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가 사는법

in #kr-writing7 years ago (edited)

누군가가 지금 나에게 다시 태어나게 해 준다면 무슨 성별로 태어날 것이냐고 물으면 나는 뭐라고 답변할까.

어렸을 땐, 아니 지금도 순간순간 차라리 남자로 태어났으면 싶을 때가 많다. 딸 셋의 장녀로 태어난 순간부터, 엄마가 종가집에 대를 끊어버린 죄로 평생을 죄인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낀 그 순간부터, 여자라서 친구집에서 잘 수 없고 통금시간을 준수해야 할 때부터, 여자라서 안되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기 시작할 때부터 이땅에 여자로 태어난 것이 너무도 억울했다.

만약 내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rbaggo님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세계일주를 떠났을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남자였다면 어떤 장애물없이 회사에서도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지 않았을까? 또 내가 남자였다면 우리 부모님께 든든한 어깨가 되어 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또 내가 남자였다면 죽을 것 같은 출산의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고, 육아에 대한 책임이 이렇게 크지 않았을텐데 선악과를 따먹게한 여자의 죄값이 진정 너무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나도 한참 어릴 땐 여자니까 배려해 준다는 식의 대우가 무지 싫었던 적이 있었다. 동아리 선배들이 동기들 기합준다고 모두 집합 시켰을 때 넌 여자니까 빠지라고 했을 때 선배들한테 부당함을 따졌고, 사회 초년생 시절 남자 동기생들은 밤새워 일해야 할 때 여자라는 이유로 너는 가서 쉬라고 할 때 괜찮다고 악착같이 버텼다. 남자들이 할 수 있는 거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우기고 또 우기면서 그렇게 버텨왔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배려라도 좋고 차별이라도 좋았다. 아이 키우는데 더 좋은 여건을 배려해 주는 분이 좋고 감사했다. 여자라고 회식에 빠지는 것이 죽어도 싫었는데 엄마라는 이유로 회식에 안 불러주니 오히려 고마웠다.

내가 얼마전까지 모신 우리 지점의 대표분은 아이가 셋이셨다. 그 분은 퇴직하고 나가실 때까지 나에게 높은 직위에 올라가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하셨다. 그저 아이 키우는 것이 가장 중한 일이니 혹여 승진이 안 되더라도 너무 마음 쓰지말고 아이 키우는 것에 마음을 다하라 조언하셨다. 승진에 마음쓰며 지냈던 날들이 다 부질없었다 하시며 애 셋 있는 내가 직장 생활 하는데 많이 신경을 써 주셨다.

그리고 그 분은 퇴직하셨고 이제 새로운 분이 오셨다. 이분도 아들만 셋이시다. 그래서 혹시 내 상황을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했다. 하지만 이 분한테는 개인의 상황은 중요하지 않았다. 조직의 성과를 위해 개인의 희생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다. 만약 개인의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그 개인은 조직을 위해 스스로 알아서 조직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다. 그러니 여자들이 육아를 이유로, 여성임을 이유로 직장에서의 배려가 필요로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그것을 요구하는 여성근로자를 참으로 한심해 하신다.

내가 비영리집단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도 이익을 내야하는 집단이니 조직의 성과가 중요하고 조직의 성과를 위해서는 개인의 상황 같은 것은 배려될 수 없는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회사가 이익을 창출해야하는 조직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남자랑 여자는 동일한 출발선에서 출발하지 않지 않은가. 신체적 조건은 차지 하고서도 출산과 양육은 거부할 수 없는 오랜시간 우리의 문화적 산물이지 않는가 말이다. 요즘 그 상사의 눈에 들기위해 어떻게 하면 보고 한번 더 해볼까 눈에 쌍심지를 껴는 남자 동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일의 성격상 상사에게 직속으로 보고할 건수가 없는 여성들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는 여성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누군가 출산이나 육아를 위해 휴직을 내거나 아이들 병원, 졸업식, 학교 행사 등을 이유로 바쁜 시기에 휴가라도 내게 되면 기다렸듯이 꼭 한마디가 나온다.

