20.498을 보팅해서 $18.524을 구했습니다. @gomdory 곰도뤼~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글에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로 인해 좋은 영감과 기운을 받아가는
젊은 청년들을 위해 작성해보았습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잘 되는 모습보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뭔가 묘한 느낌을 갖게 되는게 되죠! 사람인데... 어쩔수 있나요!
자식에겐 그렇게 표현을 안하시는데, 손주들에게 하는 모습을 보면 같은 분이 맞나 싶을때가 있더군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지나 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말이죠!!

맞습니다. 이제는 정말 저완 다른 삶이더군요.
땅이 800평이라던데... 저는 언제쯤에나...
저는 괜찮은데... 제 자식들에겐 부족하지 않게 경험시켜주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부모 잘 만나고 조상 잘 만나는게 최고인 것 같은 세상입니다.
멘탈이 중요해지는 세상이네요.

jjm.jpeg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짱짱맨은 저자응원 프로그램입니다. 더 많은 저자 분들에게 더 큰 혜택을 드리고자 스파임대 스폰서를 받고 있습니다. 스폰서 참여방법과 짱짱맨 프로그램에 관해서는 이 글을 읽어 주세요. 기업형 예비증인 북이오(@bukio)가 짱짱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증인 보팅은 큰 힘이 됩니다. Vote for @bukio

Hi @abcteacher!

Your post was upvoted by @steem-ua, new Steem dApp, using UserAuthority for algorithmic post curation!
Your UA account score is currently 3.694 which ranks you at #5150 across all Steem accounts.
Your rank has dropped 9 places in the last three days (old rank 5141).

In our last Algorithmic Curation Round, consisting of 253 contributions, your post is ranked at #75.

Evaluation of your UA score:
  • You're on the right track, try to gather more followers.
  • The readers like your work!
  • Good user engagement!

Feel free to join our @steem-ua Discord server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5
JST 0.029
BTC 63183.53
ETH 2643.93
USDT 1.00
SBD 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