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일기

in #kr-writing6 years ago

1.피카부

프로듀스48에서 나온 노래가 귀를 맴돈다.

갓 20을 넘긴, 아니면 아직 넘지 않은.

작은 소녀들이 성적 매력을 은근히 드러내는 옷을 입고 춤을 춘다.

그 드러내고자 하는 성적 매력에 비해 그들은 귀엽다.

귀여움은 퇴행의 욕구를 드러낸다.

노래 제목인 피카부 처럼 아기를 달래듯 관객을 달랜다.

깨끗함과 더러움이 공존하고, 귀여움과 관능이 뒤섞인다.

노래는 관객을 아기처럼 달래며, 현실 세계에서의 나락을 잠시나마 지운다.

앳된 얼굴에 뒤섞인 욕망을 투영한다.

2.디지털 종이

매번이 출판에 준한다.

7일이 지나면 수정할 수 없다는 것은 디지털 자산의 감각에 위배된다.

하지만, 책이 출판된다는 것은 어떤가, 이미 시중에 풀린 책을 수정할 수도, 주워 담을 수도 없다.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나직한 읊조림은 디지털로 된 종이에 기록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를 괴로워 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3.실패일기

오늘도 실패했다.

중견 기업을 만나 이야기를 하며, 그 분이 짊어졌던 인생은 과연 어찌하였을 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적을 많이 만들지 않는게 좋다거나, 주말도 없었던 삶은 과연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삶이었을까.

시간은 더 빨리 흐르고, 사람은 더 빨리 도약한다.

그만큼 더 빨리 뒤처진다.

시작은 우연에 가깝다. 누구나 우연이다.

모두의 삶은 우연으로 점철된 필연적 선택이 낳은 결과이다.

개똥철학은 모여 자신의 얼굴이 되고, 궤적이 된다.

담담히 말하는 한마디 속에 담은 삶의 무게는 무거웠다.

찌는 듯 더운 지하철 속, 숨은 텁텁 막힌다.

정해진 길을 걷고, 주어진 일을 하고, 불만과 함께 돈을 같이 받다가

길을 만들고, 일을 주고, 돈도 없고, 불만도 없다.

그저 걱정이 함께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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