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 이야기 #5 > 다시 없을 띵곡! 화성을 알면 더욱 감동적인 < 캔 - 내 생에 봄날은 >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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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린 친구들이야 캔을 모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스팀잇에서 캔을 모르는 분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사 가수 캔을 모르는 어린 친구라도 이 곡의 강렬한 도입부를 들으면 '앗? 이곡은?' 하면서 알만한 곡.
캔의 불후의 명곡 내 생에 봄날은 입니다!

이 곡을 우연히 작년에 다시 듣게 됐는데요.
듣고나서 한동안 충격에 사로 잡혔습니다!
제 기억 속에 캔은 웃긴 가수, 그렇다 보니 곡도 그렇게 진지하게 듣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남자의 로망인 곡'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들어 다시 들어보니 엄청난 곡이더라구요!
오늘은 이 곡을 음악적으로 조금 더 들여다보려 합니다.

작곡가는 아무래도 곡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곡을 쓰고 편곡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제 선생님께서 하늘에 닿고 싶은 마음을 담아 곡에 고음을 쓰고, 고음 악기인 플룻을 넣었다는 말을 하신 적이 있어요.

저도 곡을 쓸 때 조금이라도 더 메세지와 화성을 연결시키려고 노력을 하는데요.
이 곡도 곡의 가사와 간단한 화성학을 통해 작곡가의 의도를 설명해드리고 싶어요.



< 캔 - 내생에 봄날은 >


이것은 가사와 코드 진행을 바탕으로 해석한 100% 주관적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이 곡은 고독과 함께 살아가는 남자가 내 생에 봄날이 다시 올거라 다짐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기도 하고, "멋진 남자로 살고 싶어 안간힘으로 버텼는데 막다른 길에 가로 막혀 비참하게 부서진" 암울한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곡은 Minor Key인데요. 화자의 어두운 상황을 마이너 키로 풀어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곡에서는 기타 솔로가 세 번 나옵니다.
2절이 끝나고 세 번째 기타 솔로가 나오는 부분이 있어요. (2분 49초)
앞 선 기타 솔로에서는 원키 그대로 솔로 연주를 하는데요.
마지막 기타 솔로에선 마이너 키가 메이저 키로 바뀝니다. (D Minor Key에서 D Key로 바뀌기 때문에 더욱 그 효과가 더욱 극적입니다)

저는 저 기타 솔로를 들으면서 지금 내 인생은 시궁창이지만 언젠간 봄날이 올거라는 메세지를 음악적으로 표현한 것 같았어요.
(그걸 생각하며 들으니 주책맞게도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타 솔로도 첫 번째 솔로에 비해 더 화려하고 긴 것 같습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부분이 제가 이 곡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무엇하나 내 뜻대로 잡지도 가질 수도 없었던 이 세상. 내 한 목숨 사랑으로 남긴 채 이제는 떠나고 싶다."
가사도 너무 감동적이지만 "이제는 떠나고 싶다." 뒤에 아주 잠깐 앞과 다른 새로운 화성 진행이 나옵니다.

"이제는 떠나고 싶다." 이 부분에서 Dm였던 코드가 Dm G7으로 잠깐! 쪼개지는데요.
Minor Chord로만 이어졌던 부분이 짧지만 Minor Chord - Major Chord로 리하모니 됩니다.
이 때 정말 엄청난 카타르시스가 왔어요.
아주 짧은 순간에! 화성을 바꿨다는 것은 화성을 통해 조금 더 곡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가사도 아름다운 부분에서 화성까지 바뀌니 정말 감동이 배가 되더라고요.

감동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바람처럼 또 그렇게"라는 가사와 맞물려 나오는 라인 클리쉐 스트링 대선율이 다시 또 감동을 줍니다.
그리고 강렬한 인트로가 반복되며 이 곡은 끝나죠.
완벽한 수미상관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이 곡을 참 많이 들었는데요.
그 땐 이런 화성적 측면을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노래가 좋아서 들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 포스팅을 쓰면서 '그냥 노래가 좋았던'이유에는 제가 인지하지 못했던 수많은 디테일이 포함돼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음 한 음, 허투루 넣지 않는 작곡가의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었던 곡이에요!


저번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 이야기가 작곡가가 들려주는 어려운 음악 이야기가 된 것 같아 일부러 친숙한 곡으로 골라봤는데 어떠셨는지 모르겠어요.
늘 쉽게 음악을 설명해드리고 싶은데 능력이 부족해 고민입니다.
앞서 말한 것들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오랜만에 이 곡을 다시 듣는 걸로 만족하셔도 기쁠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74&v=KAj5FA1i4MY
<Tube - ガラスのメモリーズ>

내 생에 봄날은의 원곡입니다.
캔 노래에 비해 한 키가 높은 걸 빼면 인트로부터 솔로까지 어느 하나 다른 것 없는 같은 곡입니다.
하지만 배기성씨의 강렬한 음악에 익숙해졌는진 몰라도 어쩐지 부족한 느낌이 들어요.
저는 어린 시절 추억을 간직하며 그냥 캔의 노래로 만족하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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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곡에 이런 숨은 장치가! :D 비린내 나는 부둣가를~ 오랜만에 다시 들어야겠습니다.

이 노래가 그렇게 수준 높은 노래였나요?ㅎㅎ
나루님 포스팅에서 KEN을 보게 될 줄은..ㅎ

이런 포스팅에! 보팅수가! 보팅 왜 한번 밖에 못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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