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제

in #kr-writing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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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공황장애나 우울증에 가장 좋은 약이 뭐였냐고 물어온다면 주저하지 않고 ‘걷기’라고 말할 것이다. 마음의 병들은 대개 ‘나’ 자신을 너무 많이 생각해서 온다. 경험상 그렇다. 자기 자신에게 함몰되어 있을 때, 자기 자신에 고여 있을 때, 물이 그러한 것처럼, 정신도 썩고 문드러지기 쉽다.
걷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걷는 일은 우선 한 개체의 중심을 마음에서 몸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가만히 웅크리고 있을 때 움츠러드는 것은 일단 몸이지만 마음도 몸을 따라간다. 우리 신체의 생리가 그렇다. 걷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걷는 일은 내 자신의 정체성을 ‘나’에게서 ‘세계’로 옮겨 놓는 것이다. 걸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풍경이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의 내면이다. 몸의 근육이 운동을 하는 것처럼 마음의 근육들도 비로소, 걸으면서, 움직이면서 운동을 한다. 공황장애의 대표적 증상인 ‘공포감’, ‘숨 막힐 것 같음’, ‘질식감’, ‘미칠 것 같음’, 우울증의 가장 일반적인 증상인 ‘무기력’, ‘무망감(無望感)’, ‘좌절감’, ‘실패감’ 등은 대체로 마음이 고여 있어서 생기는 것들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몸에도 운동이 필요한 것처럼 마음에도 운동이 필요하다. 걸을 때 먼저 움직이는 것은 몸이겠지만 마음이 따라 걷는다. 차라리, 걷기로 먹은 마음이 몸을 움직이게 한다고 말해야겠다.
극심한 공황 발작이 지나간 후, 꼭 걷는 버릇이 생겼다. 목적 없이 정해놓은 방향 없이 걷다보면 일단 몸이 지친다. 몸이 지치면 마음이 따라서 지친다. 공황장애나 우울증은 몸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져서 생기는 병이라고 말해도 무방하겠다. 대체로 몸보다 마음이 과잉일 때, 공황이 오고 우울이 온다. 걷는 일은 몸과 마음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최소한의 운동이라고 말해야겠다. 지치지 않는 마음을 지치게 하는 것, 해치지 않고 지치게 하는 것, 보듬어 주는 것이 바로 걷는 일이다. 걸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어쩌면 자신의 발이 아니라, 풍경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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