여자들은 그래서 안돼.

여성들의 성과는, 일에 대한 태도와 열정은 일반화되기 쉽다. 아주 좋지 않은 쪽으로 말이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가. 나도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고 애써 부정하고 싶다. 그럼에도 오늘 이순간 내가 겪고 있는 순도 100% 리얼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야근을 밥 먹듯이 할 것이다. 최소한 나로 인해 '여자들은 그래서 안돼'라는 선입견이 우리 조직내에 자라지 않도록 말이다.

언제쯤 우리 사회에서 그러니까 여자는 안된다는 말이 사라질까. 여성에 대한 배려가 또다른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 남성들한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다. 내일부터 시작될 월요일이 참 무서운 지금은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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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장의 사진이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주는 것 같아 진정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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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workingmom and all mom님들 굉장한 사람이라고 인정하다. 제 아내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 그리고 제 아내가 저에게서 배울 수있는 몇 가지 것들이 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 8:28)

Sorry a lot of things are not fair but I see Korean guys have changed somewhat since 20 years ago. It was really bad then when I came to Korea in 98. Now I can see some of my Korean friends who are fathers washing dishes and taking the kids to the park. They share responsibilities. But the workplace is not really fair yet. I know what you mean. Thanks for writing your story. I will do better to try to understand women who work with me.

Your comment makes me smile. Thank for saying that. Your comment is the best. Thank you~~^^ Have a good night.

👍👍👍👍👍👍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는 여성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

이 문장에서..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세상에 사람은 참 다양하다지만.. 아직도 고지식한 분들이 많은거 같습니다..

오랜만에 놀러왔습니다. 화이팅하시길 바랄게요!! 응원합니다.

세상은 알면 알수록 무서워져요~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요 ~ 흑

힘내세요!!!
앞으로 점점 좋아질겁니다!!!
한주 마무리 잘하시고 편안한밤되십쇼!

와우, 슈퍼 포스트와 블로그, 나는 매우 흥미가 있었고, 당신을 따라 가기로 결정했다 :) 나는 또한 당신과 나의 블로그를 초대한다. 그는 패션과 여행, 그리고 다른 호기심에 관해 씁니다. 나는 너를 이미보고있어. 너와 함께있어. 고든을 넣을거야. :)

앞으로 세상이 바뀔겁니다
우리의 미래는 여성에게 달려있습니다!!!!
덧붙여 꼭 여자뿐이 아니라 남자 직원들에게 해당됩니다만 성과를 내서 승진하는 것도 좋으나
운이 안 따라서 승진을 못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가 없지요
(앞으로 유럽처럼 우리나라도 여성이 더 능력발휘를 잘 해서 남성을 능가하는 시대가 도래할 겁니다)
전화위복이 되어 일이외의 가정에서 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을 일궈낼 수 있지요
그리고 인생 100세 시대에 장기적으로 보고 조진조퇴하지 않고
끝까지 남는게 행복이 될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사회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회사 곳곳에서 많은 차별이 있는것을 느낍니다. 딸가진 아빠로서 우리 아이들이 겪을 앞으로의 사회는 지금같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워킹맘님, 워킹맘님 세대 혹은 저희 세대에도 완전한 이상향은 안되겠지만, 언젠가는 그 합의점을 찾지 않을까요???
지금부터 천천히 세상이 바뀌고 있는 중이니...아직 멀긴 했습니다.
힘내세요. 화이팅. 많이 배웁니다.

지금은 있지만 천천히 바뀌어 나가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되요. 예전에 비하면 바뀌어나간다는게 중요한거 같아요 ㅜ
흑흑 내일은 월요일이예요 워킹만님 편안히 꿀잠주무시고 내일도 화이팅!하세요^^

맞아요. 조직문화가 제가 사회 초년생이었던 16년전 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이 바뀌었는데 이런분 들 꼭 있으시네요~ ㅜㅠ 우부님도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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